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의 미국 국회의사당 납입 [연합뉴스 캡처]
미국은 세계에 관세 폭탄만 투하하는 게 아니다. 정치적 폭력도 전 세계에 전파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극우들은 미국의 정치적 폭력을 거의 영감에 가깝게 받아들인다. 미국의 정치적 폭력의 중심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서부지법 습격 사건이나 혹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우리나라의 정치적 폭력을 이해하고, 대처하여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정치 문화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불가결하다. 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글이 미국 러트거스 대학교 인류학 교수인 알레스 힌튼의 ‘트럼프의 미국은 화약고이다’란 제목의 칼럼이다(‘Trump's America is a tinderbox’/Korea Herald/July 15, 2025). 번역하여 공유하고자 한다.
트럼프의 미국은 화약고이다.
“폭탄 위협입니다. 당장 나가세요!” 2월 22일 워싱턴에서 열린 온건 공화당원 모임인 ‘원칙 우선’ 회의에 참석했을 때, 한 보안 요원이 나에게 소리쳤다. 잠시 후, 우리는 그 위협이 추적할 수 없는 이메일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이메일은 “트럼프 황제가 최근 석방한 J6 인질들을 기리기 위해” 파이프 폭탄 4개를 심었다고 주장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놀라지 않았다. 불과 며칠 전, 프라우드 보이즈(Proud Boys)의 전 지도자 엔리케 타리오와 다른 반란 세력들이 2021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 공격과 관련한 범죄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사면 받았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운동의 주요 모임인 보수 정치 행동 회의(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에서 영웅으로 추대 받았다. 이 행사에 참여한 한 사람은 “우리는 신과 같다.”라고 자랑했다.
행사 중 타리오는 한 무리를 이끌고 미국 국회의사당으로 다시 가서, 그곳에서 그들은 “누구의 집? 우리 집!”이라고 외쳤다. 타리오는 나중에 한 항의자를 폭행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석방된 후 타리오는 ‘원칙 우선’ 행사장으로 이동하여, 폭동 당시 국회의사당을 방어하다가 중상을 입은 전 워싱턴 경찰관 마이클 파논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정치적 폭력을 연구하는 인류학자로서, 나는 이러한 사건들은 미국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신호라고 본다. 2021년에 쓴 책 『여기서 일어날 수 있는 일』에서, 나는 나쁜 행위자들이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으며, 정치적 동기의 폭력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위협은 6월 14일 트럼프 지지자 밴스 볼터가 미네소타 주 민주당 의원 두 명과 그 배우자를 총으로 쏴서 주 하원의원 명예 하원의장 멜리사 호츠먼과 그녀의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더욱 분명해졌다. 당국은 이후 볼터의 차에서 민주당 관계자 45명의 이름이 적힌 암살 명단을 발견했다.
정치적 폭력의 급증을 주도하는 네 가지 핵심 요인이 있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법과 질서”를 중시하는 대통령이라고 내세우면서도, 처벌 받지 않는 문화를 조장해 왔다. 트럼프는 단순히 유죄 판결을 받은 중범죄자일 뿐 아니라, 재선된 후 남은 세 건의 형사 사건이 기각되거나 집행유예된 인물이기도 하다. 이보다 훨씬 전에 트럼프는 “5번가 한가운데 서서 누군가를 쏘더라도, 유권자 한 명도 잃지 않을 것이다”라고 선언한 것으로 유명하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타리오를 포함한 1월 6일 반란세력 1,500명 이상의 형을 사면하거나 감형했다. 트럼프는 우호세력에 사면을 계속해 왔으며, 법무부 사면 변호사인 에드 마틴은 X에 “남겨진 MAGA는 없다”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는 대통령의 사면권을 정치화함으로써 당파적 폭력이 용인될 수 있다는 위험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요인은 과거의 정치적 폭력 행위로, 이는 향후 폭력의 위험을 높인다. 내가 『여기서 일어날 수 있는 일』에서 설명했듯이, 미국은 오랜 정치적 폭력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사건들은 충분히 우려할 만한 이유가 된다.
트럼프가 많은 책임을 지고 있다. 1월 6일 반란 전에는 선거의 공정성(신뢰성)을 공격하고, 프라우드 보이즈(Proud Boys), 그리고 더 나아가 극우 극단주의자들에게 “대기하라”고 명시적으로 지시했다. 다른 학자들처럼 나도 미국에서 폭력 사태의 위험이 특히 높다고 경고했다. 극적인 사건이긴 하지만, 2020년 10월 7일 미시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를 납치하려던 민병대원 체포 사건이나 1월 6일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24년 선거가 다가오면서 폭력 위협이 다시 한 번 고조되었다. 트럼프 자신이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유세 도중 암살당할 뻔했고, 선거 관리원에 대한 위협이 급증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선거 결과가 다시 폭동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승리로 이러한 우려는 결국 무의미해졌다.
셋째, 미국 사회는 여전히 심각하여 분열되어 있다. 나는 미국 정치 문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런 양극화를 직접 목격했다. 좌파와 우파 모두 상대방을 독재주의적이라고 악마화하고, 정치를 종말론적인 ‘우리 대 그들’의 틀로 규정한다.
데이터는 미국의 양극화가 얼마나 독성이고 고착화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인의 거의 절반이 정치적 스펙트럼의 반대편이 있는 사람들을 “완전히 악하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원과 공화당원의 절반 이상은 서로를 “편협하고, 부정직하며, 부도덕하다”고 묘사한다.
양당 모두 이러한 분열에 기여했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양극화의 주범이다. 그는 첫 임기 동안 끊임없이 분노와 반감을 조장했고, 2024년 대선 캠페인은 보복 공약과 “범죄적” 이민자와 “깨어있는” 좌파에 대한 경고에 집중했는데, 트럼프는 이들을 계속해서 악마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폭력의 위험은 격동의 시기에, 특히 선거의 정당성이 도전받거나 민주주의 제도가 약화될 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두 가지 조건 모두 2021년 반란을 앞두고 존재했으며,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는 행정부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공격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그는 사법 독립, 시민 사회, 학문의 자유, 공공 서비스의 중립성, 언론의 자유, 심지어 기본적인 시민의 자유까지 대통령의 권한에 대한 모든 견제를 약화시키려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오늘날 미국은 마치 화약고와 같다. 다음 암살자가 언제 어디서 공격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2026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폭력의 위험이 급증할 것이며, 2028년 대선 무렵에는 위기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을 완화할 쉬운 방법이 있다. 트럼프가 분열을 조장하기보다는 통합을 이루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정치 온도를 낮추기를 원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종 차별적인 색채가 짙은 공포와 불만에 뿌리를 둔 포퓰리즘적 기조로 집권한 트럼프는, 분열의 불길을 계속해서 부채질하여 정치적 폭력의 위험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사실이다.
<작가/본지 편집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