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의 반란은 정당한 것인가
지 하 선

휘몰아쳐 오는 어둠 속에서 불안한 숨결이
중심을 잃고 바닥의 공격을 여러 번 받았다
왼손과 왼발과 바닥 사이에서 부서진 행성
주름진 고통을 걸치고 소외된 계층, 약자라 자처했다

깁스 세 번의 시련에 늘 악력이 새어나가는 왼손은
작은 물건을 집어 올리지 못하는 장애아
가시 돋힌 시선에 오그라드는 관절로 들이받기 일쑤였다
언제나 뒤처지는 느린 보폭에 헐떡거리는 왼발
깁스 네 번의 고투, 속도에 반항하며 끌려가곤 했다
좌 우의 불화가 나날이 골 깊은 갈등으로 치닫게 되었다
더구나 냉담한 신발까지 가세하여 세 번씩이나 꽉 물려
고꾸라진 왼쪽 발가락
실금간 마디 통증의 방향으로 비상등을 켜고
절뚝거리는 길 위에서 껌벅껌벅 통해내는 비명
발등까지 부어오르는 질문이 검은 멍 빛으로 얼룩지면서
어제보다 오늘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지독한 오른 잡이인 내가 우편만 옳다고 편애 했었나
검붉은 촛불을 들고 계속 목청 높이는 왼쪽
어떻게 그 위험수위를 평정할지 난감한 시대다

- 시와 사람, 2025 여름호, 116

시 해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것은 공평하고 순조롭게 이루어진다. 햇살이 어느 한 곳에만 비추어 주는 것은 아니고 어느 어두움 앞에서도 모두 다가서서 똑같이 밝게 해 준다. 시간도 공기도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이러한 분배에는 시차가 있고 혜택을 받는 사람의 판단에 따라 넘치고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시인은 ‘왼손과 왼발과 바닥 사이에서 주름진 고통을 걸치고 소외된 계층, 약자라 자처’하는 부분을 주목했다. 깁스의 이력은 ‘가시 돋힌 시선’을 발달시키고 ‘골 깊은 갈등’을 낳게 하여 좌와 우의 불화가 깊어진다고 본다. 그 갈등으로 ‘어제보다 오늘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시인은 ‘지독한 오른 잡이인’데 그동안 ‘우편만 옳다고 편애 했었나’고 되돌아본다. 거울을 두고 바라보면 똑같은 사람이 서로 오른손을 들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검붉은 촛불을 들고 계속 목청 높이는 왼쪽’을 보면서 시인은 ‘어떻게 그 위험수위를 평정할지 난감한 시대’라고 걱정을 한다.

시의 제목을 ‘왼쪽의 반란은 정당한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시하면서 설명을 다 하지 않은 부분을 남겨둔다. 당연히 때가 되면 ‘우측의 반란은 정당한 것인가’라는 질문도 나올 것이다. 수천 년 흥망성쇠의 역사를 지켜본 시인이기에 입장을 바꾸어 가정한 것이다. 왼손이나 오른손이나 한몸에 붙어 있듯이 ‘흥망성쇠’나 ‘역지사지’나 초근접 사자성어四字成語임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조승래 시인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시향문학회와 시와시학 문인회 회장, 가락문학회, 함안문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