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원 칼럼】 검사를 위한 변명 ⑨왜 탄핵소추인가?

조송원 기자 승인 2023.11.22 21:34 | 최종 수정 2023.11.25 11:55 의견 0

현행 검사징계법상 검사의 최대 징계는 면직이다. 검사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파면을 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비리 검사도 사직서를 제출하고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개업해, 전관 특혜를 누리며 수억, 수십억 원을 버는 삶을 기약할 수 있다.

탄핵을 당하면 사정이 180도 달라진다. 국회의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의 3분의 1, 곧 국회의원 300명 중 100명이 동의하면 발의할 수 있고, 재적의원의 과반수인 151명이 동의하면 의결된다.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그 순간부터 해당 검사는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을 내릴 때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탄핵심판권은 헌법재판소에 있다.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이 나면, 그 검사는 연금이 50% 감해지고, 5년 동안 공무원이 될 수 없으며, 변호사법에 따라 5년 간 변호사 일도 할 수가 없다. 불명예는 차치하고라도, 가정 경제가 깡그리 무너지는 것이다. 검사는 탄핵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 탄핵소추권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회가 국민을 배신한 공직자를 직접 파면하는 제도이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국가에서 국회는 국민의 대표자로 입법을 통해 국가의 제도를 설계한다. 그러나 정작 그 법의 집행권은 행정부에 있고, 최종 해석권은 사법부에 있다.

따라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한 행정권과 사법권을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헌법적 견제수단이 탄핵소추권이다. 그러므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에 부여된 당위적인 헌법적 의무이다.

‘떡검’, ‘성접대 검사’, ‘스폰서 검사’, ‘벤츠 여검사’……. 검사들의 비리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그런데도 안동완 검사 이전까지 탄핵된 검사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이 헌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왜 의무이지만 권력이기도 한 탄핵소추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일까?

‘털면 먼지가 날 수밖에 없는’ 국회의원들이, ‘맘대로’ 수사할 수 있고 ‘맘대로’ 기소·불기소할 수 있는 막강 검찰에 눈치를 본 탓이리라. 게다가 검찰과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수구언론과 기득권 세력들의 엄호를 받는 조직과 대립각을 세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테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사가 무서워서 법원도 눈치 보고, 국회의장도 눈치를 본다. 다른 행정 각 부는 말할 것도 없다. 감사원장도 검찰총장이 파견한 사람이 돼서 감사원을 대통령의 종속 기관으로 만들었고, 국민권익위원장도 검사 출신의 김홍일이다. 이런 식으로 모든 헌법기관의 자율성이 무너지고 검사의 통제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다.

어떤 일이든 ‘지나침’은 화를 부른다. 개인의 일이든 사회와 국가의 일이든 간에 모든 세상사에 적용되는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다만, 때의 완급이 있을 뿐이다. 아니나 다를까, ‘검사 탄핵’이라며 국민이 먼저 일어섰다. 이에 호응하여 김용민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행동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안동완 검사의 탄핵소추가 발의되어, 심지어 의결까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평생을 자신의 앞에서 ‘꿇어 조아리는’ 사람들만 상대해온 ‘갑’은 대한국인의 ‘불의에 항거하는 정신’과 역동성을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법이니까. 검사의 대롱눈(管見)에 어찌 하늘의 광활함이 보이겠는가.

사족 같지만 결코 허투루 잊어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 막강 검찰의 권한에 대한 유일한 견제 수단인 국회의 탄핵소추권은 안동완 검사 이전에 누구에게 적용해야 했을까?

「지난해 추미애(63·사법연수원 14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61·23기) 검찰총장에게 내린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은 정당했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의 지시에 따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작성한 재판부 분석 문건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을 위반해 수집된 개인정보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윤 전 총장은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이 완료된 뒤 이를 보고 받았음에도 위법하게 수집된 개인정보들을 삭제 혹은 수정하도록 조치하지 않고, 오히려 대검 반부패부 및 공공수사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국가공무원법 제56조 등을 위반한 것으로서 검사징계법에서 정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널에이 사건에 대해 적법하게 개시된 감찰을 중단시키고 대검 인권부로 하여금 조사하게 했다”며 “수사지휘권 위임의 취지에 반해 소집요건을 갖추지 못한 전문수사자문단의 소집을 직접 지시했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및 대검 부장회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해 국가공무원법 제59조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일부 징계사유만으로도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유지해도 위법하지 않다”며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은 양정기준에서 정한 징계양정 범위의 하한보다 가볍고,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윤석열 前 검찰총장 정직 2개월 징계 처분 정당”/〈법률신문〉/2021.10.14.-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재임 시 ‘정직 2개월’보다 더 중대한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처럼 ‘징계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패소한 윤 전 검찰총장은 법원 판결 하루 만에 항소했다.

항소심은 2023년 11월 현재 서울고등법원 행정1-1부에서 진행 중이다.

<작가/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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