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 농장>에도 보면 그렇게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습니다. 제가 이거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이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입니다.”
최강욱 전 의원의 이 발언에, 국민의힘은 “혐오와 분열의 저급한 삼류정치”, 정의당은 “민주당의 도덕성 상실이 당의 시스템으로 굳어진 걸 보여준 사건”이라고 맹비난했다. 김기현 대표는 “‘암컷’ 운운하며 여성을 싸잡아 모욕하는 행태가 과연 정상적인 사고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공격했다. 민주당도 엄중 경고하고 당원자격 6개월 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혐오와 분열’이나 ‘도덕성 상실’이라는 비판은 뜬금없다. 최 전 의원이 ‘암컷’을 빌어 여성 전체를 비하했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김만배와 신학림의 인터뷰 보도를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 반역죄”라는 비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판사 출신의 김기현 대표의 주장은 더욱 동의할 수 없다. 현직 대통령의 모가지를 딴다는 사람이 국방부 장관을 하고 있다. 사형이라고? 어느 것이 더 중한가?
여성 비하 발언의 모범은 국민의힘이 보여준다.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는 23일 국민의힘 관계자가 자신을 ‘젖소’로 표현했다고 주장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손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 관계자가 SNS를 통해, “요즘 개나 소나 ‘앗 젖소네’ 지역을 잘 안다는 사람이 넘쳐나는 거 처음 보네. 이 지역 초등학교에 발이나 붙여봤으면서”라고 했다는 것이다.
장기간 지켜봐온 바로는, 최 전 의원이 결코 성인지감수성이 얕다고는 보지 않는다. 딱 부러진 증거를 댈 수야 없지만, 불의에 눈 감으며 제 것이나 잘 챙기는 못난 남자일수록 성인지감수성이 젬병이라는 일반론에 기댄다. 불의에 용감히 대드는 남자일수록 ‘남자입네’ 내세우는 경우는 드물다. 미루어 짐작컨대, 나와 마찬가지로 최 전 의원도 ‘군복무 가산점’을 반대할 것이다.
「동물농장」이란 소설 제목이 사회자 입에서 나왔기에, 아마 비유적으로 ‘설치는 암컷’이 툭 튀어나왔을 것이다. 하여 굳이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진중하지 못했다. 진의가 어쨌건, 앞뒤 맥락 자르고 문제 단어만 칼질해대는 수구언론을 염두에 뒀어야지. 그렇다고 그냥 눙치고 ‘없던 일’로 하기에는 사안이 가볍지 않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은 공인 특히 정치인에게는 천형 같은 것이다. PC는 말의 표현이나 용어의 사용에서, 인종·민족·종교·성차별·성적지향 등의 편견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본의는 아닐지라도 자신이 무심코 사용한 용어나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설치는 암컷’은 누구나 아는 특정인이지만, 일반 여성이 맥락을 놓치고 들으면, “뭐? ‘암컷’이라고!”, 기분 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가부장제임은 확실한 모양이다. 내게 어떤 여성이 ‘수컷’이라고 일컫는다고 해도 전혀 감정의 변화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정에 있는 사람 가운데 충성스럽고 뜻있는 신하와 일찍 일어나 밤늦도록 공부하는 선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미 나라의 형세가 극도에 달하여 지탱할 수 없고, 사방을 둘러보아도 손 쓸 곳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낮은 벼슬아치는 아래서 히히거리며 술 마시고 즐기는 일에 정신이 없고, 높은 벼슬아치들은 위에서 거들먹거리며 오직 백성의 재물을 긁어모으는 데 정신이 팔려, 물고기의 배가 썩어 들어가는 것 같은데도 그것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
자전(慈殿·임금의 어머니)께서는 생각이 깊으시기는 하나, 깊숙한 궁중의 한 과부에 지나지 않고, 전하께서는 어리시어 다만 선왕의 외로운 아드님, 고아이실 뿐이니, 천 가지 백 가지의 천재(天災)와 억만 갈래의 인심(人心)을 무엇으로 감당해내며 무엇으로 수습하겠습니까?” -남명 조식(1501~1572)/을묘사직소(乙卯辭職疏)-
남명은 출사는 하지 않았지만, 시사(時事)에 관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현실정치에 많은 비판을 가했는데, 대표적인 게 55세 때 명종에게 올린 위의 을묘사직소(단성소)이다. 남명은 상소문에서 명종을 ‘고아’, 문정왕후를 ‘깊숙한 궁궐의 한 과부’라고 공개 비판했다.
당시 수렴청정을 하던 문정왕후의 서슬 퍼런 권세와 전횡을 고려할 때, 남명의 상소문은 ‘죽여주시오’라고 주청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명종이 하도 기가 차서, “아무리 임금이 어질지 못하기로서니 욕을 퍼부어서야 되겠느냐”며 분개하여 남명을 죽이려 했다.
그러나 조정 신료들은 “시골의 무식한 선비를 함부로 죽이면 언로가 막힌다”고 간언하여, 남명은 죽음을 면했다.
숱한 외침과 전란, 그리고 내부모순에도 불구하고 조선이 세계사에서도 유례없이 518년간 왕업을 유지한 건, 순전히 강직한 선비의 존재와 막히지 않는 언로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음을 안다. ‘부분’에 엄준한 매질을 하되, ‘전체’는 보전해야 하지 않겠는가.
<작가/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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