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인문생태시 2 - 쓰레기의 감사말

박기철 승인 2021.04.28 15:44 | 최종 수정 2021.04.30 16:51 의견 0
016년 1월 1일 산에서 쓰레기를 주우며…『아~쓰레기』에 실림
2016년 1월 1일 산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쓰레기의 감사말

산길도 없는 이름도 없는 
인적도 드문 이 동산에 
우릴 가지고 오더니
無心히 마구 두고 갔어요 

우리 몸에 물과 커피를
가져와 마시더니 無用해진
우릴 이렇게 두고 간
사람들이 원망스러워요

오백년 이상 無常으로 
구천을 맴돌 뻔할 
신세를 수습해 쓰레기통에 
버려주시니 고맙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無生의 
삶을 편안히 마칠 수 
있게 되어 제 혼백이 
올라가고 흩어지겠습니다. 

아이가 그리는 그림 같은
아이가 그리는 그림 같은

엄마 맘마 마음

따뜻한 子宮서 자란 태아
탯줄이 끊어져도 
품속이 포근 아늑한 엄마

힘없는 아가 입술이기에
말할 순 없어도
가장 쉽게 옹알대는 맘마

맘마 아닌 밥먹는 몸 된지 
이미 오래되어도
엄마 부르는 아이적 마음

매일 먹은 음식에 감사하며...

은덕恩德 은덕隱德 음덕陰德

나는 내가 먹고 마셔왔던 음식이지요.
I am what I have eaten and drunken.

내가 먹은 음식이 내 몸의 피와 살이 되며
내 머리의 마음과 생각도 이루지요. 
감성과 이성은 물론 본성까지도…  

내가 지금 여기서 힘을 얻어 사는 것도
결국은 내가 먹은 음식들 덕분이에요.

먹는 행위는 먹는 일인 식사(食事)라기보다
어느 생명체가 날 기른 공양(供養)이지요.

날 먹여 살리는 공양은 은혜로운 은덕이며 
드러나지 않고 숨겨진 은덕이자 음덕입니다.
매일 감사드려야 할 큰 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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