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인문생태시 1 - 쓰레기의 애원소리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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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7 21:08 | 최종 수정 2021.05.0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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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시를 쓸 수 있는 자격
나이가 좀 들면 시, 사진, 색소폰을 한다는데… 시는 긴 산문보다, 사진은 섬세한 회화보다, 색소폰은 피아노보다 만만하게 여겨져서일까요? 그런데 짧은 시는, 찰카닥 사진은, 목소리 같은 색소폰은 더 어렵지요. 긴 산문을 쓸 수 있어야 시, 회화의 기본인 데생이 되어야 사진, 노래를 잘 부를 수 있어야 색소폰이 됩니다. 안 되면 시가 아닌 짧은 글, 멋진 풍광을 찍는 사진, 소리만 내는 색소폰에 머물고 말겠지요. 그러니 시를 쓰겠다고 나선다는 게 조심스럽습니다. 어느 시인으로부터 들은 말 그대로라면 “개나 소나 다 시인”의 부류에 들어가는 게 아닌지 캥깁니다.
하지만 두렵기보다 설렙니다. 제가 닭이나 돼지급 시인이어도 좋습니다. 그나마 시 쓸 자격이 있는 건 이미 저는 20여 권의 책을, 30여 편의 논문을 써왔습니다. 글자 수로 수만 자에 달합니다. 1년 365일 매일 써온 글을 모아 만든 책만도 다섯 권입니다. 특히 2012년 9월부터 국제신문에 매주 1회씩 연재하는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칼럼이 500회를 넘었습니다. 이런저런그런 이력을 바탕으로 인문생태시를 쓰려고 합니다. 감상적 서정시가 아니라 인간 중심의 인간주의와 좌우로 갈린 경제주의를 넘는 인문생태학 차원의 인문생태시를 쓰렵니다.
故 신성일(1937~2018)은 생전에 “인간의 본성을 압축한 것이 섹스이며, 언어를 압축한 것이 시”라 설파했는데… 지금까지 긴 산문으로 쓰면서 말해왔던 언어를 시로 압축하려고 합니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는데… 저의 두 번째 안식년 365일(2021.03.01~2022.2.28) 동안 매일 한 편씩 써가면서 제 무식이 드러나며 깨달아지기를 바랍니다.
2021년 3월 1일
素樂 박기철
쓰레기의 애원소리
‘받아’ 들이니까 바다라 했을까요?
꼬시니까 꽃이고
도니까 돈이고
보니까 봄이고
사니까 사람이겠지요.
쓸어질 것이라 쓰레기일 텐데
쓸어지지도 못하고
구천을 맴도는 쓰레기가
눈물 흘리며 애원합니다.
부디 저를 거두어 주세요. 사람님!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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