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하구를 관통하는 대저대교 건설계획의 위법성과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시민환경단체가 제기한 대저대교 고시처분 취소소송에서 재판부가 철새 도래 시기인 오는 12월 하순에 현장검증을 하기로 결정해 소송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부산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천종호, 강태규, 우희성)는 지난 21일 ‘대저대교 도로구역 결정 등 고시처분 취소’ 본안소송 2차 공판에서 환경단체 ‘낙동강하구지키기 전국시민행동’이 신청한 현장검증을 채택했다. 현장검증은 오는 12월 22일 오전 11시부터 대저대교 건설 현장 일대와 부산시가 추진 중인 장낙대교 현장에서 약 3시간에 걸쳐 진행하기로 했다.
2차 공판을 마친 뒤 원고측 변영철 변호사가 참관인들에게 이날 공판 내용 및 향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이날 2차 공판에서는 원고 측이 신청한 현장검증을 받아들이고 검증 일시를 확정했다. 원고 측은 현장검증을 위해 확보가능한 선박이 5인승 수준이어서 부산시 관리선 지원을 요청했다. 이날 재판이 열린 부산지법 본관 306호 법정에는 원고 측 참관인이 약 50명이 참석해 법정을 가득 채웠다. 이는 낙동강하구의 자연을 파괴하는 부산시의 난개발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관심과 분노를 보여준다. 시민행동은 한 달 전부터 SNS를 통해 이날 참관을 독려해 이날 47명이 참여했다.
불과 10분 만에 끝난 2차 공판이었지만 시민들의 의지는 단호했다. 공판 종료 후, 원고 측 변영철 변호인은 “법정에서 설명하는 것과 실제 현장에서 철새가 날아올 때를 보는 것은 매우 다르다. 특히 기존 다리와 대저대교의 거리 문제가 철새 큰고니의 서식에 중요하므로, 재판부가 현장을 직접 확인하면 부산시의 주장이 얼마나 부적절한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현명한 판결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원고 대표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은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에 대모잠자리 서식지가 누락돼 있고, 공사 물양장 인근 보호종 서식지 훼손 관리도 빠져 있다. 이는 환경영향평가 중대한 누락”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곧 환경청에 관련 요청 공문을 보낼 계획이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환경부 앞 시위 등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혔다.
최종석 낙동강하구지키기 전국시민행동 대표는 “촛불혁명, 빛의 혁명을 통해 들어선 민주정권이 낙동강하구 생태계 회복에 희망이 되길 바라며, 부산시의 난개발에 맞서 시민들이 생태계와 환경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자”고 강조했다.
낙동강 하구는 겨울철 철새천국, 백조의 호수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이날 50여 명의 시민들은 공판 30분 전인 오후 1시 30분 부산지법 정문 앞에서 “큰고니에게는 서식지를, 미래세대에게는 희망을! 법은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야 합니다!”라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회견문에서는 “낙동강하구는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삶의 터전이자 세계적 철새도래지”라며 부산시가 추진 중인 대저대교 건설이 법정 보호종 서식지 파괴, 혈세 낭비, 기후위기 심화 등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사법부의 정의로운 결정을 촉구하며 “법은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동강하구 지키기 전국시민행동 회원들이 2차공판 전 부산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대저대교는 강서구 식만동과 사상구 삼락동을 잇는 연장 8.24㎞, 왕복 4차로 도로로 국비 3,956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부산시는 서부산권 교통체증 해소를 명분으로 2014년부터 추진해 왔으나, 환경영향평가 조작 및 대안노선 거부 등으로 시민환경단체의 반발이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말 기공식을 거쳐 2029년 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민환경단체가 대저대교 통과예정지인 습지에서 대저 엄궁 장락대교 철회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낙동강하구지키기 전국시민행동은 대저대교 건설이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 지역을 관통해 환경파괴를 초래한다며 부산시장을 상대로 고시처분 취소 및 집행정지 행정소송을 지난 2월 제기했다. 법원은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기각했으나, 시민행동은 항고했고 본안소송 2차 공판이 열린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에 누락된 것으로 확인된 멸종위기동물인 대모잠자리.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전국시민행동은 이날부터 ‘백조의 호수를 지키는 1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했으며, 시민들은 온라인에서 동참할 수 있다. ☞ https://forms.gle/d8YZCWaUrL4YdXjc9
다음은 낙동강하구지키기 전국시민행동 기자회견문 전문.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연유산, 천연기념물 제179호 낙동강하구를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낙동강하구는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삶의 터전이자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입니다. 그런데 부산시는 이 땅의 핵심지역을 관통하는 대저대교 건설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8월 21일 오늘 부산지법에서 열리는 대저대교 취소 본안소송 2차 공판은 단순한 교량건설 하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위기시대, 우리가 어떤 가치를 지켜야 하는가를 묻는 재판입니다. 과학자들은 분명한 목소리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구기후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들어섰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은 이제 불과 몇 년 남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2030년까지 국토의 육상과 해양의 30%를 보호하고 훼손지를 복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부산시는 ‘그린스마트 도시’를 앞세우면서도 정작 낙동강하구에 16개의 새 교량을 세루려 합니다. 그 중에서도 큰고니의 핵심서식지를 관통하는 대저대교 건설계획은 시대착오적 난개발의 상징입니다.
부산시는 공동조사협약을 어기로 환경부가 제시한 대안노선도 시민사회와의 약속도 모두 저버렸습니다. 그 결과는 1조원이 넘는 혈세 낭비, 법정 보호종의 핵심서식지 파괴, 기후위기 심화, 그리고 후세대에게는 무거운 짐만 남기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기난 수년간 거짓 교통량 예측,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협약 파기와 형식적 심의의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왔습니다. 대저대교 건설은 그 어디에서도 타당성을 찾을 수 없습니다. 사법부는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그러나 집행정지 재판에서 재판부는 우리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했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법은 결코 권력자의 것이 아닙니다. 법은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야 합니다.
지구 평균온도 1.5도 상승, 인류가 맞닥뜨릴 기후재양의 티핑포인트까지 이제 3년 11월 1일 정도 남았다고 합니다. 우리는 기후위기를 만든 세대이자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입니다. 더 이상의 자연파괴는 곧 파멸입니다.
재판부는 정의로운 판결고 낙동강하구의 큰고니의 서식지를 지켜주십이소. 그것이 우리 아이들과 미래세대의 생존을 보장하는 길입니다. 법은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야 합니다! 큰고니에게는 서식지를, 미래세대에게는 희망을! 우리는 사법부의 정의로운 결정을 촉구합니다! 2028년 8월 21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고 백조의 호수를 지키는 소송 시민 참관단 일동
강성화 박중록 김해창 박상현 김소미 최우석 강혜영 강대경 김정태 김옥이 고명자 김경해 양일동 엄수민 오현지 노영민 전미혜 최일숙 강갑지 박재중 강명수 손성희 박용수 서신욱 김선부 김주원 김민재 강호열 윤명희 조경혜 홍동희 소경애 김현정 이용섭 이흥만 이미경 조민서 변영철 이동균 이윤호 최종석 김도현 강미애 정상래 김검회 노현석 이성근.
<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본지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