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현이 만난 사람](10) '일상 속 기획창의학' 전자책 펴낸 박기철 교수

20년 365일 매일 쓴 기획창의 글 인저리타임에 연재
전자책 출간 이어 논문 발표, 주변 확산 계획

조송현 승인 2021.02.10 16:38 | 최종 수정 2021.07.01 10:20 의견 0
'일상 속 기획창의학' 연재 마무리에 이어 전자책 발간 소감을 얘기하는 박기철 교수

박기철(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가 최근 웹진 인저리타임의 ‘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연재를 마무리하고 이를 전자책으로 펴냈다. 하루도 빠짐없는 1년 365일간의 대장정이었다. 이 연재를 통해 박 교수는 ‘기획창의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개념을 제시했으며, 일상생활 속에서 기획창의를 생생하게 실천해보였다. 최근 부산 연산동 인저리타임 사무실에서 박 교수를 만났다. 기타를 둘러맨 박 교수의 모습은 예능인과 자유인, 그리고 천생 기획창의학자 모습이었다.

▶‘일상 속 기획창의학’ 연재를 마친 소감을 어떻습니까?

“매일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불분명한 개념들이 정리되더군요. 머리가 좋아지고 기획창의력도 늘었다는 느낌이다. 처음부터 이론이 아니라 삶 속에서 기획창의를 실천하려고 애썼습니다. 매일 계속하다 보니 나의 기획창의력이 발달하고 기획창의학의 개념도 점차 또렷해지는 느낌이다.”

▶매일 한 편씩 뭔가를 쓴다는 건 고역이자 난제일 텐데요?

“매일 쓰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첫 안식년 기간인 2012년 9월 1일부터 13년 8월 31일까지 안식년 일상을 매일 한 편씩 써 『박기철 교수의 안식년 365일』이란 제목의 전자책으로 펴냈습니다. 그리고 쓰레기에 관한 단상과 철학을 담은 『아, 쓰레기』, 먹는 것에 관한 『공양』, 소박한 즐거움이란 저의 인생관에 관한 『소락』도 매일 한 편씩 글을 써 모은 것입니다. 매일 글쓰기는 처음엔 게으름으로부터 탈피하려고 시작했는데 이젠 좀 이력이 붙어 할 만합니다.”

전자책 '일상 속 기획창의학' 표지(앞표지-왼쪽)

▶‘기획창의학’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교수가 되기 전 광고회사에서 광고기획자(AE)로 18년 근무했습니다. 광고회사에서는 기획자(planer)와 제작자(creator)가 나눠져 있습니다. 기획과 창의가 따로따로이죠. 여기에 문제의식을 갖고 기획과 창의를 융합해 기획창의를 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사전에 찾아봐도 ‘기획창의’라는 단어는 없더군요. 기획창의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보고 기획창의학이라는 학문도 개척해보겠다는 의지가 생겨 시작하게 됐습니다.

▶기획창의는 무엇인가요?

“광고회사에서는 ‘기획’ 한 다음에 ‘창의’(창조) 합니다. 기획은 개념이나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이고. 창의는 창조입니다. 기획창의는 이를 하나로 묶은 planning creative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나누는 게 익숙하지만, 사실 우리 삶의 현장에서는 대개 바로 창조에 들어갑니다. 바로 기획창의 하는 것이죠.

▶기획창의 하면 머리로 할 것 같은데, 글을 보면 모두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기획창의와 연결하더군요. 동네 공원도 있고, 국내 여러 시군, 심지어 하와이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등 외국도 등장하는데요. 그래서 ‘발로 쓴 기획창의’라고 불러도 좋을 듯한데, 그렇게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견문을 넓히기 위함입니다. 글감을 얻으려면 견문을 넓혀야 한다는 게 저의 지론입니다. 하와이는 환갑기념으로 자녀들이 비행기표를 선물해줘 다녀왔고요, 보르네오 섬은 코로나19 팬데믹 전에 혼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국내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그동안 가보지 못한 100여 군데를 여행 겸 기획창의 글감 얻기 목적으로 다녀왔습니다. 이번 저의 기획창의 글들은 생각의 여행이자 견문여행기인 셈입니다.”

산책길에서 만난 백구 마루와의 교감 속에 기타를 치는 박 교수

▶이번 ‘일상 속 기획창의학’은 광고업계나 산업계의 성장지상주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기본 이념은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생태주의입니다. 인문생태학을 기본으로 하지만 인문학을 넘는 생태학, 생태주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상 속 기획창의’는 삶 속에서 인문생태학을 몸소 실천하는 삶의 기획창의입니다.”

▶그러고 보니 국제신문에 매주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을 2012년부터 10년째 연재 중이고, 삶도 소박한 즐거움, ‘소락素樂’을 추구하고 계십니다. 자본주의의 첨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광고회사 출신의 광고홍보학과 교수로서 의외라는 느낌이 드는데, 생태주의적 삶을 추구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33번의 낙방 끝에 대학 교수가 되면서 삶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인지는 굳이 꼽아보지 않았는데, 방금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해보니 세 가지가 작용한 것 같습니다. 그 하나는 제가 존경하는 국민대 윤호섭 교수님입니다. 윤 교수님도 광고회사에서 광고디자이너로 활동하시다가 대학 교수가 되면서 생태주의자로 변신하셨습니다. 집에 냉장고도 없이 생활할 정도로 철저한 생태주의적 삶을 살고 계십니다. 다른 하나는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 나머지 하나는 노자의 『도덕경』입니다. 이들 책은 저를 생태주의 세계관을 갖게 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진단하신다면?

“코로나19 팬데믹의 근본 원인은 쓰레기의 양산하는 삶의 방식에 있다고 봅니다. 쓰레기를 줄이는 생활을 하지 않는 이상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해소되지 않을 겁입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더라도 일시적 정상화에 그칠 뿐 이후 또 다른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을 게 뻔합니다. 그래서 삶의 기획창의가 중요한데, 우리 인간의 탁월한 청소력을 발휘하고, 쓰레기를 줄이는 삶의 방식을 기획창의 해나가야 합니다.”

▶향후 계획을 말씀해주십시오.

“연재물을 묶은 전자책 『일상 속 기획창의학』 출간에 이어 조만간 논문을 발표해 기획창의학의 주춧돌을 놓고 차차 발전시켜나갈 계획입니다. 또 기획창의를 글이나 학문뿐 아니라 삶 속에서 실천하고 동지들과 함께 주변에 널리 확산하고 싶습니다.

◇박기철 교수는

▷광고홍보학 전공, 광고회사 광고기획자 출신으로 현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광고홍보학은 결국 기획창의학이라는 깨달음 얻어 ‘일상 속 기획창의학’ 집필
▷저서로는 『일상 속 기획창의학』『세상에서 가장 쉬운 광고책』『박교수의 마케팅 특강』『패러다임 사고학』『논술을 넘는 감술』『박기철 교수의 안식년 365일』『울 엄마 이야기』 등 18권.
▷국제신문에 매주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10년째 연재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시빅뉴스에 매월 「박기철 칼럼: 美 女 文」 연재 중.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솜씨가 전문 예능인을 방불. 일상 속에서 특별한 이야기를 끄집어내 이를 이리저리 잇고 엮어 새로운 사고의 체계를 만드는 데 특별한 재능의 소유자.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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