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 과학 인사이드】 블랙홀에 관한 새로운 상식 – 블랙홀도 빛을 낸다

조송현 기자 승인 2023.11.16 13:40 | 최종 수정 2023.11.24 14:08 의견 0

Q1. 과학 인사이드 이 시간엔 알아두면 교양이 되는 다양한 과학 소재를 찾아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지난시간엔 원시행성 테이아와 원시지구 가이아의 충돌이 달을 만들었고, 지구내부에도 테이아의 물질이 남아 있다는, 거대충돌설을 지지하는 최근 연구 결과를 소개해주셨는데요, 오늘은 ‘블랙홀에 관한 새로운 상식’을 알려주신다고요?

--> 예, 블랙홀은 우주에서 정말 기괴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신비로운 천체입니다. 그래서 일반인들도 블랙홀 하면 상당한 관심과 지식을, 상식을 갖고 있지요. 그런데 최근 블랙홀에 관한 연구가 많아지면서 예전의 블랙홀에 관한 상식이 깨어지고 새로운 내용이 상식으로 정립되기도 합니다. 그중 하나가 ‘블랙홀은 검지 않다’입니다.

Q2. 블랙홀이 검지 않다고요? 원래 볼 수 없다, 보이지 않는다, 검다고 해서 블랙홀 아닌가요?

--> 맞습니다. 빛조차 빨려들어가 빛을 내지 않으니 검게 보인다, 보이지 않고 검은 어둠의 심연이라고 해서 블랙홀이라는 이름이 붙었죠. 미국의 천체물리학자이자 킵 손의 스승인 존 휠러가 붙였죠. 근데 그 상식이 근래 몇 년 사이에 바뀌었다는 사실을 얘기해드리고 싶습니다.

Q3. 블랙홀에 관한 새로운 상식을 소개하기 전에 일반 청취자를 위해 ‘블랙홀 상식’을 먼저 간단히 소개해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좋습니다. 우선 블랙홀의 생성에 관한 상식입니다.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가장 흔히 알고 있는 것은 별이 최후의 순간, 초신성으로 폭발해 블랙홀로 탄생한다는 겁니다. 드라마틱한 변신이죠. 이건 아무 별이나 되는 건 아니고 태양보다 10배 이상 큰 별이 핵융합반응을 더는 하지 못하게 되면서 무거운 몸덩어리가 중력붕괴를 일어켜 초대형폭발이 일어나는데, 이때 그 폭발이 중심이 아니라 중간쯤에서 일어나면서 껍데기는 날아가고 중심핵은 더욱 단단해져 블랙홀이 되는 거죠. 이 폭발 때 내는 빛은 은하 전체보다 밝은데 이 상태를 초신성이라 부르죠.

두 번째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습니다. 태양질량의 수십만 배에서 수백억 배에 이르는 초대질량 블랙홀이죠.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큰 블랙홀은 피닉스 성단에 있는 TON 618이란 초대질량 블랙홀인데, 태양질량의 660억 배로 추정되고 나이도 108억 년 이상 된다고 합니다. 초대질량 블랙홀의 정확한 생성 메커니즘은 아직 모릅니다. 이건 아직 수수께끼입니다.

이외에 블랙홀 생성 가설로는 천체의 충돌로 형성된다, 별이 다른 질량을 잡아먹고 질량을 자꾸자꾸 키우다가 중력붕괴로 블랙홀이 된다는 설이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엔 초대질량 블랙홀은 빼고, 별의 진화 과정에서 중력붕괴로 형성된 블랙홀을 대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Q4. 태양의 660억 배나 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라니! 상상이 잘 안 되네요.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블랙홀이 검지 않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 그건 블랙홀이 빛을 내기 때문입니다.

Q5. 블랙홀이 빛을 낸다고요? 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는, 중력이 극도로 강한 천체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그 블랙홀이 빛을 낸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요?

--> 맞습니다.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경계를 사건의 지평선이라고 하죠. 근데 이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적 해석입니다. 여기에 양자역학을 적용했더니 블랙홀이 빛을 낸다는 이론적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를 밝힌 물리학자가 그 유명한 스티븐 호킹이죠. 호킹은 1974년 양자역학적 효과인 양자요동 때문에 블랙홀이 열복사를 방출한다는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이 열복사를 ‘호킹 복사’라고 부릅니다.

Q6. 양자요동 때문에 블랙홀이 열복사를 방출한다고요! 어렵지만 양자요동이 어떤 현상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 양자요동 현상으로 인해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근처에서 입자와 반입자가 쌍생성되었다가 쌍소멸하기도 합니다. 그때 발생한 두 입자 중 어느 하나가 블랙홀로 들어가고 다른 하나는 탈출하면, 그 탈출한 입자는 블랙홀에서 입자를 방출하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우주 전체적으로 에너지는 보존되어야 하기에 외부에서는 블랙홀이 에너지를 잃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게 바로 블랙홀이 열복사를 낸다는 호킹 복사입니다.

Q7. 1974에 발표한 이론이면 꽤 오래되었는데, 그간 학계는 호킹 복사를 어떻게 생각했나요?

--> 호킹 복사를 이론적으로 반박한 이론물리학자는 거의 없습니다. 이론적으로 한 치의 허점이 없다고 다들 인정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관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호킹의 이론에 따르면 호킹 복사는 블랙홀의 질량이 클수록 더 약합니다. 작을수록 강해지고요. 그래서 보통의 블랙홀에서 방출하는 호킹 복사는 너무 희미해 관측이 불가능합니다. 반대로 입자가속기에서 순간적으로 발생한 작은 블랙홀은 긍방 호킹 복사로 소멸합니다.

Q8. 이론적으로 맞다고 해도 실제 관측할 수 없다면 ‘블랙홀이 검지 않고 빛을 낸다’는 게 상식이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연구가 많이 나왔습니다. 물리학자들이 실험실에서 "블랙홀 아날로그"(블랙홀 유사체)를 만들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호킹 복사 방출을 확인했습니다. 블랙홀 유사체란 블랙홀의 특성을 모방하는 현상이나 시스템을 가리키는데, 빛이 탈출할 수 없는 지역을 만드는 게 핵심인데, 그 지역의 경계를 ‘사건의 지평선’이라고 부르죠.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의 로테 메르텐즈팀이 원자 체인을 사용해 사건의 지평선을 만들어 실험했더니 특정 조건에서 사건의 지평선 밖으로 열복사가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연구는 물리학저널인 리뷰 리서치에 발표되었죠. 블랙홀 유사체에서 호킹 복사를 확인하면서 이제 ‘호킹 복사’에 대해 더 신뢰하게 되고 실제로 ‘블랙홀은 검지 않다’, ‘블랙홀은 빛을 낸다’는 말을 과학계에서는 새로운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암스테르담대학의 Lotte Mertens 교수 

호킹 복사뿐 아니라 블랙홀은 물리학계의 핵심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물리학의 양대 기둥인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만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블랙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둘 다 알아야 하고 반대로 이 두 이론을 통합한 이론(만물의 이론)이 나와야 블랙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두 이론의 통합, 만물의 이론은 물리학계의 최대 숙제이죠. 그런 점에서 비록 블랙홀 유사체에서이긴 하지만 호킹 복사의 확인은 블랙홀 연구를 나아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통합을 향한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과학계는 평가합니다.

Q. 마무리

오늘은 ‘블랙홀은 검지 않다, 블랙홀은 빛을 낸다’는 새로운 놀라운 상식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또 블랙홀이 물리학자들의 최대 숙제인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통합을 시도하는 연구대상이라는 새로운 상식도 얻은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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