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시대9-지상갤러리】 버려진 나무와 숲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생태환경 설치미술작가, 문병탁 조각가

송영명 전 부산미협 및 부산예총 회장

시민시대1 승인 2022.09.30 10:25 | 최종 수정 2022.10.10 19:35 의견 0
 「용꼬리1」  재료 :고목+철근+갈대 높이 9m 1998독일설치
 「용꼬리1」, 재료 : 고목+철근+갈대, 높이 9m, 1998년 독일 설치

올 여름은 홍수와 산사태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고, 또한 엄첨난 수재민이 발생하여 고통스런 생활을 하게 했다. 天災인지 人災이지를 정확한 분석결과를 내어 놓아야 할 것이다. 인재가 천재보다 더 무섭다고 하지 않은가?

수억 년 동안 온갖 풍파를 맞으면서 형성된 자연의 오묘한 리듬과 흐름에 맞춰 인간이 자연에 순응하는 동양철학을 잘 알고 있으면서 인간의 욕심에 의해 충분한 연구와 대비책을 강구하지 않고 오늘날 곳곳에 난개발과 형질변화로 생태계를 파괴하고 더 큰 재해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보겠다. 사자死者의 한 평 남짓한 묘자리를 고르는 데도 햇빛은 믈론 물줄기와 바람의 흐름을 읽는[風水地理] 우리 선조들의 맑은 지혜가 떠 올린다.

동아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일찍이 장안읍 오리마을에서 14년간 자연에 깊은 애정과 성찰로 생태환경 설치미술 작업을 해왔던 문병탁 조각가 이야기를 들어본다.

문병탁 작가는 1969년 창녕에서 태어나 유년기부터 부산에서 성장하여 한국조형예술고등학교(구,공예고)를 나와 동아대 조소과를 졸업하여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자랑스런 부산의 중견 작가이다.

“인간의 본질이 자연이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조각과 설치 작업의 출발이다. 그것이 어떤 동물의 형상이건 형체를 띄지 않는 구조물의 형태를 가지든 간에 인간과 함께하는 자연의 요소들을 사람들이 보며, 만지면서 느낄 수 있도록 계획한다.”

「용꼬리2」, 철근+갈대H8m, 대청호 「용꼬리3」, 철+뿌리, H11m, 2000년
「용꼬리2」, 철근+갈대H8m, 대청호 / 「용꼬리3」, 철+뿌리, H11m, 2000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개발 사업은 경우에 따라 필요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조심스러움이 없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살아온 이곳 산들이 산업단지 개발에 의해 산 자체가 아예 사라져버리는 상황을 보면서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산의 모든 생물들이 없어지게 된 것은 마치 휑하니 구멍이 뚫린 듯 아침저녁으로 바라보던 제 마음 속의 산이 사라져버린 것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산은 그냥 이런저런 물질들이 자리하는 장소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거기에는 숨이 있고 기운들이 베이어 있으며, 산의 정기와 정령을 머금고 있습니다. 생명들의 거처인 것이지요.”라고 작가는 밀하고 있다.

「떠나는 것들-숲의 정령」展, 개인전, 2010년, 장안대동마을
「떠나는 것들-숲의 정령」展, 개인전, 2010년, 장안대동마을

요즘 젊은 작가들이 산업페기물[톱나바퀴, 철판, 자동차 부품, 깡통 등]을 이용한 설치 작품을 곳곳에서 보지만, 문 작가의 작업장에는 산업개발 또는 홍수사태 등으로 베어지고 쓰러진 나무토막과 가지들을 주서 모아 산덤이 같이 쌓여있다. 이 재료들을 이용하여, 개발로 숲속에서 서식하다 사라진 동물들의 형상을 만들어 주로 야외 설치작품으로 발표하고 있다. 땔감 또는 부패되어 사라질 나무토막과 숲을 이용한 동물형상의 작품에는 자연에 깊은 애정을 지닌 문 작가의 예술혼과 작품을 보고 교감하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생명을 불러 넣어 환생하는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고 하겠다.

「회귀-숲의 정령 : 코끼리」, 435x150x250cm, 2021년, 창녕우포
「회귀-숲의 정령 : 코끼리」, 435x150x250cm, 2021년, 창녕우포

‘용꼬리’ 시리즈로 우포늪, 대청호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등에서 발표한 설치작품은 베어진 갈대와 나무뿌리 등으로 제작하여 담쟁이 등 넝쿨식물이 서식하여 생명체를 이루게 되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간혹 농촌이나 강가로 지나면 전봇대에 넝쿨식물이 들어붙어 넝쿨기둥이 된 것을 보듯이...

문병탁 설치미술 작품을 통해 “자연은 결코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다. 자연은 인간과 모든 생명체의 영원한 휴식처이자 고향이다”라고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담고 싶다.

 

문병탁 작가

◇ 문병탁 작가

▷한국조형예술고등학교[구, 공예고] 및 동아대 예대 조소과 졸업

▷2022 도심숲 야외조각전:울산문화에술회관 초청

▷2021 우포생태미술마을 프로젝트[우포늪 생태체험장, 창녕]

▷2021 업사이클링 아트 페스타 특별전 ‘매립장 옆 동물원’[부산자원순환협력센터, 부산]

▷2020 영도문화예술회관 기획전시 - RUN PLAIN- ‘들판을 들리다’[영도문화예술회관 선유갤러리, 부산]

▷2019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 ‘잉태의 공간, 기원의 시간’[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 울산]

▷2019 제5회 부산문화재단 국제예술교류 :한국, 미얀마교류전

▷2018 제7회 거제바다미술제 <바다, 거제에 새바람이 불다>

▷2018 파이어 아트페스타 2018 ‘헌화가’[경포해수욕장, 강릉]

▷2017 DNA - 공존의 법칙[경남 도립미술관, 창원] 이외 240여 회 전시

▷1993 용평 눈조각 대상수상 및 가야미술대전 조각부문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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