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이후 우리 우주에서 생겨난 광자(photon)는 모두 몇 개일까?
미국 클렘슨 칼리지의 천문학자 마르코 아젤로(Marco Ajello)가 이끄는 연구팀이 그 해답을 내놓았다고 코스모스 등 과학전문매체들이 2일 보도했다. 연구팀의 논문은 저널 사이언스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빅뱅 이후 137억 년 동안 만들어진 총 광자의 수는 4×10⁸⁴개이다.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4,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개이다.
이 수치는 태양이 1000억×1조 년 동안 방출하는 광자의 숫자에 해당한다.
이 같은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아젤로 연구팀은 미항공우주국(NASA)의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 데이터를 이용했다.
이 우주망원경은 감마선은 물론 감마선과 우주안개 성간먼지 및 별에서 방출되는 모든 자외선·가시광선·적외선과의 상호작용을 관측한다. 특히 연구팀의 흥미를 끈 것은 739개 블레이자(blazar)에서 나오는 감마선 신호였다. 블레이자는 초고온의 백색제트를 내뿜는 활성 블랙홀을 가진 엄청나게 밝은 은하를 말한다.
블레이자에서 방출되는 감마선 광자의 규모를 측정함으로써 연구팀은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의 우주 안개의 밀도를 계산할 수 있었다.
아젤로는 “별빛의 안개를 통과해 여행하는 감마선 광자는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흡수된 광자의 수를 계산함으로써 우리는 안개의 두께를 측정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시간의 함수로서 전체 파장 범위에 걸친 빛의 양을 계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밤하늘은 어두워 보이지만 먼 옛날 별들에서 방출된 광자들에 의한 분산백열(diffuse glow)로 가득 차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은하외부 배경 복사(extragalatic background light, EBL)이라고 한다.
이 분산백열은 실제로 별에서 생산된 광자의 극히 일부분만을 포획한다. 모든 별은 먼지투성이 환경에서 태어나므로 별빛은 대부분 먼지에 흡수된다. 그러니까 EBL의 광자들은 먼지를 뚫고 나와 지금까지 우주공간을 여행해온 행운아들인 셈이다.
우주의 광자 수를 계산하려면 먼저 EBL의 광자를 계산해야 한다. 그런데 우주가 워낙 크기 때문에 탈출한 빛은 4km 거리에 있는 60와트 전구의 밝기에 불과하다. 이 빛은 가장 강력한 성능의 망원경으로도 너무 희미해서 직접 볼 수 없다. 그래서 연구팀은 멀리 있지만 강력한 블레이자로부터 방출된 감마선과 EBL의 상호작용을 관측했다.
아젤로 연구팀은 EBL의 광자 총계를 계산하기 위해 페르미 감마 우주망원경의 10년치 데이터를 사용했다. 739개의 블레이자로부터 2억~116억년 만에 지구에 도달한 감마선을 관찰했다. 이를 바탕으로 EBL 안의 광자들과 충돌하여 얼마나 많은 감마선들이 흡수되거나 변화되었는지를 계산했다.
"우리는 10억 년 전, 20억 년 전에, 60억 년 전 등 각 시대의 총 별빛을 측정하면서 별이 처음 형성된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EBL을 재구성하고 이전보다 더 효과적인 방식으로 별의 형성 역사를 쓸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아젤로의 말이다.
연구팀은 이 작업을 통해 지금까지의 EBL을 가장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우주 역사를 매우 세부적으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우리 우주에서 별이 가장 빨리 만들어졌던 시기는 약 100억 년 전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것은 또한 우주의 팽창 속도를 계산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논문 공동 저자인 디터 하트만(Dieter Hartmann)은 “이 분야에서 획기적인 돌파구”라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파도바 대학의 천체 물리학자 엘리사 프랜디니(Elisa Prandini)는 EBL 측정은 광학망원경으로 측정한 값과 상호 점검할 수 있는 독립적인 방법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프랜디니는 “연구팀의 방대한 데이터와 EBL 측정은 보물”이라며 “이들 성과는 앞으로 학계에서 보다 많이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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