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인들도 나섰다.
일본의 경제 도발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높은 가운데 한국의 문학인들이 일본 아베 정권의 반성과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8일 발표했다. 이번 성명에는 진보성향과 보수성향의 단체가 함께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깊다.
문학인들은 성명에서 아베 정권의 이번 조치는 경제 도발이자 가미카제식 자해행위라고 규정하고, 개인의 법적 권리를 국가폭력적 권위로 억압하려는 아베 ㅔ정권은 그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학인 성명서 전문이다.
대한민국의 2019년은 3.1만세운동 100년,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하는 매우 뜻 깊은 해이다. 일제 식민지 시절, 독립과 평화를 위하여 목숨을 던진 순국영혼들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러한 때 가해자인 일본이 피해자 한국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회담에 ‘배상’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이후 일본 정부는 여러 번 ‘유감’이나 ‘사과’ 표현을 하면서, 한편으론 과거사를 부정하는 망언을 거듭했고, 특히 아베 정권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그 말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게끔 행동했다. 범죄를 반성한다면서 범인을 영웅으로 추모하는 행위를 계속한다면 진정한 화해가 가능하겠는가. 진정한 사죄와 그에 걸맞은 행동이 병행되어야만이 한일 간의 평화공생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현 일본 정부는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이란 조목만을 금과옥조인 양 천명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아베 정권은 피해자의 치떨리는 굴욕의 역사를 반추하라는 듯 ‘경제도발’을 했다. 이번 사태로 한일 양국은 서로 적지 않은 손해를 볼 것이다. 개인의 법적 권리를 국가폭력적 권위로 억압하려는 아베 정권은 그 행위를 멈춰야 한다. 아베 정권의 이번 결정은 한국에 앞서 일본 시민들에게도 피해를 입히는 가미카제식 자해행위다. 이번 사태를 대하며 작가로서 아래와 같이 결의한다.
1. 우리는 피해자의 고통에 동참한다. 강제 징용노동자 피해자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등 일본 식민지 기간에 피해 입은 모든 피해자와 그 고통에 동참하며 작품을 쓰고, 낭송회를 지속한다.
2. 우리는 일본의 양심적 작가와 지식인, 평화적 시민과 연대한다. 아베 정권의 피해자인 일본 작가들, 시민들과 연대한다. 국내에 사는 혹은 여행 오는 이웃나라 일본 시민들을 환영한다.
3. 지금까지 일본 전역을 다니던 문학기행 단체여행을 중단한다. 우리는 그간 지속해오던 일본문학기행, 설국(雪國)기행, 윤동주 문학기행 등 단체여행을 보류한다.
4. 우리는 극우 파시즘으로 향하는 아베 정권에 반대한다. 보수본류에서 나온 보수방류라는 극단적인 극우 아베 정권에 우리는 반대하며, 평화를 사랑하는 일본 시민들과는 적극 연대한다.
5. 우리는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한국 정부와 기업의 노력과 결과를 기대한다. 추격기술도 중요하지만, 기초과학을 튼실하게 키우기 위해 밤잠을 자지 않고 연구하고 제작하는, 한국의 과학자와 기술자들, 그것을 지원하는 정부의 노력을 응원하고 기대한다.
6. 정부와 정치인, 국민이 한뜻으로 모이기를 지지하며 함께한다. 문재인 정부가 이번 일에 빈틈없는 외교 협상을 하여 이 갈등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변혁시켜 주길 바란다.
굴욕의 식민지 시절, 제국적 폭력에 아첨하는 글을 쓰지 않고 평화를 노래한 한국의 정지용, 이육사, 윤동주, 일본의 미야자와 겐지, 쓰보이 시게지, 이바라기 노리코 등 앞선 선배 작가의 길을 생각해본다. 부디 아베 신조 정권이 잘못된 판단과 행동을 뉘우치고, 아시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이룩하는 길에 함께 해줄 것을 강력히 희망한다.
2019년 8월 8일
(사)국제펜한국본부 (사)한국문인협회 (사)한국작가회의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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