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사진 혹은 오래된 그리움 같은 곳, 만주를 가다 ... 소설가 박명호의 인문기행 '만주 일기'

조송현 승인 2019.12.05 17:13 | 최종 수정 2019.12.05 18:09 의견 0
소설가 박명호의 '만주 일기' 표지.
소설가 박명호의 '만주 일기' 표지. 인타임 / 144쪽 / 10,000원.

빛바랜 사진 혹은 오래된 그리움 같은 곳, 만주를 가다.
우리가 잊어버린 시간과 공간 속에 살아가는 또 다른 우리를 찾는 20여 년에 걸친 인문기행.

두만강과 압록강 너머 오래된 호칭으로 ‘만주’라는 공간과 우리의 과거가 살아 있다. 그 곳에는 우리의 말과 우리의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살아가는 우리와 같은 핏줄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중국의 소수민족이지만 우리에게는 디아스포라이다. 이 책은 만주 일대에 살아가는 조선족을 만나 그들의 어제와 오늘을 들춰보고, 삶과 애환을 소설가 특유의 감성으로 생생하게 담은 기록이다.

‘만주 일기’는 관광 명소를 찾아다며 그 감흥을 적은 여느 기행문과는 다르다. 우리가 잊어버린 시간과 공간 속에 살아가는 또 다른 우리를 찾아가는 인문기행이다.

저자는 청소년 시절 멀리서 전파 타고 넘어오는 연변라지오방송을 들으면서 그곳에 우리와 같은 말을 쓰고, 도라지, 아리랑을 부르는 우리 동포가 산다는 것이 신기했고, 그리고 동경하기 시작했다. 만주가 과거의 역사가 아닌 살아 있는 현재의 역사라는 것이 살 떨리는 감흥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곳은 갈 수 없는 죽의 장막 저 쪽의 땅.

성인이 돼서도 ‘만주 열병’을 앓던 저자는 중국과 국교가 수립된 이후 1996년부터 2017년까지 마치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에 이끌린 듯 한 두 해 걸러 한 번씩 만주를 찾았다. 찾은 곳은 단동·봉성·심양·연길·용정·삼합·개산툰·이도백하·백두산·장백·연길·훈춘·도문·목단강·하얼빈·길림 등으로 조선족이 거주하는 만주(중국 동북3성의 일부 지역) 전역을 아우른다. 20여 년 간의 여정을 일간지 국제신문과 웹진 인저리타임에 연재한 기행문 ‘만주 일기’가 책으로 재탄생했다.

저자가 20여 년간 답사한 만주 일대 지명들.

‘만주 일기’ 내용 중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김하기 월북’ 사건도 들어 있다.

‘1996년 마침내 연변작가들과 부산작가들의 공동문집 <두만강 여울소리, 낙동강 갈대소리>를 발간을 했다. 그리고 출간 행사를 연길에서 거행하기로 하고 행사 겸 관광 겸 해서 부산에서 90여 명의 작가와 독자들이 연변을 방문했다. 개방 초기였던 당시, 작가들 간 교류에 대한 중국 당국의 경계가 심했다. 설상가상 동료 작가 김하기가 술김에 두만강을 건너 월북하는 바람에 상황이 심각해졌다. 행사는 불허되고 공동문집 배포는 금지됐다. 많은 돈을 들여 힘들게 가져간 책을 그냥 쓰레기 더미에 버려야 했다. 수습한다고 혼자 남아 있었지만 그 사건은 이미 남북한과 중국의 국가 간의 문제로 커져버렸다.’

저자는 20여 년간 만주를 다녀오면서 흑백사진 같았던 그곳의 세태변화를 안타까워하면서도 흑백사진 같은 그리움을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스무 해가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그 사이 만주 아니 중국도 많이 변했다. 특히 한국행 붐과 조선족 사회의 급격한 붕괴를 지켜봤다. 아마 조만간 만주에 만주족이 없는 것처럼 조선족, 조선 문화도 곧 사라질지 모른다. 그러나 만주는 아직도 우리에게는 없는 흑백 사진 같은 그리움이 있고, 눈물이 있고 사연도 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시간이 나면 그곳에 간다.’

소설가 박명호.

▷저자 박명호

늘 재미있는 놀이를 찾아다니는 낭만가객 소설가. 어릴 때부터 놀이가 좋아해 소설가가 되었고, 놀이처럼 재미있는 소설을 쓰고자 하는 작가. 한 때 부산 서면 한복판에 ‘풍락재(風樂齋)’를 만들어 낭만가객들과 어울려 풍류를 즐기면서 문예지 『문학풍류』 창간을 주도하기도. 주변이 시들해지면 문득 주체할 수 그리움에 이끌려 만주로 훌쩍 떠나기도. 작가에게 만주는 선물과 같은 곳이라고.

초기작 ‘가롯의 창세기’와 교육소설 ‘또야, 안뇨옹’는 종교와 현실문제 다룬 장편소설로 자유분방한 작가의 본류와는 거리. 그 뒤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단편들을 묶은 소설집 ‘우리 집에 왜 왔니’ ‘뻐꾸기뿔’ 등은 “간결하고 절제된 문장과 서정성으로 운문 같은 소설의 경지를 보여줬다”는 평가.

199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장편 『가롯의 창세기』·『또야, 안뇨옹』, 소설집 『우리 집에 왜 왔니』·『뻐구기뿔』·『어떤 우화에 대한 몇 가지 우울한 추측』, 잡감집 『촌놈과 상놈』, 부산작가상·부산소설문학상.

만주 두강강 유역.

▷목차

작가의 말
프롤로그_ 한바탕 크게 울 만한 자리

제1부 만주 봉천(奉天), 심양 아이러니
동방명주(東方明珠)를 타고서
단동에서 뛰는 사람들
만주 개장수
만주 봉천(奉天), 심양 아이러니
만주족이 된 박씨(朴氏)들
도문행 기차에서 만난 사람들 - 북조선 인민
도문행 기차에서 만난 사람 - 아사꼬와 콩쥐

눈 내린 연변 고수툰.

제2부 연변라지오방송
연변라지오방송 - 송아지
연변라지오방송 - 시인과 당나귀 그리고 싸락눈
석화를 아십니까?
하방 세대 조선족 작가들
버스 남자차장과 해란강의 아이들
용정 와이당과 하리파인(下里巴人)
당나귀 화장실

제3부 오랑캐를 넘다
오랑캐령을 넘다
개산툰 부의(簿儀) 황제 어곡전
개산툰의 눈물
백두산 오지 마을에서 하룻밤
삼수갑산에 불귀(不歸)
분홍빛 도시 훈춘
토종 훈춘 누어치

제4부 목단강 편지
목단강 편지
목단강(牧丹江)에서 동태가 된 두 시인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
길림행 기차에서
길림의 도라지
두 얼굴의 북녘 여자
노래하자 하루빈
북만주 하얼빈역 광장에서의 백일몽

#저자 박명호 010-9612-3366 aremal@hanmail.net
#도서출판 인타임 대표 조송현 010-8305-3112 pinepines@hanmail.net

<동아대 겸임교수·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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