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가 24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 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예비 행정처분을 결정했다. 해당 처분의 근거는 2015학년도 신입생 모집요강 위반이라고 대학 측은 밝혔다. 당시 제출된 공주대 인턴, KIST 인턴, 동양대 보조연구원 경력과 관련된 기재사항이 모집요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부산대의 행정처분에 대해 대다수 시민들은 "성급한 데다 과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언론 제반 분야의 대개혁을 촉구해온 교수·연구자 모임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가 최근 부산대의 조민 씨에 대한 '의전원 입학취소 처분'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네트워크는 25일 "교수·연구자들이 아비, 어미의 심정으로 분노의 감정을 꾹꾹 누르며 작성했다"며 '조민 씨에 대한 부산대 의전원 입학취소 처분을 즉각 철회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네트워크는 부산대의 결정에 대해 ▷대법원 최종 판결 전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한 점 ▷학내 공식 기구인 '입학전형 공정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대학본부 독단으로 결정을 강행한 점 ▷입학 취소 처분의 근거가 매우 추상적이고 불투명하다는 점 등 세 가지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트워크는 "가장 큰 문제는 이번 결정이 과거 입시절차 관행이었던 제도적 미비점을 현재의 잣대로 단죄하는 역진적 처벌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네트워크는 제출 서류 문제가 당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아직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지 않았음에도 명확한 근거 없이 입학 취소 처분을 발표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우며, 이야말로 균형과 공정을 생명으로 삼아야 할 대학에서 벌어지는 독단의 전형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네트워크는 대한민국 국립대학 가운데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기 전에 반 헌법적인 결정을 감행한 곳은 부산대가 유일하다며 이는 외압 말고는 이처럼 성급한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네트워크는 대학은 피교육자의 전 인생을 다루는 만큼 세상의 어느 기관보다 엄정하고 합법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부산대가 헌법정신에 기초하여 입학취소 예비 행정처분을 즉각 철회할 것과 진실의 전당으로서 부산대의 위상을 회복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조민 씨에 대한 부산대 의전원 입학취소 처분을 즉각 철회하라!>
1.
부산대학교가 조민 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예비 행정처분을 결정했다. 해당 처분의 근거는 2015학년도 신입생 모집요강 위반이었다. 구체적으로 당시 제출된 공주대 인턴, KIST 인턴, 동양대 보조연구원 경력과 관련된 기재사항이 위반이라는 것이다.
8월 24일 공표된 부산대의 결정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조민 씨의 입학 관련 서류는 형사재판 대상이다. 따라서 3심제로 구성된 우리나라 법체계상 대법원 최종 판결 전까지는 당연히 무죄추정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부산대는 정경심 교수 2심 재판이 “사실심(事實審)의 최종심”이라는 반 헌법적 논리를 동원하여 행정처분을 강행하였다. 나아가 스스로가 과거에 “대법원 확정판결 후에 행정처분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힌 입장을 이번 발표를 통해 정면으로 뒤집고 있다.
UN총회는 1948년 채택한 세계인권선언 제11조 제1항에서 “모든 형사피의자는 자신의 변호에 필요한 모든 것이 보장된 공개 재판에서 법률에 따라 유죄로 입증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 받을 권리를 가진다” 고 밝힌다. 우리나라 헌법 제27조 제4항 또한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분명히 규정한다.
이러한 ‘무죄추정 원칙’은 죄형법정주의, 증거재판주의와 함께 근대 형법의 근간을 이루는 3대 법리다. 하지만 부산대는 “사실심이 최종심” 운운의 기괴한 논리로 해당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심지어 가짜스펙을 만들어 자식을 의전원에 합격시킨 현직 교수가 작년 8월 2심에서 실형을 받은 사실이 있다. 하지만 해당 의전원은 입학취소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당사자는 현재도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부산대의 현재 처분의 자의성을 뚜렷이 증명하는 사례가 아닌가.
둘째, 학내 공식 기구인 <입학전형 공정관리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결정을 무시하고 대학본부 독단으로 결정을 강행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조민 씨가 제출한 서류의 영향력을 분석한 결과 입학서류에 기재한 경력이 주요 합격요인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입학취소 또는 입학유지라는 결론을 도출하지 않는 것으로 통보하였다.
이상에도 불구하고 대학본부는 “정경심 교수의 항소심 판결과 소관 부서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입학취소를 결정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처럼 무리한 결정을 내린 “소관부서”는 어디인가? 해당 결정을 내린 최종 책임자는 누구인가? 부산대 당국은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하게 공개해야 한다.
셋째, 입학취소 처분의 근거가 매우 추상적이고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부산대 직접 발표에 따르면 의전원 입학 사정에서 1차 서류 통과자 가운데 조민 씨가 19위를 기록했다. 전적대학 성적은 전체 3위, 공인영어성적은 4위였다. 자기소개서에서는 의료봉사를 핵심 경력으로 기술했고 문제가 된 표창장 내용 등은 인용하지도 않았다. 설령 스펙에 대한 법원 판결이 맞다 하더라도 입학에 영향이 없었다는 것이다. 부산대 공정위가 표창장 등 입학서류 기재 내용과 합격/불합격 여부가 상관관계가 없다고 판정한 핵심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제출 서류 문제가 당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지도 않은 내용을 근거로 입학을 취소한다는 발표가 어찌 상식적일 수 있는가. 이야말로 균형과 공정을 생명으로 삼아야 할 대학에서 벌어지는 독단의 전형이 아닌가?
2.
대한민국 국립대학 가운데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기 전에 지금 부산대와 같은 반 헌법적 결정을 감행하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 말 못할 외압이 존재하지 않고서야 이 성급한 결정을 이해하기 어려운 까닭이 그것이다.
대학은 피교육자의 전 인생을 다룬다. 세상의 어느 기관보다 엄정하고 합법적 절차가 필요하다. 그럴진대 한 젊은이의 인생을 결정짓는 처분을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하고도 과연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는 것인가.
가장 큰 문제는 이번 결정이 과거 입시절차 관행이었던 제도적 미비점을 현재의 잣대로 단죄하는 역진적 처벌이라는 점이다. 조민 씨의 의전원 입학이 문제라면, 당해 연도인 2015년 전국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모든 대상자를 철저히 사정(査定)해야 한다. 그러한 전수조사를 통해 제출 서류들의 문제점 유무를 완벽하게 검증해야 비로소 헌법이 규정하는 균형성과 형평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식적 비판을 부산대와 특히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가슴에 새겨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사태의 발단은 조민 씨의 부친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검찰개혁 추진과 그에 대항하는 검찰의 무차별적 수사권 남용에서 비롯되었다. 입학취소 결정의 바탕이 된 표창장 등 서류 문제 자체가 특수부의 '별건수사‘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겨냥한 칼날에 자식이 희생당한 것이다.
그 결과 조민 씨의 어머니는 2심에서도 4년 징역을 선고받고 감옥에 있다. 아버지는 교수직에서 직위해제되어 겹으로 진행되는 소송에 임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조민 씨가 표적이 되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당할 자리에 오게 되었다.
한 청춘의 땀과 노력이 짓밟히는 지금의 상황에 대하여, 사회적·정치적 입장 차이를 떠나 어미 아비의 마음으로 묻고 싶다. 이러한 공격은 너무 비열하고 잔인하지 않은가?
대학에서 교육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우리는, 이 성명서를 통해 부산대 당국이 헌법정신에 기초하여 입학취소 예비 행정처분을 즉각 철회할 것과 진실의 전당으로서 부산대의 위상을 회복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2021년 8월 25일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교수·연구자 일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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