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명의 전국 교수·연구자들이 정부와 국회에 대하여 ‘획기적이고 강력한 민생 대책’을 촉구하는 성명을 27일 발표했다.
서명 교수들은 정부의 미온적 코로나19 재정정책을 질타하고,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 및 소상공인, 자영업의 손실보상액 전액 지급을 요구하는 등 코로나19로 고통에 빠진 서민경제를 살리는 보다 강력한 민생대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K-방역체계에 국민들이 자기희생을 무릅쓰고 적극적으로 협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극도로 소극적인 예산 집행으로 인해 일방적 희생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책 당국, 특히 기획재정부의 안이한 현실 인식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2020년 4월 말 한 차례의 전 국민대상 긴급재난지원금 이후 2022년 10월의 5차까지 코로나지원금을 실행했지만 이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 생계를 보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올해 12월 17일 기획재정부 장관이 4조3000억 원 규모의 방역지원금 및 손실보상·지원확대 방침을 밝혔지만, 이 역시 그동안의 피해를 보상하기에는 조족지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등은 GDP의 12.7%의 재정자금을 지출한 반면, 우리나라는 중국의 4.7%보다 적은 3.4%를 지출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재정건전성 순위는 OECD 3위로 좋아졌지만 지난 2년 동안 국내 제조업 취업자가 3만 명 감소하고 특히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는 무려 56만 명이 줄어드는 등 영세취약업종이 집중적으로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배달업 등 비정규직 운수업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취업의 질이 크게 낮아진 것도 우려할 상황이다. 미증유의 재난 상황 속에서도 정부가 써야 할 돈을 쓰지 않아서 서민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의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서명 교수들은 정부 못지않게 국회를 향해서도 매서운 요구를 내놓았다. 코로나19 대처 문제에 관한 한 여야 구분없이 정쟁을 중단하고 국민을 살리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공동성명서 전문이다.
정부는 획기적이고 강력한 민생대책을 신속하게 실시하라!
1.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부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오늘 코로나19의 질곡에 빠져있는 우리나라 노동자,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이 질문은 생사의 갈림길을 좌우하는 명제이다.
시급하고 적절한 민생대책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한, 국민들은 정부의 존재와 가치에 대하여 중요한 회의에 빠질 것이다.
2019년 1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몰아치고 있다. 수많은 사망자가 속출 중이다. 여러 국가에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난국을 맞아 우리 국민은 정부의 강력한 K-방역체계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왔다. 문제는 국민에게 인내를 요구하고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정부 정책이 도를 넘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 당국의 안이한 현실인식이 강력히 비판받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요 국가들의 경우 적극적 정부예산 지원을 통해 팬데믹 지원금을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2020년부터 2021년 3월까지 3차에 걸쳐 약 8,700억 달러의 지출을 계상했다. 캐나다는 2020년부터 개인 사업자에게 무상 1만 달러를 포함하여 4만 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2021년 코로나 대응에 따른 예산 5천억 유로 가운데 1,800억 유로를 국가부채로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대한민국의 지난 2년은 어떠했는가? 일정 소득 수준 이하 계층에게 지극히 소액 자금만을 지원해 왔다. 주요 국가들에서 국민 개별 건 수 당 적지 않은 무상 지원을 제공하는 것과 극히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4월 말, 전 국민 대상 제1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실행되었다. 이후 2021년 10월까지 5차 지급이 이뤄졌지만 이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서민 생계를 위한 대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선별지원이었다. 12월 17일 기획재정부 장관은 4조 3천억 원 규모의 방역지원금 및 손실보상・지원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역시 소상공인이 그동안 받은 손실을 보상하기에는 조족지혈이다.
2.
우리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비상시국에 응당 실행해야 할 일을 다 하지 않고 있다고. 그에 따른 결과는 어떠한가? 대한민국은 불의의 대외충격에 견디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서민 가계부채라는 폭탄을 떠안게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유로 존의 정부부채는 약 20%, 가계부채는 3.7% 증가했다. 반면에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율은 무려 9.0%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가속도인 것이다. 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이 요청될 때마다, 이를 거부하며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입버릇처럼 외쳐온 것은 재정건전성 문제였다.
과연 대한민국의 재정건전성은 위기인가? 그렇지 않다. 2021년 국가별 순위에 있어 OECD 국가 가운데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팬데믹 와중에 오히려 순위가 급상승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재난지원 관련 재정 지출을 크게 억제하고 있다는 증거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토론회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등은 GDP 대비 재정자금 평균 12.7%를 팬데믹 위기 극복을 위해 쏟아 부었다. 중국조차 4.7%를 지출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고작 3.4%인 것이다. 외환보유고가 세계 9위인 4,700억 달러에 이르고 있음에도.
이에 따라 노동자와 자영업자 절대 다수가 종사하고 있는 서비스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는 팬데믹 직전 2019년 말에서 2021년 11월까지 약 67만 명이 증가했다. 반면, 제조업 취업자는 약 3만 명 가량 줄어들고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등 서비스업종 취업자는 무려 56만 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규모가 영세하면 영세할수록 가혹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질적인 측면에서는 더욱 문제다. 취업의 질이 낮은 배달업 등 비정규직 운수업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팬데믹 시작 이후 2년이 채 못 된 기간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취약계층 보호에 대하여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곳이 기획재정부다. 이 부처가 서민과 비정규직에 대한 소극적 지원정책으로 일관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설마 팬데믹을 기화로 그동안 실행하지 못했던 취약산업 구조조정을 시도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3.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말의 성찬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실제적 지원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13조 원 규모의 전국민재난지원금을 제안했다.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 당선을 전제로 50조 원 규모의 손실보상액 전액 지급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제안들은 기획예산권을 장악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장관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물거품이 되고 있다. 여야의 강력한 요구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 기획재정부는 대한민국에 소속되지 않은 별도의 독립공화국인가?
생사기로에 처한 서민계층의 회생과 더불어 경제성장율 제고를 위해, 획기적 규모와 방식의 전국민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액 지급이 지금 당장 시행되어야 한다.
코로나변종인 오미크론이 폭발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정부는 방역 강화 카드를 다시 한번 꺼내들고 있다. 이 조치가 현실화되면 서민경제는 또 한 차례 타격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절망과 고통에 빠진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가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 서민이 무너지고 중산층이 무너지고 경제가 다 무너지고 난 다음 재정건전성을 달성하면 그것이 무슨 소용인가?
이러한 엄중한 상황인식에 따라 우리 교수·연구자들은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정부와 국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정책당국은 재정건전성만을 금과옥조로 여기지 말고 비상시에는 비상한 방법으로 대처하라. 재정건전성은 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수단과 목적을 혼돈하지 말고 종합적인 민생 대책을 조속히 수립하라.
1. 기획재정부 장관은 노동자,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 살리기 전국민재난지원금 및 손실보상액 전액 지급을 지금 즉시 추진하라.
1. 국회는 고통 받는 국민의 입장에 서야 한다. 기획재정부의 눈치를 보지마라. 여야 각 정당은 팬데믹 대처에 있어서만은 정쟁을 멈추고 하나로 힘을 모으라. 그리하여 국민을 위해 국민을 살리는 정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
2021년 12월 27일
적극적인 서민경제 대책 추진을 요구하는 교수·연구자 일동
<대표기자, pinepines@injurytim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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