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러시아 게이트'을 반영한 미국 주간지 <타임>(2017년 5월 18일) 표지. 하지만 '러시아 게이트'는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의혹' 수준의 허망한 결말을 향해 가고 있다.
제3단계 ‘미-러 유착’, 그리고 ‘미-러 공모’의 허망한 결말
‘의혹 보고’에 대한 의문
'러시아 의혹'을 수사하고 있던 FBI(미연방수사국) 등의 수사 당국은, 금년 초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 직전에 ‘2016년 미 대통령 선거를 표적으로 한 러시아의 영향 캠페인’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러시아 최고 레벨에서 선거 개입의 승인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강하다’는 발표를 한 것이다.
13쪽짜리 보고서를 보면, 선거개입과 연결될 수 있는 실증적인 설명은 아무것도 써져 있지 않다. 푸틴 대통령이 언제, 어디서, 어떤 명령을 내린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은 설명은 없고, ‘가능성이 강하다’ ‘확신하고 있다’는 등 사법고발문서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정서적 표현이 넘쳐나고 있다.
게다가 주어도 ‘러시아’ ‘러시아 정부’ ‘러시아 상층부’ ‘푸틴 대통령’ 등 다양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고, 도대체 누가 미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것인지, 지휘계통도 불분명하고 일관성이 없는 내용이다.
기밀정보에 관한 이야기이므로 보고서에 모든 것을 명백히 밝힐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미 정보기관의 보고서로는 너무 허술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보고서의 태반은 러시아 공공방송의 반미보도 비판에 할애되어 있었다. 제재조치를 받고 있는 러시아 국영방송이 반미적인 보도를 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대통령선거 개입이라는 스파이 첩보공작과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 읽어보아도 잘 알 수가 없다.
평소 러시아 정부에 비판적인 <모스크바 타임즈>도 ‘러시아에 관한 비인텔리전스(非intelligence. 지적이지 않다, 혹은 정보기관적인 보고는 아니다)’라는 표제를 싣고, 새로운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 보고서를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 유력 매스컴 간에 비판의 응수가 반복되었다. 결국 결론다운 결론이 나오지 않은 채로 다른 화제로 넘어간다.
'러시아 의혹'의 제3단계의 발단이고, ‘미-러 유착’ 혹은 ‘미-러 공모’라는 의혹의 부상이다.
일반적으로는 '러시아 게이트'라 불리고 있다. 닉슨 대통령의 사임으로 귀결된 ‘워터 게이트’ 사건과 겹치는 명명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사임을 추궁하는 냄새를 풍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적대하는 국가(러시아)와 미국 법률에 위반하는 ‘공모’를 했다는 의혹이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진영은 대통령 취임식 전에 러시아 측 관계자와 대러제재조치 등의 문제에서 밀담과 밀회를 거듭했다는 것으로서, 미 대통령 진영의 측근과 보좌관이 연달아 지탄을 받게 된다.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러시아 대사도 공격의 대상이 되어, 마치 미선거개입 공작의 책임자인 양 보도되었다. 푸틴 대통령은 키슬랴크 대사에 대한 ‘고발’에 대해, ‘러시아의 대사가 미국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하는 것이 왜 안 된다는 말이냐. 그것은 그의 직무이고 그 때문에 나는 그의 급료를 지불하고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러시아 측에서 보면, ‘러시아 외교관이 통상의 외교 활동을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뭐가 나쁘다는 것인가’라는 것이 된다.
‘미-러 공모’라는 허망
연이어 미-러 ‘공모’ 의혹 보도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가장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과 러시아 여성 변호사의 밀회 사건이다. 작년 7월 이 밀회에서 ‘클린턴 후보 스캔들 기밀문서’가 전해졌다고 보도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도 구체적인 증거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고, 결국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사건의 중심이 된 여성 변호사는 영어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출신의 전 지방검찰관이었다. 모스크바 교외에서 국영 토지와 시설의 불법 등기·부정입수 사건으로 의혹을 불러일으킨 인물로, 도저히 미대통령 선거의 대미스파이 공작을 맡을 수 있는 사람으로는 생각할 수 없다.
게다가 여성 변호사 주위에서 암약한 인물은 순수한 러시아인은 적고 유대, 타타르,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아 등 여러 민족이 모여서 도저히 러시아 국가를 위해 스파이 공작을 행할 사람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소련 연방 붕괴 후 미-러를 연결하는 마피아 활동과 의심스러운 활동을 해온 수상쩍은 집단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더 낫다.
약 1년에 걸쳐서 계속되어 온 '러시아 의혹'을 총괄하면, 당초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배 또는 조종’이라는 의혹이었다. 그 후 (미 대통령선거에) ‘개입’으로 변하고, 다시 ‘영향’으로 되고, 현 단계에서는 (미-러의) ‘공모’로 되어 있다. ‘의혹’의 내용은 점차로 레벨이 떨어지고 이제는 러시아는 한옆으로 밀쳐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기질과 행동을 둘러싼 개인 평가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법개입과 수사방해, 부정자금 운용이 있는지 어떤지 하는 문제로, 푸틴 대통령과는 관계가 없다는 이야기다.
러시아 측에서 보면, ‘미-러 의혹’의 최대 문제는 미국 사회가 러시아 사정을 잘 모르고, 러시아 사회가 트럼프를 환영하며 신용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미-러 유착’과 ‘미-러 공모’의 최대 근거가 된다. 그러나 러시아의 대다수 사람들은 트럼프란 사람을 모르며 신용할 턱도 없다. 미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후 모스크바 거리에서 텔레비전 기자가 중년 여성에게 감상을 물었다.
“그 클린턴이란 이상한 아줌마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것이 러시아 사회의 본심이고 푸틴 대통령도 트럼프와는 거리감을 갖고 관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 더, 러시아 쪽에서 보면, 미국 사회는 트럼프라는 인물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 대통령선거가 보여준 문제 제기는 더욱 뿌리가 깊고 트럼프가 사라져도 문제는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 대통령 선거와 병행하여 행해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를 묻는 국민투표의 결과는 완전히 같은 기반에서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경제 격차의 확대로 몰락 산업지역의 불만이 폭발하여, 이기주의적인 국가주의로 회귀하고픈 생각을 분출한 정치·사회 현상이었다.
이 국가주의 흐름의 이면에서 활약한 사람이 대통령 선거를 지휘한 스티브 배넌 최고책임자인데, 그는 뒤에 대통령 수석전략관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 백인지상주의 소동으로 사임했다.
러시아의 식자들 사이에선, 미국 내부의 리버럴 민주당+유력 매스컴+공화당 강경파의 구 엘리트 지배층과 신질서 구축을 부르짖는 트럼프 진영과의 대립이 격화하여, ‘이제는 러시아가 출현할 무대는 없어졌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미 내부의 대립·권력투쟁은 계속되어, 세계적인 질서 체제의 재편성·재구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혼란은 간단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미-러 관계의 개선도 당분간은 없을 것이다. ‘각오하라’는 상황이 된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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