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87) 청천, 김윤배

손현숙 승인 2023.03.31 17:00 | 최종 수정 2023.04.03 16:55 의견 0

청천

                                  김윤배

 

 

물소리는 생애를 멀리 돌아나간다

모든 생애는 허술하게 늙어간다

내 생애는 늘 고백이었다

물소리를 생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걸 수 없을지도 모른다

청천에서는 고백 없이도 절망 할 수 있겠다

김윤배 시인

 

김윤배 시집 《내 생애는 늘 고백이었다》을 읽었다. ‘별꽃’ 2023.

새벽에 몸을 깨워 시인의 아름다운, 절망의 고백서를 읽는다. 아니다, 읽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거나 사라지는 생성의 소리를 듣는다. 어쩔 수 없는 것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싶은 것에 대한, 그러나 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질주이거나 유혹이다. “진화는 당돌하고 예측 불가고 예민”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인의 절망은 그래서 더 깊고 현현하다. 시인은 이미 통과한 시간과 통과할 시간에 대하여 생각한다. 통과한 시간이 절망이었다면, 도래할 시간은 그것이 아니기를 간구한다. 농담처럼 “모든 생애는 허술하게 늙어”가는 시인은 자기 몸에 자기를 예민하게 각인한다. 정처 없는 것에 관하여 “내 생애는 늘 고백이었다”로 피를 찍어 꼭꼭 써내려간 “봄까지 돌아보지 않을 절망의 기록”을 몸 안으로 들인다,

 

손현숙 시인
손현숙 시인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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