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록
임보
편코자 하거든
가능한 한 적게 가져라
네가 가진 것은 다 네 짐이다
사람을 만나지 말라
네가 만난 자들은 다 끈이 되어
너를 얽어매리라
저 세상의 이름을 빌어
불쌍한 자들을 속이지 말라
그보다 큰 죄는 없다
남의 눈이 되지 말고
남의 귀가 되지 말라
네 눈과 귀도 밝지 못하거늘
이 또한 죄악일 뿐이다
굳이 남을 위해 무엇인가 하고 싶거든
그들의 지팡이가 되라
너보다 강한 자를 움직이는 것은
굴종(屈從)이 아니라 강직(剛直)이며
너보다 약한 자를 움직이는 것은
강압(强壓)이 아니라 온유(溫柔)다.
The Proverbs
If you want to an easy life
Have little as far as possible
Everything you own is your own burden
Don’t meet people
Everyone you meet will bind you
Like a tie
Don’t deceive the poor
With the name of the other world
That is the greatest sin
Don’t be others’ eyes
Nor their ears,
As your eyes and ears are not clear,
So the deed is just another sin
If you obstinately want to be something for others
Be their stick
What moves people stronger than you is
Integrity not subservience;
What moves people weaker than you is
Mildness not coercion
임보시집 《산상문답-林步의 잠언(箴言) 대역시집/Questions and Answers at the Mountain》을 읽었다. ‘우리시움’ 2023.
여러분은 낭창이라는 것을 아시는지? 우리시 낭송회에 가면 임보 시인의 낭창을 들을 수 있다. 더러는 처연하게 더러는 해학적으로, 시인은 오늘의 시를 운율에 맞게 소리를 내어 왼다. 그런데 그 울림은 낭창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서 시와 시인의 삶까지도 꿰뚫어 보게 하는 무엇이 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더 먼 곳을 바라보는 시인의 울림은 오늘의 나와 당신을 돌아다보게 하는 힘을 갖는다. 임보 선생님의 시가 그렇다. 여기 《산상문답_林步의 잠언(箴言) 시집》의 시편들에서도 쉽지만, 쉽지 않은 오늘의 우리가 가득하다. 비가 오는 날, 바람 부는 날, 눈이 오는 날,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시인은 그 모든 날들이 살아있어서 빛나는 날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오늘, 바람이 분다. 처마 끝에서 쟁강쟁강 풍경 소리 청아하다.
◇ 임보 약력
'임보'라는 이름은 좋아하는 시인 '랭보'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본명: 강홍기(姜洪基), 1940년 전남 순천 출생, 196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였다. 서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였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충북대학교 국문과 교수를 지냈다. 시집으로 《林步의 詩들 59-74》 《山房動動》 《木馬日記》 《은수달 사냥》 《황소의 뿔》 《날아가는 은빛 연못》 《겨울, 하늘소의 춤》 《구름 위의 다락마을》 《운주천불》 《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가》 《자연학교》 《장닭설법》 등이 있다. 한국현대시협상. 성균문학대상. 시예술상본상. 상화시인상, 《산상문답》으로 2017년 제6회 녹색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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