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89) 우두커니, 최춘희

손현숙 승인 2023.04.15 08:43 | 최종 수정 2023.04.19 16:19 의견 0

우두커니
                      최춘희

 

 

무덤에 들었던 한 사람

섬백리향 꽃길따라 여기 왔어요

나 아닌 또다른 내가

물그림자로 비치는

헛것인 나를 보고

비바람에 지워진 비문처럼

그렇게,

 

최춘희 시인 : 경남 마산 출생 / 동국대학교 문예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 1990년 『현대시』 신인상에 시 〈고등어〉 외 5편이 당선되어 등단 / 시집 《종이꽃》 《늑대의 발톱》 《시간 여행자》 《초록이 아프다고 말했다》 외 다수 출간 / poet56@hanmail.net 

 

최춘희 시집 『봄의 귀를 갖고 있다』을 읽었다. ‘천년의 시작’ 2023. 

시인은 이야기한다. 죽음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몸을 바꿔서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고. 그리고 오늘은 바로 그 무덤에 들었던 사람이 “삼백리향 꽃길 따라” 돌아오는 날이다. 그 모든 사물의 환생이 바로 나였다가, 너였다가, 꽃이었다가 물그림자였다가. 헛것이어도 괜찮고. 물그림자여도 괜찮다. 시인은 꽃차례의 이 찬란을 선하고 연한 눈빛으로 환대한다. 그것이 어쩌면 한순간의 미혹일지라도 꽃 앞에서 우두커니, 그렇게…,   

 

손현숙 시인
손현숙 시인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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