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81) 까미, 김보람
손현숙
승인
2022.12.23 16:25 | 최종 수정 2023.03.2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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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
김보람
작은 영혼이 웅크린 그림자를 물고 있다
너는 검정을 질주하는 선수처럼
공중을 풀어헤치다 곁눈질을 보낸다
창밖을 보렴,
새벽의 붉고 푸른빛
끝의 시작을 배웅하는 속도, 배낭을 메면
고개를 치켜드는 개의 고독한
눈우물
천장부터 물이 차올라 여름이 엎질러진다
쌕쌕거리는 네가 내 배꼽 위에 누워서
1인실 꿈의 스위치를 끈다 딸각,
긴 잠이여!
김보람 시집 《이를테면 모르는 사람》을 읽었다. ‘시인동네 시인선’. 2022.
젊고 아름답고 저항하는 시인의 시집을 읽는다. 밖에서 안을 보는 불안. 경계의 흔적들은 부정의 시학이다. 명랑한 레퀴엠이 도처에서 출몰한다. 뛰어가는 슬픔. 시인은 슬픔을 이야기 할 때 다소곳 시선을 모은다. 말갛게 울음을 터뜨린다. 까미, 시인이 키우던 반려견. 도대체 저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죽음은 속삭이듯 조곤조곤 시인의 사랑을 데려간 모양이다. 언어가 닿을 수 없는 먼 곳까지. 시인은 그렇게 자기만의 율격으로 정서를 드러낸다. 그런데 이게 시조? 그렇다. 시인은 가장 단단한 형식으로 지금 막, 자신의 슬픔을 흔들어 깨우는 중이다.
지상에 새로 뜬 별, 김보람의 세 번째 시집 『이를테면 모르는 사람』 출간을 축하한다.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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