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10) - 방년(芳年)의 꽃다운 처녀

소락 승인 2021.01.23 12:26 | 최종 수정 2021.01.23 12:41 의견 0
여고생이던 1955년 창경원에서 

엄마의 처녀 때는 서기(西紀)가 아니라 단기(檀紀)를 썼던 시절이었다. 단기와 서기는 2333년 차이가 있다. 단기 연도에서 2333을 빼면 서기 연도다. ‘창경원에서’라고 적힌 사진은 단기 4288년 10월 24일이라고 쓰여 있다. 서기 1955년이다. 큰 언니와 작은 언니네 식구들과 함께 모처럼 창경원으로 놀러 갔었을 때다. 엄마는 아직 여고생이라 빳빳하게 풀 먹인 하얀 칼라가 아름다운 창덕여고 교복을 입고 있다.

‘인천에서’라고 적힌 사진은 단기 4289년 8월 3일이라고 쓰여져 있다. 서기 1956이다. 이제 졸업을 하고 꽃다운 방년(芳年)의 처녀티가 완연한 옷을 입고 있다. 당시의 사진은 모두 흑백사진이기에 우리는 이 시절이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당시도 세상은 총천연색의 아름답고 생기발랄한 시절이었다.

여고를 졸업한 1956년 인천에서(오른쪽 두 번째) 

이 아름다운 흑백사진을 더 아름답게 감상하는 방법은 상상력을 동원하는 일이다. 상상력으로 만든 총천연색 컬러 안경을 쓰고 보면 참으로 아름다운 세상이 보인다. 엄마가 가장 아름답게 꽃피운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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