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치료비 채무와 대여금 채권의 상계 가능한가?
폭행 치료비 채무와 대여금 채권의 상계 가능한가?
양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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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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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친구관계였던 甲과 乙은 술자리에서의 사소한 시비로 주먹다툼까지 벌이게 되었고 甲은 싸움 과정에서 乙의 얼굴 등을 가격하여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게 되었습니다. 사건 이후 乙은 병원을 찾아 자비 300만 원을 지출하여 치료를 마친 후 甲에게 치료비를 지급하라고 하였지만, 甲은 자신이 예전에 乙에게 300만 원을 빌려준 것이 있다며 자신이 받을 대여금 300만 원과 乙 이 받을 치료비 300만 원을 상계하자고 주장하였습니다.
사과도 없는 甲에게 화가 난 乙은 그렇게 할 수는 없다며 치료비를 그대로 지급하라고 하였고, 그 이후 자신이 甲에게 받을 300만 원의 치료비 채권을 丙에게 양도하고 甲에게 채권양도의 통지까지 마쳤습니다. 그 후 치료비 채권을 양수한 丙이 甲에게 300만 원의 지급을 청구하자, 甲은 자신의 대여금채권과 치료비 채무가 이미 상계처리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바, 丙이 양수한 치료비 채권을 지급받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쌍방이 서로 대립하는 동종의 채권을 갖고 있고, 당해 채권들의 이행기가 모두 도과한 경우 당사자 일방은 일방적 의사표시로서 양 채권을 소멸시키겠다는 상계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492조 등). 민법은 동종의 채권이 대립하는 경우 일방 채권이 변제되고 다시 상대방의 채권이 변제되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하여 일방적인 의사표시만으로 쌍방의 채권이 소멸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도록 정한 것입니다. 이때 상계의 의사표시를 하는 자의 채권을 자동채권, 그 반대되는 상대방의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표현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상계의 의사표시는 채권이 상계를 허용하는 것일 경우에 한하여 가능한 바, 상계가 허용되지 않는 대표적인 경우는 자동채권에 항변권이 붙어 있는 경우, 당사자가 사전에 의사표시로 상계를 금지한 경우 등이 있습니다. 특히 판례는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한 상계는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0. 12. 21. 선고 90다7586 판결 참조).
불법행위의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현실적인 손해배상을 받을 필요가 있는데, 만약 불법행위의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다른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가해자가 자신의 채권과 자신이 부담하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채무를 상계해버린다면 불법행위의 피해자는 가해자에 대하여 자신이 부담하던 채무가 소멸하는 이익은 얻겠지만, 불법행위에 따른 현실적인 손해배상은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안의 경우 甲은 고의로 乙에게 상해를 입힌 가해자로서 乙에 대하여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며, 당해 채무는 고의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채무에 해당하는 바 甲은 이를 수동채권으로 한 상계의 의사표시를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사안에서 甲이 가사 乙의 채권양도 이전에 상계의 의사표시를 일방적으로 하였다 하더라도 이 같은 상계는 효력이 없으며, 따라서 甲은 여전히 乙 및 乙로부터 당해 채권을 양수한 丙에 대하여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甲은 丙의 청구에 따라 치료비 채무를 이행하여야 할 것이며, 乙에게 받을 금원이 있다면 별도로 乙에 대한 채권행사로써 만족을 얻을 수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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