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증호 시인의 「시조, 사랑을 노래하다」46 부부 - 서일옥

손증호 < 시인 / hosooson@hanma 승인 2024.01.10 10:14 | 최종 수정 2024.01.10 11:02 의견 0

부부

서일옥

나보다
먼저 일어나
문을 여는 당신 눈빛

당신보다
먼저 들어와
방을 닦는 내 마음

이 세상
어느 눈비도
연리목으로 이겨내리


연리목처럼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이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군요. 초장엔 '나보다/먼저 일어나/문을 여는 당신 눈빛'이 있고. 중장엔 '당신보다/먼저 들어와/방을 닦는 내 마음'이 있습니다. 부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아주 쉬운 시어로 담담하지만 아주 당당하게 노래합니다. 이렇게 서로 배려하고 뜻을 맞취서 살다 보면 '이 세상/어느 눈비'인들 감히 침범할 수 있겠어요?

두 나무가 서로 맞닿아 한 나무가 되는 현상을 연리(連理)라 하고, 줄기가 연결되면 연리목, 가지가 연결되면 연리지라고 합니다. 연리목은 만들어지는 과정이 마치 부부가 만나 살아가는 과정과 닮았는데 변하지 않는 남녀 간의 사랑을 상징합니다. 새해엔 연리목을 찾아 영원한 사랑을 빌어 보면 어떨까요?

손증호 시인

◇ 손증호 시인

▷2002년 시조문학 신인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부산시조 작품상, 성파시조문학상, 전영택 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등

▷시조집 《침 발라 쓰는 시》 《불쑥》, 현대시조 100인 선집 《달빛의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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