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본세상 23 - 청년의 눈으로 본 세상】 커피와 커피축제 - 장백산

커피와 커피축제 / 장백산(자영업 청년)

인본세상 승인 2024.03.06 17:04 | 최종 수정 2024.04.01 16:20 의견 0

안녕하세요. <인본세상> 구독자 여러분!

저는 전포동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장백산입니다. <인본세상> 지난 호에 이어 다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호에서 부산 청년 자영업자의 고충을 나눠 보았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인본세상 구독자 여러분과 나눠보고자 합니다.

인본세상 구독자분들께서는 하루에 커피를 얼마나 즐기고 계신가요? 요즘 친구 모임에서나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 후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우리 생활의 필수 코스가 되었습니다. 질병관리본부가 음식 항목별 주당 섭취 빈도를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는 커피를 1주일에 12.3회로 하루 평균 1.8회 마시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는 배추김치 11.8회보다 많은 숫자로 김치보다 커피 소비량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사랑은 1년에 360여 잔의 커피 소비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언제부터 커피를 마시게 되었을까요?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 역시 커피를 소비하긴 하지만, 전통적으로 즐기던 차의 소비가 더 많습니다. 우리 역시 예전에는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라는 말이 있을 만큼 차에 대한 소비가 많았습니다. 현재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것이 당연하게 느끼듯 예전에는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것이 당연했던 것입니다. 고려 시대에는 불교를 숭상하였고, 불교에서 차를 마시는 것이 정신수양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다도 문화가 발달하였습니다. 하지만 불교를 억압했던 조선이 건국된 이후 억불정책으로 사찰을 중심으로 한 다도 문화가 쇠퇴하였습니다. 다도 문화는 결정적으로 임진왜란과 함께 큰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임진왜란으로 수많은 인명피해와 함께 전국에 있던 차 농장이 소실되었습니다. 왜란 이후 조선은 국가 재건이 최우선 과제가 되면서 사치품인 차를 재배하기보다 당장의 식량 확보가 중요해졌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차례에 올리는 음료에도 변화를 불러오게 됩니다. 설과 추석에 지내는 차례는 말 그대로 차를 올리며 지냈지만, 찻잎이 귀해지자 16세기 율곡 이이는 숭늉이나 물로 지내도 된다고 말하였습니다.

구한말 우리나라에 커피가 들어오면서 커피는 상류층을 중심으로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 커피는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진 못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다방이 자리 잡으면서 커피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한국의 근대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장시간 강도 높은 노동으로 차의 각성효과가 필요하였습니다. 이때 이미 자리 잡은 다방문화를 중심으로 차보다 커피가 각성 음료로서 그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50년대부터 미군을 통해 인스턴트 커피까지 들어와 커피가 차를 대체하면서 커피의 소비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현대에는 대중적인 기호음료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입니다.

오늘날 커피는 커피 산업의 다양화로 인해 여러 종류로 변화해 왔습니다. 흔히 집이나 사무실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인스턴트 커피부터 생두를 로스팅한 원두가 제공되는 카페 커피까지 다양한 커피 문화가 생겨났습니다. 특히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카페가 증가하면서 커피의 고급화 혹은 프리미엄 시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양한 국가에서 수입되는 생두의 경우 나라별 품종의 차이부터 시작해서 농장별 재배방식, 고도 차이 그리고 가공되는 방식을 통해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지게 됩니다. 먼저 커피의 품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집니다. 아라비카, 로부스타, 리베리카입니다. 특히 아라비카의 경우 전 세계 산출량의 80%를 점유하며, 우리가 마시는 커피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단맛, 신맛 등 여러 맛과 향으로 유명합니다. 아라비카는 기계를 이용한 대량 재배와 수확이 어렵기에 사람이 일일이 심고 가꾸며 거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재배된 커피는 커피나무의 열매인 커피 체리라 불리는 붉은 과육의 과일을 수확합니다. 수확된 커피 체리는 다양한 가공 방식으로 생두를 생성하게 됩니다. 많은 시간에 걸쳐 다양한 가공 방식이 생겨 모든 방식을 소개해 드리긴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알려진 두 가지 가공 방식으로는 ‘내추럴’과 ‘워시드’ 방식이 있습니다.

내추럴의 경우 잘 익은 커피체리를 선별하여 파티오라는 건조대에 펼쳐 원두가 최대한 균일하게 건조될 수 있도록 갈퀴질로 방향을 바꿔가며 건조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건조할 경우 오랜 시간 건조된 만큼 과육의 맛을 씨앗이 최대한 많이 머금을 수 있습니다. 이후 밀링을 통해 생성된 생두는 보다 묵직하고 복잡한 향미를 가질 수 있게 해줍니다. 다만 이 과정은 갈퀴질을 이용한 수작업이기 때문에 같은 품종의 원두일지라도 생두마다 가지는 과육의 양이 달라져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다른 보편적인 가공 방식으로 워시드 방식이 있습니다. 워시드의 경우 이름에서와 같이 물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식입니다. 워시드 방식은 기본적으로 내츄럴과 달리 커피 체리가 건조되기 전 과육을 모두 제거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건조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곰팡이나 과육이 썩어 원두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를 크게 줄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는 곧 깔끔하고 일정한 맛의 원두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게 되지만, 내츄럴 방식보다 가볍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위에 소개한 방법 외에 수많은 방식으로 가공된 생두는 로스터에 의해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원두로 볶아지게 됩니다. 로스터의 손길을 거쳐간 원두는 커피의 맛과 향을 결정짓는 바리스타를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됩니다.

제가 있는 전포동은 대우자동차를 중심으로 각종 자동차 부품과 공구 점포들이 형성된 상권이었습니다. 그러나 공장의 이전과 함께 주변 상권의 쇠퇴로 침체되어 가는 지역이었습니다. 이런 지역 골목 사이사이에 앞서 말한 로스터와 바리스타들이 만든 개인 카페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로스터와 바리스타들의 개성이 옛 점포들과 함께 어우러져 카페거리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뉴욕타임스에 소개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였고, 더욱 많은 카페가 각자의 맛을 보여주기 위해 모여들며 ‘전포카페거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부산진구청은 전포커피축제를 열어 새롭게 재정비된 전포동의 모습과 다양한 커피문화를 부산시민들과 부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발을 맞췄습니다.

초창기 전포커피축제는 지금의 1/4이라는 적은 예산이었지만, 새롭게 생겨나는 지역 상인들과 구청이 함께 논의하며 준비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지역 상인들이 축제의 주체로 참여하였습니다. 지역 상인들이 중심이 된 축제는 새롭게 변한 전포를 알리는 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축제를 찾는 시민들의 반응 역시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전포커피축제는 예산만 증가했을 뿐 그 방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전포커피축제는 부산진구청이 주최로 축제기획사에 용역을 주어 일방적 기획과 통보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역의 상인들과 단 한 차례의 회의조차 하지 않으며,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만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역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행사가 진행될 뿐입니다. 이에 대한 상인들의 구체적인 지적에도 불구하고 부산진구청은 외면하였습니다. 1억 원이 넘는 지역 예산으로 진행되는 축제에 구청장과 지역구 의원은 축제 당일 행사장에서 손을 흔들 때만 얼굴을 비추며 사진찍기에 급급한 실정입니다. 축제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역축제는 지역에 대한 홍보, 지역 소득의 증대 및 지역 간의 교류로 이어져 갈 때 그 축제의 의미가 올곧게 자리매김 할 수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7회가 진행되면서 해마다 지역 홍보와 교류를 위해 일본과 대만의 바리스타들을 초청해 진행되고 있지만, 거꾸로 일본과 대만 행사에 전포카페축제의 바리스타들이 초청이 된 적이 없습니다. 매번 일방적 러브콜과 구민의 예산으로 초청된 행사가 제대로 된 교류 행사로 이어졌다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부산진구청은 최근 발간된 부산진구 신문에서 “전포커피축제가 성황리에 진행되었다.”며 “‘지난해 22개의 축제 부스에서 3배에 가까운 63개의 부스로 운영될 정도로 성대하게 개최되었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총 63개의 축제 부스 중 전포 지역 상인들의 부스는 12개 정도로 20퍼센트도 안 됩니다. 이렇게 전포커피축제는 지역 상인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지만, 부산진구청의 개선할 의지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 외 축제 부스를 부산 전역에 있는 카페와 공방 등으로 채워 겉으로 보이는 규모만 키우고 있을 뿐입니다. 지역 상권이 참여하지 않는 해당 축제에 ‘전포’라는 단어를 지워야 한다는 비판에도 ‘전포커피축제 예산에 일부 부산시 예산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상관없다’라는 말로 일관하며 지역 축제가 아닌 보여주기식 행사를 이어 나갈 뿐입니다. 더욱이 작년과 비교하여 축제 부스가 늘어난 것 외에 변한 것이 없는 축제는 이미 식상하였고, 해마다 진행되는 축제이지만 축제가 끝난 뒤 평가와 반성이 없어 이러한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사이동으로 담당자가 바뀌는 공직사회 특성상 지역축제의 성과가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으나 부산진구청은 산하에 부산진문화재단을 두고 있습니다. 부산진구청이 축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해당 축제를 부산진문화재단에 위임하여 해마다 개최되는 축제 사무의 연속성과 지속성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축제 사무를 위임받은 부산진문화재단이 지역 사회와 소통하며 해마다 발생하는 문제를 피드백을 통해 개선하게 된다면, 초창기 전포커피축제와 같이 지역 사회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의 홍보와 상권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커피는 현대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커피가 한 마을과 도시를 바꿔놓고 있습니다. 다양한 커피로 전통적 상권의 변화를 가져온 전포동에서 민과 관이 힘을 합쳐 더 나은 길이 열릴 수 있길 바랍니다. 이번 겨울은 기후위기로 유난히 추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인본세상> 구독자 여러분! 변화된 전포동에서 맛있고 따뜻한 한 잔의 커피를 즐겨보시길 희망합니다.

장백산

<자영업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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