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본세상 23-여는 시】시베리아의 들꽃 - 송종찬
인저리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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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9 14:56 | 최종 수정 2024.01.0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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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들꽃
송종찬
누가 사랑을 물어온다면
시베리아로 가 반란처럼 피어난
엉겅퀴 한 송이 보여주리
벌판에 열 달 내내 눈 쌓이고
자작나무 숲에 안개가 덮여도
원색의 야생화는 피어난다
유형의 길을 가던 님 따르다
눈밭에 나뒹굴던 여인처럼
길가에 맨발로 피어난 들꽃
여름은 짧고 길은 어두워도
그대에게 가야만 하는 길
사랑은 들꽃처럼 붉어지고
누가 사랑을 물어온다면
그냥 시베리아로 달려가
엉겅퀴 한 송이 물들여주리
- 시집 《첫눈은 혁명처럼》, 2017, 문예중앙시선48
◇송종찬 : 남도의 바닷가 마을에서 자랐다. 19943년 《시문학》에 〈내가 사랑한 겨울나무〉 등 9편을 발표하며 등단. 시집 《그리운 막차》, 《손끝으로 달을 만지다》, 《첫눈은 혁명처럼》, 산문집 『시베리아를 건너는 밤』을 냈다.
# 이 시는 대학에서 러시아문학을 공부했던 시인이 러시아에서 수년간 생활하면서 길어올린 많은 시와 글 들 중 한편이다. 러시아의 역사와 자연, 사람들을 시인 만의 문학적 감수성으로 잘 포착한 작품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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