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시인이 읽어주는 좋은 시 (40)】 괜찮다! - 나기철

조승래 승인 2024.05.23 08:00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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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

나 기 철

김포공항에서 단팥빵을 하나 사서
2번 탑승구 부근에 앉아
이걸 어떻게 먹을까
이번에도 왼쪽으로만 씹을까

조심조심 오가는 사이
오른쪽 이 아래 근육이
불편해진다
오래전부터

그래 한번 양쪽으로 번갈아
생각없이 먹자 하고
양쪽으로 오가며
우적우적 먹으니

괜찮다!
얼마만인가
또 하나 먹어도

- 『시와소금』, 2024년 봄호

시 해설

현대 수준의 치의학 기술이 없던 로마 시대에도 주목을 깎아서 치아 대용으로 끼워 넣었다는 기록을 보았다. 부드러운 입속에서 일어나는 문명의 발달이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돌 같은 치아(석기 시대)를 보철 치료(청동기 시대)로 대체할 수 있으니까. 임플란트라는 기술은 정말 편리한 기술적 진보이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겠다는 호기 안 부려도 된다.

제주도에 살면서 좋은 시를 쓰는 나기철 시인이 비행기 시간 기다리면서 겪은 내용을 쓴 시다. 김포공항에서 단팥빵 하나 들고 고민은 시작된다. 단 음식은 충치를 유발하고 혈당을 높이는데 시인은 ’단팥빵‘을 소재로 독자를 다가앉게 하고 치아의 안부를 묻는다.

잇몸이 불편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왼쪽이나 오른쪽 치아를 한 방향으로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오른쪽 이 아래 근육이 불편함을 오래전부터 느껴왔던 시인은 경험에 따른 불편함을 알았다. 이번에도 왼쪽으로만 씹을까 갈등하다가 양쪽으로 번갈아 우적우적 먹어보니 걱정은 기우였다.

’괜찮다 ! 얼마만인가‘ 작은 행복이지만 참 다행한 일이다. 한쪽 치아도 그 얼마나 기다렸을까, 단팥빵을. 임플란트 한 치아도 한쪽으로만 오래 사용하면 망가지므로 골고루 사용해야 한다고 치과의사가 권한다. 과감한 도전으로 찾은 행복은 내면으로 보면 균형에서 왔다. 편식이나 편애는 소외에 따른 부작용이 생긴다.

조승래 시인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구)포에지창원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4단. 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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