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시학43호-신인상 수상 소감】 신명자 -구절초 향기는 더 진하다

장소시학 승인 2024.06.21 16:24 의견 0

<수상 소감>

신명자 시인

구절초 향기는 더 진하다

신 명 자

네가 공부를 제대로 했시모 국개의원도 했을 낀데
자식 중에 우리 셋째가 최고 복이 많다 켔는데
저 둘째에 치이가꼬 그만 네가 그랬다 아이가
7남매 중 순한 셋째 손가락이었던 내게
미안함과 안타까운 마음을 늘 보이시던 어머니
내가 중학교 졸업하던 해 둘째 언니는 고등학교 3학년
아홉 식구 끼니를 걱정하던 시절
도시에 자식 둘 공부시킨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언니 졸업 때까지 한 해 쉬었다 입학하기로 했지만
많은 식구 혼자 등짐 진 어머니 모습 싫어
통영에서 6개월 버티다가 진학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부모님 농사일 도우며 지내다가 같은 동네 선배인 남편과 혼인했다.
2015년 회사를 매각하는 과정에 크게 사기를 당했다.
해질녁 추적추적 내리는 늦가을비는 나를 더 우울하게 했고
사무실 창밖을 맥 놓고 바라보면서
그날 밤 그 맘을 끄적여 보았다.
그 글 조금 다듬어 올려본다.

11월의 비

농부도 반기지 않는 비야.
떨어진 낙엽만 밟는다는 건 못할 짓이지.
오늘밤 나도 고독을 바바리 깃처럼 세우고
목울대 뜨겁게 뜨겁게 달구고 싶구나.

한때 미래의 남편(친구 오빠) 방 벽을 가득 채운
세계문학전집과 한국문학전집들을 빌려다 보는 게 낙이었던 기억 있지만
시집 한 권 제대로 읽어 본 기억은 없다.
그러던 내가 그날 이후 밤이면 뭔가를 끄적이고 있었고
이런 글도 시가 될까 생각하면서도
글을 쓰고 있는 동안은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그러다가 진짜 시를 제대로 배워 볼까.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시를 배울 수 있을 곳을 뒤적이다가
경남대학 평생교육원 시창작반이 눈에 띄었다.
많이 망설이다가 눈 딱 감고 2학기 수강 신청을 했다.
기적이었다.
습작으로 밤을 태울 때가 많았다.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을 때 유일한 친구가 되었던
습작, 너무 기쁘지만 부끄럽기도 하다.
어머니 말씀대로 내가 복이 많은 걸까.
앞으로도 내 유일한 친구가 될 것 같은 시
더 아끼고 보듬어 주어야겠다.

<신명자 해적이>

1953년 2월 23일, 경남 거제군 동부면 다대리 피난민 천막촌에서 아버지 신상조, 어머니 진을수의 셋째 자녀로 출생하다.
1954에서 1957년까지, 군복무 아버지를 따라 경기도 동두천에서 거주.
1961년, 동부면 명사리 명사초등학교에 입학하다.(사라호 태풍으로 아홉 살에 입학)
1967년 2월, 명사초등학교를 졸업하다. 3월, 동부면 명사리 명사중학교 입학하다.
1970년 2월, 명사중학교 졸업하다. 통영 충렬여자상업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통영으로 건너갔지만 가정 형편으로 진학을 포기하다.
1976년 1월, 동부면 다포리에서 부모님 도우며 지내다가 같은 동네 정영철과 혼인하다.
1977년 1월, 첫 아들 태어나다.
1978년, 남편 근무지 따라 신마산 반월동으로 이사하다.
1979년, 창원 중앙동으로 이사하다.
1982년 5월, 둘째 딸 태어나다.
1983년, 부산우유 상남보급소 운영을 시작하다.
1988년, 부산우유 상남보급소 운영을 끝내다.
1989년, 창원 상남동에 삼성전자대리점을 열다.(1992년에 청산)
1995년, 아들이 서울대학교에 합격, 입학하여 온 가족이 기뻐하다.
2001년, 딸 고려대학교에 합격하여 온 가족이 기뻐하다. 아들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뒤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하다. 창원성산아트홀 수요문화대학 1기, 2기, 3기를 수료하다.
2005부터 2007년까지, 창원성산아트홀에서 고전무용을 전수 받다.
2008년, (주)창림이라는 조선기자재 회사를 세우고 이사로 일하다.
2008년, 아들 혼인하다.
2009년, 첫 손자 태어나다.
2013년, 둘째 손자 태어나다.
2014년, 딸 고려대학교 박사 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 연구원으로 가다.
2015년, (주)창림을 폐업하고 퇴직하다.
2016년, 현재까지 부업으로 부동산업에 종사하다.
2017년 9월, 경남대학 평생교육원 시창작반에 수강 신청한 뒤 현재까지 이어지다.
2019년 5월, 외손자 태어나다. 10월, 딸 혼인하다.
2023년 5월, 외손녀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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