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오늘 주제는 초대질량블랙홀에서 방출되는 제트인데, 이게 사상 최대의 길이이고 우주의 최대 구조물로 기록되었다고요. 우주에서 가장 큰 구조물이라니, 궁금해지는데요 차근차근 풀어가보죠. 먼저 이번 내용의 출처부터 소개해주시죠.
--> 미국 칼텍의 연구팀의 연구로 국제과학저널 네이처에 지난 9월 18일자 게재된 내용입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지구로부터 75억 광년 거리에 있는 호스트은하 중심의 초대질량블랙홀에서 방출된 제트를 발견했는데, 그 길이가 무려 2300년 광년으로 은하수를 140개 연결한 길이와 같다는 겁니다. 이 블랙홀 제트는 지금까지 발견된 제트 중 가장 긴데, 우주 전체의 구조물과 비교해도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된다는 겁니다.
Q2. 그러니까 오늘 주제의 주인공은 은하도, 블랙홀도 아닌 제트네요. 블랙홀에서 뿜어져나오는 제트요. 이 시간을 통해 잠깐씩 들은 것 같은데, 그 길이가 무려 2300만 광년이라니 상상이 안 되는데요. 우선 제트가 어떻게 생기는지부터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 우주에서 제트를 발생시키는 것은 대부분 블랙홀입니다. 그 메커니즘은 이렇습니다. 블랙홀이 회전하면서 외부의 별 등을 빨아들이면서 강착원반(토성의 원반형 고리 모양)을 형성합니다. 이 원반의 물질들은 고온고압에 플라즈마 상태를 이뤄 고속으로 회전합니다. 이들 고속 플라즈마는 전하를 띠므로 강력한 전기장을 만들고, 그 전기장은 또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합니다. 전기장과 자기장은 전하에 ‘로렌츠 힘’을 가하는데, 이 로렌츠 힘에 의해 제트가 방출되는 것입니다. 제트 분출 방향은 강착원반과 수직 방향입니다.
Q3. 제트는 무엇으로 구성돼 있나요?
--> 주로 플라즈마이죠. 플라즈마는 원자들이 이온화되어 전자와 양성자 중성자로 분리된, 액체, 기체, 고체 등 어느 상태도 아닌 제4의 상태가 플라즈마입니다. 이 제트는 거의 빛의 속도로 분출되는 엄청난 에너지덩어리라고 보면 됩니다.
Q4. 이번에 발견된 제트를 자세하게 설명해주시죠.
--> 연구팀은 하늘의 북극 부근에 약 75억 광년 거리의 드라코 별자리에 거대한 전파은하J152932.16+601523.4(은하수의 10배 질량)가 있습니다. 전파은하란 보통 은하보다 수백배 이상의 강력한 전파를 방출하는 은하입니다. 이 전파은하 J 중심에 수십억태량질량의 초대질량블랙홀이 있는데, 여기서 초강력 제트가 분출된 겁니다. 태양 수조개의 에너지라고 해요. 제트 분출 시기는 빅뱅 이후 63억 년(지금부터 75억 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연구팀은 이 제트 2300년 광년으로 우주의 그 어떤 구조물보다 크다고 해서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거인의 왕의 이름을 따 포르피리온(Porphyrion)이라고 붙였습니다.
Q5. 포르피리온이라, 가이아와 우라노스의 피에서 태어난 거인의 왕. 결국 기강전쟁에서 신들과 싸웠고, 제우스의 미인계에 걸려 헤라와 사랑에 빠졌다가 몰락했다죠. 본론으로 돌아가 연구팀은 어떻게 이를 발견했나요? 이 이전에 가장 큰 제트는 어느 정도인가요?
--> 이번 발견은 유럽의 대규모 전파망원경 네트워크인 LOFAR(LOw Frequency ARray)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2010년 개소된 로파는 주로 네덜란드에 위치해 있으며, 독일, 폴란드,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라트비아, 스웨덴 등 여러 유럽 국가에 걸쳐 있는 약 2000개의 안테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네들란드전파천문학연구소가 운영하는데, 국제로파망원경 파트너십이 있어 다른 나라 연구원의 공동참여도 열려있고요. 이 로파는 하늘을 서치함벼 은하형성, 블랙홀의 활동, 우주의 거미줄망 등을 연구 중인데 현재 하늘의 15%를 훑었다고 해요.
연구팀은 2018년부터 우주의 거대구조 연결망인 ‘우주 거미줄망(cosmic web)’을 연구 중이었는데, 2022년 은하수 100개 연결 거리에 해당하는 1600만 광년 길이의 제트(알키오네우스-그리스 신화의 거인 이름)를 발견했어요. 당시 학계는 알키오네우스가 제트 크기의 한계라고 여겼는데, 이번 포르피리온 발견으로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깨어지고, 어쩌면 이보다 더 큰 제트가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줬죠.
연구팀은 그동안 80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제트를 찾았는데, 이는 천문학계의 상상을 초월하는 거라고 하네요. 이를 다룬 논문이 Astronomy & Astrophysics 저널에 게재 증인을 받아 조만간 소개된다고 해요. 연구팀은 제트 외에도 1만 개 이상의 거대 구조물을 발견했는데, 이 역시 천문학계에는 엄청난 충격입니다.
Q6. 우주 거미줄망 – 우주 거대구조 – 제트가 연관성을 갖는 것 같은데, 이들의 의미완 연결성을 설명해주시죠.
--> 우주 거미줄망(cosmic web)은 우주의 대규모 구조를 설명하는 용어로, 은하, 가스, 암흑 물질로 이루어진 거대한 필라멘트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필라멘트들은 우주 전역에 걸쳐 수십억 광년까지 뻗어 있으며, 거대한 공허(giant voids)로 분리되어 있습니다.(한반도의 밤을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을 상상해보자). 우주 거미줄망은 빅뱅 이후 초기 우주의 밀도 불균형으로 인해 형성되었고요. 초기 우주에서 물질이 중력에 의해 서로 끌어당기면서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은하와 가스가 모여 필라멘트를 형성했다고 봅니다. 가장 큰 필라멘트 중 하나는 헤라클레스 코로나 보레알리스 장벽으로 길이가 100억 광년(자이언트 아크 33억, 빅링 둘레 82억 광년, 슬로안 장성 13.8억광년)1, 수십억개의 은하를 포함하죠. 우주 거대구조는 바로 이들 필라멘트를 구성하는 것들이죠. 우주 거미줄망은 우주의 구조와 진화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개념입니다. 이번에 거대한 제트를 발견함으로써 제트가 우주의 거대구조 - 우주의 거미줄 규모만 한 게 없으리란 보장이 없고, 그렇다면 우주의 모든 장소가 빅뱅 이후 어느 시점엔가 블랙홀 활동의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겁니다.
Q7. 초대규모 제트를 발견함으로써 결국 이를 방출한 블랙홀의 우주 진화에의 영향을 생각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케 하는군요. 끝으로 이번 발견의 의의를 요약해주시죠.
--> 이번 발견의 의의를 들자면, 첫째 더 큰 제트를 발견할 가능성을 갖게 됐다는 것. 둘째 우주가 비교적 젊은 시절에 방출된 큰 제트를 발견했다는 점. 셋째 앞의 두 가지 점을 종합하면 막대한 에너지를 가진 제트가 우주의 거대구조 형성에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할 수 있다는 점. 결론적으로 이번 연구는 우주 진화과정에서 블랙홀과 블랙홀 제트가 생각보다 더 크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강화시켜 줍니다.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 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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