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증호 시인의 「시조, 사랑을 노래하다」(94) 칵테일 - 윤현자

손증호 승인 2024.12.18 09:42 의견 0

칵테일

윤현자

너와 나
하나 되어
온몸으로 뒤섞일 때

이미 근본, 허울 따윈
산산이 부서졌어

혀끝에 감미롭게 젖는
과즙 같은 내 사랑

온전히 날 버리고야
또 널 비우고서야

비로소 찰랑이는 한 모금 슬픔 같은

늦은 손 가만 포개면 녹아드는 사랑 같은

하나 또는 몇 종류의 양주에 과즙이나 감미제, 향료 등을 섞고 얼음을 넣어 혼합하는 것을 칵테일(cocktail)이라 합니다. 또는 서로 다른 것들이 다 함께 어우러진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지요.

‘너와 나 /하나 되어 /온몸으로 뒤섞일 때’ 그리고 ‘온전히 날 버리고야 /또 널 비우고서야’ 서로 녹아들어 혀끝을 감미롭게 적셔주는 칵테일. ‘내 사랑’도 그렇습니다.

손증호 시인

◇손증호 시인

▷2002년 시조문학 신인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부산시조 작품상, 성파시조문학상, 전영택 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등
▷시조집 《침 발라 쓰는 시》 《불쑥》, 현대시조 100인 선집 《달빛의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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