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섬진강 책사랑방'에서 열린 2월 독서회 모습. [사진 = 휴암 양영욱]

“그동안 역사라면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만 생각했는데, 기존의 역사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하나가 아니라 다양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역사에서 팩트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그 팩트도 역사를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서 관점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2월 27일 오후 6시 30분부터 전남 구례군에 있는 헌책방 ‘섬진강 책사랑방’(대표 김종훈)에서 열린 ‘책사랑방 2월 독서회’에서 참석자들이 한 말들이다.

이 책방에서는 매달 한 번씩 책 토론회가 열린다. 이날의 토론 도서는 역사강사 배기성 씨의 『불편한 한국사』(블랙피쉬)였다.

필자는 이날 경남 하동 청학동 출신으로 시인이자 사진가로 활동 중인 휴암(休岩) 양영욱(64) 선생의 권유로 동행했다. 책방의 대표인 김 사장(73)과는 그가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서 헌책방 대우서점을 할 때부터 아는 사이였다. 필자는 당시 국제신문 문화부 기자였다. 보수동에서 40년 헌책방을 운영한 후 202년 11월쯤에 구례로 옮겨 ‘섬진강 책사랑방’이라는 상호로 다시 문을 열었다. 모텔을 개조해 책방으로 꾸몄으며, 1층엔 그의 부인이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책방을 오픈한 지 얼마 안 돼 주경업(작고) 부산민학회 회장과 이곳을 방문해 책방을 둘러본 후 김 사장과 저녁 식사를 했다. 그전에 김 사장이 책방을 하동 화개로 옮기려고 물색할 무렵에 최종수 해양대 명예교수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

한 독서회 참석자가 책 읽은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조해훈]

어쨌거나 독서회에 참석하면서 토론 대상 책을 읽지 않고 자리해 다른 참석자들에게 예의가 아니었다. 김 사장은 대우서점을 운영할 당시인 2013년부터 ‘대우독서회’란 이름으로 8년간 독서토론회를 연 경험이 있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는 임숙영 선생이 맡았다. 참석자들은 순천과 구례 등지에서 온 대학교수와 교사 출신 및 카페 운영자, 주부 등 10여 명이었다. 이날 한 여성 참석자가 “이 독서회에 오지 않으면 한 달에 책 한 권도 읽지 않을까 봐 매달 정해지는 책을 읽고 참석하고 있다.‘라고 했다. 필자는 이 말에 적잖이 감동받았다.

어중간한 역사 전공자인 필자는 이날 토론 대상 도서의 저자인 배기성 씨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들은 적은 있다. 또 『불펀한 한국사』가 대충 어떤 내용의 책이라는 것도 들어 알고는 있다.

이날 필자 앞에 앉은 분이 빌려준 해당 책을 대충 넘겨봤다. 저자는 책 머리에서 ‘지배층은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도 온갖 날조와 왜곡과 말도 안 되는 상상들을 보태서 참으로 불편하고 이상한 역사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머나먼 과거일지라도 자기들의 기득권 카르텔에 조금이라도 손상이 간다 싶으면 조상의 과거까지도 깨끗하게 세탁한다.’라고 적고 있다.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의 저자인 썬킴 역사 스토리텔러는 추천사에서 ‘우리네 과거에도 부끄러운 부분, 숨기고 싶은 치부, 치욕스런 패배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부정적인 과거를, 불편한 과거를 대부분 숨기려 한다. 왜? ‘불편’하니까. 그리고 대부분의 역사 전문가는 굳이 그런 불편함을 다루지 않으려 한다. 왜? ‘불편’하니까. 그런 점에서 역사 독립군 배기성 선생님과 이 책이 큰 의미가 있다. 왜? 그런 ‘불편함’을 적극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그 뜨거운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독서회 모습. 왼쪽 첫번째가 책방의 김종훈 대표. [사진= 휴암 양영욱]

참석자 모두 돌아가면서 책을 읽은 소감을 밝혔다. 김 사장이 이날 낯선(?) 참석자들에게도 “한마디씩 하세요.”라고 했다. 이에 필자는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있을 수 있는 건 왕조 중심의 역사를 서술할 때와는 달리 갈수록 사료들이 발견되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그리하여 미시사, 자잘한 생활사까지 고찰되고 있다. 이런 다양성이 있어야 전체 역사를 제대로 조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 역사를 전공하고 관련 논문을 몇 편 발표한 정도의 얇은 수준에서 조심스레 밝힌 것이다.

독서회는 시작한 지 두 시간이 지난 오후 8시 반쯤에 끝났다. “시간 되실 때 또 오십시오.”라는 김 사장과 인사를 나눈 뒤 서둘러 화개로 돌아왔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