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욱의 '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 졸업식 노래
김창욱의 '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 졸업식 노래
김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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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4 00:00 | 최종 수정 2019.03.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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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노래 이미지. 출처: 유튜브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여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군이 되겠습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 다음에 다시 만나세
윤석중의 노랫말에 옥천 출신의 동요작곡가 정순철(鄭淳哲·1901-1950·납북)이 선율을 얹은 <졸업식 노래>(1946)는 예나 지금이나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레퍼토리다. 제비 새끼같이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잘 어울리는 노래이기도 하다.
1946년 문교부에 의해 제정된 이 노래는 샵(#)이나 플랫(♭)이 하나도 붙지 않은 다장조(C)의 노래로 독보(讀譜)의 어려움이 전혀 없다. 더구나 4/4박자 총 16마디 가운데 무려 12마디가 똑같은 리듬(♩. ♪♩♩)으로 반복된다. 노래하기가 전혀 어렵지 않다는 말이다. 또한 모두 3절의 장절형식(章節形式)으로 구성된 이 노래는 1절은 재학생, 2절은 졸업생, 그리고 3절은 재학생과 졸업생이 다 함께 부르도록 만들어졌다.
해마다 이맘 때 불렀던 <졸업식 노래>는 정들었던 학교와 학우 간의 헤어짐, 헤어짐의 섭섭함과 애절함이 곳곳에 묻어난다. “냇물이 바다에서 다시 만나듯”에 이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오고 마침내 선생님들도 손수건으로 남몰래 눈가를 찍어내곤 했다.
바야흐로 졸업 시즌이다. 이미 졸업식을 했거나, 곧 해야 할 학교도 있다. 우리집에는 여식 셋 중에 둘이 졸업식을 가졌다. 하나는 중학교, 하나는 초등학교 졸업이다. 중학교 졸업생은 차녀 ‘따봉’이다. ‘따봉’(Tá bom)이란 포르투갈 말로 ‘아주 좋다’는 뜻인데, 본명은 ‘다봄’이다. ‘다봄’은 ‘다 본다’의 명사형으로 여기, 저기, 거기를 두루 살필 줄 아는 통찰력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라는 애비의 속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초등학교 졸업생은 ‘탱자’라 불리는 막내 여식이다. 하는 짓거리마다 ‘탱자탱자’한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녀의 본명은 ‘다여름’인데, ‘사방천지 모두가 다 열매’라는 뜻으로 풍요로운 삶이기를 바라는 애비의 심오한 마음이 반영된 것이다. ‘여름’은 ‘열매’라는 옛말에서 따 왔다. 바로 “곶 됴코 여름 하나니”(꽃이 만발하고 열매가 풍성하다)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제 셋이나 낳았으니, 더 이상 열매 맺을 필요가 없다. ‘끝순이’, 혹은 ‘말자’(末子)로써 이제 판을 접겠다는 우리 내외의 고뇌에 찬 결단이 녹아 있는 이름이기도 하다.
아무튼 큰딸 졸업 때도 그러했지만, 동생들도 언니의 뒤를 한 치의 어긋남 없이 따랐다. 남달리 받은 상이 없었으므로 상장이나 상품, 혹은 상금 같은 것이 있을 리 만무했다. 빛나는 졸업장이 유난히 빛났다. 그러고 보면, 나도 지금껏 수 차례에 걸쳐 졸업식을 치렀다. 그러나 졸업장 이외에 달리 받은 상이 기억에 없다. 부상같은 것 일절 없이 오로지 종이 한 조각이라니. 그러나 보라! 삶이란 것도 결국 한 조각의 구름이 아니던가? 더 이상 졸업할 일은 없으리라. 우물쭈물하다가 마침내 인생을 졸업하게 되겠지.
졸업식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2RzlzX-k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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