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탄소중립을 명분으로 멀쩡한 나무들을 싹쓸이로 베어낸다는 보도를 보면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필자는 임학을 전공한 산림공무원(부산시 녹지공원과장 역임) 출신으로서 산림청과 부산시, 전국적으로 산림과 관련한 많은 선후배와 지인들의 입장을 감안해 가급적 언급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임업경영의 일환이니, 탄소흡수 능력이 낮은 노령목을 베어내고 탄소흡수 능력이 높은 어린 나무를 심는다느니, 사유림이라 산림청에서 간섭할 수 없다는 등 궤변을 내세우며 변명하는 산림청에 공직자의 정의와 양심이 남아 있는지 묻고 싶다. 더욱이 한국산림경영인협회, 임업후계자협회, 원목생산자협회, 산림기술인회, 양묘협회 등 16개 관련협회까지 나서 “더 이상 산주의 정상적인 산림경영을 위협하지 말라”(조선일보 6월 5일자 1면 광고에서)며 국민을 무시하고 협박하는 모습에 섬뜩함마저 느끼면서 배후에서 산림청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선동하는 듯한 의심마저 든다.
비현실적인 경제림 조성 및 산지자원화에 집착말라
필자는 시민시대 2020년 5월호 시정칼럼(56p)에서 “국유림관리소의 계속되는 산림파괴, 국유림 관리를 지자체로 이관하라”는 제목으로 기장군 안평면 국유림 현장에서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를 베어내고 3년생 편백나무를 심는 현장을 고발하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그리고 국유림 바로 아래 계곡에서 산사태를 예방한다며 수억의 예산을 들여 사방공사를 하는 것도 지적했다.
남부산림청 양산국유림관리소는 3년 전에도 안평면의 다른 국유림에서 아름드리 참나무들을 싹쓸이 벌채한 후에 3년생 편백나무를 심고 무성했던 세복수초 군락지를 훼손함으로써 ’부산생명의 숲‘에서 강력히 항의했다. 이에 2018년 3월 19일 양산국유림관리소장과 자원조성팀장이 ’부산생명의 숲‘ 사무실을 방문하여 앞으로 싹쓸이 벌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세복수초 복원사업에도 협조하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아 탄소중립 및 경제림 조성이라는 명분으로 싹쓸이 벌채가 산림청의 시책사업으로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왔던 것 같다. 복잡하고 다양한 산림생태계에서 큰 나무보다 어린 나무가 탄소 흡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 경제림 조성을 위해 뒤틀어진 큰 나무를 베어내고 어린 편백나무를 심어 쭉쭉 곧게 키우면 경제적 가치가 높아진다는 논리인 것 같은데 탁상공론식 발상이다.
적어도 50년생 이상 쭉쭉 곧게 성장하면 경제림의 가치를 인정할 지 모르지만 그동안 풀베기, 가지치기 등 숲 관리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산불, 병해충 등으로 산림의 소실 등 온갖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설사 50년 동안 무사히 자라도 제재소에 도착한 원목의 가치 보다 벌채운반비가 더 많기 때문에 경제적일 수 없다. 예를 들어 성지곡수원지와 대신공원의 편백나무들은 거의 100년 전 일제강점기에 심어 쭉쭉 곧게 자랐지만 당장 베어내서 팔아도 같은 이유로 경제적 이익이 나올 것 같지 않다. 물론 그대로 두어 숲을 유지함으로써 경관적 가치를 훨씬 크게 보기 때문에 꼭 필요한 간벌조차도 시민들의 눈이 두려워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35년 전 필자가 공직을 시작할 때부터 산림청에서는 경제림조성, 산지자원화를 부르짖으며 나무를 심어왔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경제림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작업인건비의 상승으로 영원히 달성 불가능한 목표일 수 있다. 결국 해외에서 원목을 수입하여 쓸 수밖에 없으며 국토경관 유지 및 숲속 레저를 위해 나무를 심고 산불과 산림병해충으로부터 보호하는 등 숲을 관리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그런 가운데 평지산림 내지 임도망이 잘 형성되어 벌채운반비보다 원목의 가치가 있다면 전체 숲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벌채하여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국유림 안의 계곡에 산사태가 날지 모른다는 이유로 수억을 들여 계곡을 파헤쳐 댐과 돌쌓기를 하면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설사 폭우로 산사태가 난다 하더라도 인가와 멀리 떨어진 지역이고 수천 년 동안 아무 일 없던 자연계곡에 사방공사를 하는 것도 완전 난센스다. 인가와 접해 있어 산사태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찾아 예방적 사방사업 위주로 해야 할 것이다.
산림청의 업무방식과 조직을 재점검하라
필자가 보기에 산림청은 중앙정부의 어느 부처보다 조직과 예산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 같다.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산림청이 설립될 때는 국토녹화가 지상과제로 식목일 전후의 전국적인 나무 심기로 단기간에 국토녹화에 성공한 국가로서 전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따라서 당시에는 조림, 사방 및 산불로부터 보호가 산림청의 주된 임무였다. 이제 산림의 생태 및 휴양기능이 강조되면서 휴양림, 수목원, 숲해설 등으로 산림행정의 방향이 바뀌고 그런 분야의 업무도 늘어남으로써 산림복지진흥원, 수목원관리원, 임업진흥원, 사방협회 등 출연기관과 종사 인력도 대폭 늘 수밖에 없다고 정당화할 것이다.
산림청 공무원들의 끊임없는 업무 개척과 언론, 국회를 통한 홍보 및 조직관련 중앙부처에 열정적으로 산림행정을 잘 홍보해왔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것은 시대의 필요성을 반영한 면도 있지만, 조직의 영향력 확대, 퇴직 후 자리 마련 등 조직이기주의가 작용한 탓도 크지 않은가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 싹쓸이 벌채사태도 업무 개척에 대한 의욕이 지나쳐 무리수가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이제 새로 나무 심을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탄소중립과 경제림 조성을 명분으로 기존 숲을 베어내고 어린 나무를 심는 산림청의 전통적이고 고유 업무인 조림사업을 살리기 위해서가 아닐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무원의 정원이 대폭 확대되고 중앙부처, 출연기관, 공기업들이 방만하게 운영됨으로써 세금의 낭비가 심하다는 여론이 높다. 각 부처마다 조직이기주의가 치열하지만, 산림청도 방만하게 조직이 운영되는 것은 아닌지 정밀 진단할 것을 제안한다. 산림청 산하의 많은 출연기관들이 필수불가결한 기관인지 점검해서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통폐합할 것을 검토하기 바란다.
특히 국유림관리소의 업무를 과감하게 지방자치단체에 넘길 것을 제안한다. 산림청은 1990년대 초반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던 국유림관리 업무를 산림청에서 직접 관리한다며 많은 예산을 들여 지방산림청 산하에 국유림관리소를 대폭 증설했다. 부산 경남의 예를 보면 그전에 부산시와 경남도에서 관리하던 관할 국유림관리 업무를 남부산림청 양산국유림관리소를 신설하여 관리하다 보니 멀리 떨어진 사업장의 관리도 어렵고 국회심사만 받아 산림청에서 국유림관리소로 예산이 배정되어 집행되기 때문에 제대로 견제와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한다. 지방의회, 언론 및 시민단체의 견제에서 벗어나다 보니 안평 국유림의 싹쓸이 벌채와 불필요한 사방사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국가예산은 더 들어가면서도 더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사실을 그대로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김 영 춘 시민시대 편집위원 , 본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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