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과 함께 영도를 디자인합니다.”
지난 6일 제2차 부산 영도구 문화도시추진위원회(위원장 김태만)가 영도구 대평동 깡깡이생활문화센터(418-1863) 1층 대평마을다방에서 열렸다. 이날 김기재 영도구청장과 문화도시추진위원 등 20여 명이 모여 올 한해의 영도문화도시 주요사업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고윤정 영도문화도시센터장이 영도문화도시 주요사업을 보고했는데 3년간의 과정과 성과는 놀라웠다. 영도구는 2019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1차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된 이래 2020년 4월 문화도시센터 조례가 만들어졌고, 2020년 10월 영도문화도시센터가 개소됐다.
‘문화도시 영도’를 기치로 한 ‘문화도시 2025’ 플랜은 ‘사람 자연 역사가 문화로 이어지는 예술과 도시의 섬, 영도’를 비전으로 삼고 ‘도시의제를 문화예술로 대응한다’를 미션으로 삼았다. 추진목표는 △예술로 이웃은 가깝게 아이들은 자라게 한다 △원하는 일을 스스로 만드는 사람들이 모인다 △주민과 함께 내일의 영도 유산을 만든다 △도심 해양생태문화 라이프스타일을 확산한다로 잡았다. 주요사업은 △예술로 마을, 예술로 자람 △변방의 항해자, 기획자학교 △문화로 자치, 아카이브 영도 △모두의 정원, 디자인 잇기 등이다. 도시의제로는 고립감 완화, 교육환경 개선, 청년 일거리 확대, 도시이미지 다각화, 해양생태 오염 대응으로 잡고 추진전략은 △문화도시답게 일한다 △시민과 성장한다 △공간을 연결한다 △정책을 바꾼다 △다양성을 확산한다는 것이다. 문화도시2025의 핵심가치는 ‘성장, 연결’이다.
‘문화도시 영도’를 위해 영도구는 월 1회 업무 공유회의를 정례화하고 분기별 1회 국장급 업무 공유, 연1회 확대 간부회의를 개최하는 등 구청 내 부서간의 업무협력을 강화했다. 문화관광 예산을 1.7배 증액했고, 문화도시 브랜드를 전 부서에 확산시켰고, 의회에 연구모임을 만들고, 문화조례를 6개나 새로 만들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예술로 마을’을 들 수 있다. 우울과 고립감을 느끼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동네 예술가가 집으로 직접 찾아가 예술활동을 추진하고, 종료 후엔 집밖으로 예술활동을 이어가게 한 것이다. 연간 주민 40명을 선정해 15명의 동네 예술가를 연결했다. 고독사 예방조례에 ‘문화’를 명기한 것도 특이하다. 예술로 마을은 아이들 교육, 문화돌봄을 주제로 6개동 마다 의제모임을 가졌고, 연 20회에 걸쳐 사연을 담은 ‘방방곡곡 예술배달’ 활동에 연인원 8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노후 깡깡이유람선도 새롭게 건조했는데 누적탐승 인원이 1만 명에 이른다.
‘변방의 항해자’는 영도 외 청년을 대상으로 영도에서 정주활동 및 문화 일거리 여건을 마련해주는 사업으로 영도 한달 일하기 프로젝트에 29명이 참여했고, 그중 6명이 영도에 정착했다고 한다. 영도구는 공공예술 관리조례를 제정하고, 영도 공공미술 선언문을 전국에 공론화했으며 영도 공공미술 전수조사를 추진해 시민이 직접 공공미술에 참여하도록 했다.
‘기획자학교’는 연간 60-70명을 모집해 기초, 실습, 일거리를 제공했다. 올해 영도 공간 매칭 연결 기획자 8명을 선정했다. 그 결과 타 지역 청년활동 공간 1곳, 기획자의집 수료자 연결공간 12곳을 마련했다. 여성기획자 221명이 수료했다.
‘문화도시 영도’에서 특이한 것은 디자인 잇기이다. 한선 잇기 브랜딩 규칙을 개발했는데 주민참여 원라인 그리기 교육 및 포럼을 진행한 결과 ‘영도체’ 개발로 이어졌다. 문화도시 영도의 브랜드 로고는 도시의 섬이자 4개의 다리로 연결돼 있고, 과거·현재·미래 모습이 공존하는 영도의 다양한 이미지를 ‘한 선 잇기’ 방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지자체 차원의 독특한 로고 서체를 만들어낸 것이다. 영도체는 각종 광고나 홍보물, 굿즈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도시 영도’는 3년 만에 기대 이상의 큰 결실을 얻고 있다. 2021년 매니페스토 지역문화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고, 대평동이 한국관광공사 산업관광지에 선정되기도 했다. 영도문화도시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2022년 기초문화예술교육 거점 지자체에 선정됐다. 지난 10월 하순 영도 문화도시 브랜드 로고가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본상’을 받았다. 또한 지난 9월엔 미국 IDEA의 브랜딩 부분 ‘은상’을 수상했다. IDEA에서 도시 브랜드로 본상을 받은 것은 영도구가 국내 도시 중 처음이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미국 IDEA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와 함께 세계 3대 산업 디자인상으로 꼽힌다. 영화제로 치면 칸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정도의 경사라고 한다.
이러한 영도문화도시 사업의 성과에 위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위원들의 소감이나 의견이 간략히 제시됐다. 윤일이 일리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근대 파리에 예술가가 정착하게 된 것은 창의적 공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오늘 성과로 보여준 영도문화도시의 활동가(크루)와 똑같은 발상에서 나왔다고 본다. 따라서 이제 창의적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구청에서도 이러한 데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김형찬 대중음악 평론가는 “영도의 경우 음반산업과 디아스포라 이야기를 좀 더 다듬고 살아숨쉬는 영도를 산책하며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 동네예술가의 폭도 더 넓히고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문화도시는 지역문화를 활성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마을 만들기는 사람 만들기로 앞으로 도서관 활성화와 시장 활성화에 중점을 두었으면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무엇보다 민관협력을 이끌어내는 구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점심시간이 되자 ‘영도를 담은 점심’이 선을 보였다. 김미양 음식에세이 작가의 ‘이야기가 있는 오찬’이 펼쳐졌다. 이날 메뉴는 애플tv 추천영화 ‘파친코’에 나오는 주인공 선자의 마음으로 부산과 영도의 맛을 담아 상을 차렸단다. 쌀밥, 미역국, 오징어 미나리강회, 고등어구이와 전복장, 명란으로 맛을 낸 채소볶음 등이 나왔다. 흰 쌀밥은 시집가는 딸에 담은 모정을, 홍합 굴 미역국은 부산 바다에서 자란 미역으로 끓인 진한 국물, 오징어 미나리강회는 오징어배가 몰려들었던 대평동의 기억을 담았고, 영도로 모여든 각지 사람들을 생각해 ’여수 돌산갓김치‘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후식으로 봉래산 산비탈에서 작물 키우는 노력을 담은고구마 범벅 그리고 누룽지 숭늉이 나왔다.
김태만 위원장(국립해양박물관장)은 “영도 문화도시가 짧은 3년 간에 엄청난 성과를 이뤄내 부산의 자랑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영도 문화도시가 창의도시, 특히 민관거버넌스의 모범사례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위원들은 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인근 깡깡이유람선(바다버스)를 타고 남항 일대를 둘러보았다. 파란만장한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주무대였던 영도가 국제적인 문화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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