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강국 대한민국의 해양수도 부산
- 청년들이 꿈을 찾아 몰려들던 곳, 가능성을 품은 도시 ‘부산’

이현(해양수산부 장관정책보좌관)

1. 들어가며

부산은 오랫동안 젊은 청년들에게 희망의 도시이자 기회의 땅이었습니다. 과거 수많은 청년들이 ‘바다’를 향한 꿈을 안고 모여든 곳이 바로 부산입니다. 동원그룹의 창업주 김재철 회장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는 바다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았고, 서울대학교 농대 진학을 포기한 뒤 부산수산대학교를 선택했습니다. 그 선택은 훗날 동원그룹과 한국투자금융지주 창립으로 이어졌습니다.

부산은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교육 기반과 풍부한 해양생태계를 갖추고 있으며, 바다와 관련된 산업에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도시입니다. 이러한 조건은 부산이 대한민국을 해양강국으로 이끌 수 있는 최적의 거점임을 보여줍니다.

2. 인재를 키우는 도시, 부산

부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양도시로서, 해양·수산 분야에 특화된 산업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에 걸맞게 전문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도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부산은 변화하는 시대 흐름과 산업환경에 발맞추어, 미래가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2.1 과거, 현재의 인재

부산에는 해양수산 분야 인재 양성에 특화된 한국해양대학교와 부경대학교(구 부산수산대학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두 기관은 대한민국 해양수산 분야의 핵심 인력을 꾸준히 배출하며 국가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부산에서 배를 타고 달러를 벌어와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었지!”라는 말은 한국해양대학교 졸업생들이 품고 있는 자부심이자, 오늘날 해양강국 대한민국을 이끈 원동력이었습니다. 또한 김재철 회장을 비롯한 부산수산대학교 출신 인재들은 1차 산업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산업과 융합을 통해 수산업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해당 학교 출신이 아니더라도, 부산에는 다양한 경로로 해양수산 분야에 진출하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연구·기관 기반이 잘 마련되어 있어, 폭넓은 인재 양성의 토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2 미래의 인재

부산은 해양수도로서의 준비를 꾸준히 해나가고 있으며, 이는 미래 인재들에게 경쟁력을 제공하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가덕신공항이 완공되면 해운·항공·육상 물류를 아우르는 트라이포트(Tri-port) 체계가 구축되어, 부산은 종합물류허브로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하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북극항로 개척을 통한 새로운 시장의 개방은 부산이 세계 해양물류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것입니다.

향후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은 이러한 변화와 시너지를 이루며, 관련 산업의 성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젊은 인재의 유입과 양성을 촉진하고, 부산이 해양수산 분야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입니다.

3. 지정학적 위치

지금은 널리 알려진 ‘거꾸로 보는 세계지도’를 한 번쯤은 보았을 것입니다. 지도를 뒤집어 보면, 대한민국은 동북아시아의 관문이자 세계로 뻗어 나가는 전략적 위치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대한민국의 해양 관문 도시, 부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부산은 이러한 지리적 이점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으며, 해양산업 생태계를 잘 구축해 왔습니다. 이로 인해 부산은 단순한 항구도시를 넘어, 동북아시아와 세계를 잇는 글로벌 해양 거점으로서의 위상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3.1 부산항

부산의 항만인프라는 세계적 수준을 자랑합니다. 세계 2위의 환적항으로서 아시아-미주, 아시아-유럽을 잇는 주요 해상 루트에서 핵심적인 중간 기착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절반 이상이 환적화물로 구성될 만큼 글로벌 선사들의 신뢰를 받고 있으며, 컨테이너처리량 기준으로는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부산항은 자동화터미널, 첨단하역 장비, 스마트항만 운영시스템 등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왔습니다. 현재 전 세계 280개 항만과 연결되어 있으며, 268개의 컨테이너노선을 운영함으로써 뛰어난 항만 연결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부산은 오랜 기간 축적된 운영 노하우와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를 이미 보유하고 있습니다. 향후 국가 전략사업 차원의 추가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부산은 대한민국 해양수도권의 중심지이자 글로벌 물류 허브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3.2 산업생태계

부산에는 국내 해운·항만 관련 업체의 69%가 집적되어 있습니다. 이는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이 잘 갖추어져 있음을 의미하며, 부산이 해양수도로서 역할을 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더불어 지리적으로 울산과 거제도와 인접해 있어, 세계적 수준의 조선벨트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부산에는 해운·항만·수산·해양 정책 연구를 수행하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양과학기술 및 해양산업 발전에 필요한 원천 연구, 응용 및 실용화 연구 등을 하는 국가 연구기관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그리고 인증과 검사 등을 수행하는 한국선급(KR) 등의 전문 기관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러한 기관들은 업계의 기술 발전과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정과제 이행과 관련된 인프라 확충이 이루어지면, 부산 해양산업의 생태계는 더욱 풍성해지고 세계 경쟁력 또한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4. 성장 가능성

급변하는 시대에는 새로운 기회가 존재하지만,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됩니다. 소니와 애플의 사례가 그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세계 전자시장을 이끌었던 소니는 스마트폰 시대로의 전환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해 경쟁력을 상실했지만, 애플은 변화를 읽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냈습니다.

지금 열리고 있는 북극항로 시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새로운 기회이며, 국가의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거대한 변화입니다. 우리가 세계적 흐름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대비한다면, 새로운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입니다.

4.1 북극항로 시대의 중심도시 부산

북극항로는 전 세계 주요 국가와 선사들이 주목하는 해상물류 경로로, 물류비용 절감과 탄소배출 감축이라는 두 가지 핵심 과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산–로테르담 구간의 경우, 기존의 수에즈운하 경로는 약 22,000km이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약 15,000km로 단축됩니다. 이는 약 10일의 항해 기간 절감과 함께 상당한 연료 절감 효과가 있습니다. 더불어 북극 자원 개발과 신규시장 개척의 가능성 또한 있습니다.

새로운 항로 개척은 단순한 운송 경로 변경을 넘어, 선사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바다는 전 세계를 연결하고 있으며, 기후변화·전쟁·사고 등 국제 정세에 따라 항로 선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으로 파나마 운하청이 선박 통과를 제한했던 사례, 2021년 에버기븐호 좌초로 인해 수에즈운하가 6일간 마비된 사례는 항로 다변화의 필요성을 잘 보여줍니다. 북극항로는 다양한 돌발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공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입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북극항로 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선점해야 합니다. 특히 대한민국 남단의 전략 거점인 부산을 ‘해양수도’로 완성하고, 북극항로 운항과 관련한 거점으로 집중 육성한다면, 대한민국이 해양강국으로 나아가는 것에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4.2 해양수도 부산을 위한 정책

정부는 북극항로 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대한민국 남단에 새로운 성장엔진을 마련하기 위해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해사전문법원 설치, 대표 해운기업 본사의 부산 이전, 동남권 투자은행 설립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사전문법원 설치는 해사 분쟁을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여 부산을 아시아를 대표하는 해사법률 허브로 육성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대표 해운기업 본사 이전은 국내 대표 해운사의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해 해운산업의 집적 효과를 높이고, 지역경제 규모를 확대하는 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동남권투자은행 설립을 통해 R&D, 친환경 선박 전환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투자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정책 패키지는 북극항로 개척 등 국가 해양전략과 긴밀히 연계되어, 부산이 글로벌 해양경제의 전략 거점으로 도약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은 북극항로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해양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며, 부산은 명실상부한 해양수도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5. 나오며

지금까지 부산이 해양수도로 재도약할 수 있는 여건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부산은 바다를 향한 청년들의 꿈과 도전이 모여 해양, 수산업의 토대를 다져온 도시이며, 오늘날에도 관련 산업이 집약된 거점이자 인재 양성 환경이 잘 갖추어진 도시입니다. 축적된 경험과 인프라, 그리고 지정학적 이점을 바탕으로 부산은 해양수도로 도약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또한 지금은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새로운 변화의 물결 속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이를 위해 국가가 추진 중인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해사전문법원 설치, 대표 해운기업 본사 이전, 동남권투자은행 설립 등 핵심 정책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존에 탄탄하게 다져온 여건과 함께 이러한 정책들이 유기적으로 이행된다면, 부산은 국제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해양수도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대한민국 또한 해양강국으로서의 위상을 한층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해양수산부 장관정책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