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로

몫이란 말,
목이 사람(人)을 베고 있다
모가지가 사람 위에 있다
사람 있고 목 있는 것이 아니라
목이 사람보다 먼저다

자세히 보니
사람 人이 칼 두 자루다
목 옆에 칼 놓은 몫

세상 가득한 말씀
버리고 추려 한마디로 쓰면
몫에 관한 이야기 아닌가
철학과 사상도 몫에 걸친 옷 같은 것

더운 숨 데우기 위한 몫,
내 몫과 네 몫의 경계에서
몫이란 글자 깨지면
칼이 춤추었다고 역사는 적고 있으니

모가지에 칼 붙인 몫,
참 붉다

- 첫 시집 『미륵을 묻다』에서


<시작노트>
나의 시는 ‘몫’에서 출발한다. 나의 몫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몫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역지사지의 다른 말일 수도 있다.

정치학, 윤리학, 종교학, 경제학, 법학, 철학 등 모든 학문도 따지고 보면 이 몫에 관한 연구일 것이다.

몫을 어떻게 나누고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가난한 자에게도 몫은 있는 것인지, 부자의 몫은 무한한 것인지, 몫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나는 늘 몫을 생각한다.

최근 우리 사회를 혼돈 속으로 빠뜨린 일에 대해 자신의 정당한 몫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다. 몫 이전에 따져야 할 일이 하나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의 몫이 먼저였다.

김형로 시인

◇김형로 시인 :
▷201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미륵을 묻다』 『숨비기 그늘』 등 시집 3권을 냈다.
▷2021년 제9회 제주4.3 평화문학상을, 지난해 부산작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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