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해양도시의 발전 사례를 통해 본 정책적 시사점*
허윤수 (재)부산연구원 부원장
1) 싱가포르
1965년에 독립한 싱가포르는 국가 전체를 자유항(Free Port)으로 하여 교역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말라카해협의 입구에 위치하여 지정학적으로 글로벌 물류허브로서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항만, 공항, 시내 거리가 근거리에 위치하여 국제적인 금융·정보·통신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고, 글로벌 기업이 활동하기에 적합하도록 산업클러스터가 잘 조성되어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싱가포르에는 해운·물류·제조·금융 등과 관련된 기업들의 본사 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 등이 입지 해 있고, 기업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글로벌 항만을 중심으로 선박수리, 선박연료공급, 해운중개, 해상보험 등 해운·항만 관련 서비스가 발전하였으며, 항만 및 관련 서비스산업의 상호 연계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개발 과정을 살펴보면, 1986년에 ‘싱가포르 경제 : 새로운 방향’이라는 경제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이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정책을 서비스업 분야로 변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1990년대에는 금융·서비스 부문의 중심지로서 국제비즈니스센터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2014년 11월 국가정보화 전략의 최신판이자 사회 문제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미래 성장 정책인 ‘스마트국가 이니셔티브’의 출범을 발표하고 싱가포르 전역을 스마트시티화 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주요 인센티브 제도로는 국제 비즈니스 거점으로의 발전을 위한 우대제도로 지역본부(OHQ) 지정 우대, 국제무역회사(AIT)에 대한 조세감면, 국제원유 취급회사(AOT)에 대한 조세감면 등이 있다. 수출 촉진과 관련한 조세감면으로는 수출이 총수입의 20% 이상, 연간 10만 싱가포르 달러 이상 수출하는 기업에 대해 수출 관련 소득세의 90%를 최대 10년간 면제해 주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는 해양문화를 통한 도시매력도를 제고하고 있다. 항만 지역인 마리나베이가 노후화되기 시작하자 유럽과 미국의 수변도시를 벤치마킹하여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여 세계적인 관광지로 성장하였다. 이 지역은 비즈니스, 관광, 위락, 주거의 유기적인 배치와 경관을 고려한 복합자족형 수변도시 개념으로 개발하여, 업무지역, 주거공간, 여가 및 관광지, 쇼핑 및 컨벤션 공간 등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해양도시 매력도를 제고하였다.
2) 두바이
두바이는 아라비아반도 북동쪽 걸프만 해안에 인접해 있는 아랍에미리트(UAE)의 7개 토후국 중 하나로 면적은 3,885㎢로 서울의 약 6.4배이다. 두바이국제공항과 제벨알리(Jebel Ali)항 그리고 라시드항 등 세계 수준의 공항과 항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제벨알리항 배후 지역에 화물 전용 알막툼국제공항을 운영하여 중동의 물류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두바이의 개발 과정을 살펴보면, 고갈되어 가는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체제를 마련하고자 시작되었으며, 지도자인 셰이크 모하메드의 리더십이 강하게 작용하였다. 1975년 제벨알리지구를 개발하여 항만 건설을 시작했고, 1985년 제벨알리자유무역지역를 설치하여 항만을 이용하는 글로벌 물류센터들이 집적화되었다. 2000년에는 두바이 주식시장 발족, 2004년 국제금융센터(DIFC) 설립, 2005년 국제금융거래소 설립으로 아랍금융 중심지로의 발전을 시작하였다.
주요 인센티브 제도로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제벨알리 자유무역지대(Jebel Ali Free Zone : JAFZ)의 4무(無), 2다(多)이다. 4무는 무세금, 무제한 외환거래, 무스폰서(경제활동 시 UAE국민을 동업자로 선정해야 하는 것), 무노동쟁의를 보장하며, 2다는 다양한 물류 여건, 다양하고 편리한 지원시스템을 의미한다.
현재 두바이는 무역, 관광, IT/미디어, 금융산업에 대한 과감한 정부투자로 도시개발을 시행함에 따라 중동지역 비즈니스, 금융, 무역허브로 발돋움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관광도시로도 급부상하였다.
3) 상하이
상하이는 항만을 기반으로 세계 경제 중심도시로 성장하였고, 중국의 개혁 및 개방정책 이후 항만 규모, 시설, 관리, 서비스 및 수입 측면에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의 항만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상하이항은 양쯔강 하구에 있으며, 중국 동부 지역의 중심 항만이자 중국의 관문으로 연안, 장강, 원양 및 복합 운송의 연결 중심지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상하이항은 공항·항만 인프라건설에 있어 중국 정부 및 상하이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며, 항만배후단지 및 수출가공단지 등으로 인한 자체 물동량의 지속적인 증가가 강점이라 할 수 있다. 상하이항은 컨테이너 물동량 세계 1위 유지, 국제 해운센터 구축, 항만운영사 수익의 전 세계 업계 3위 이내 진입 및 사업 다각화, 과학기술을 통한 발전, 스마트화, 친환경, 고효율의 항만 건설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상하이는 항만 이외에도 자유무역지구 확대를 통한 경제·금융·해운·무역의 4대 국제 허브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자유무역 시범구는 금융제도, 외국인 투자 영역, 통관 정책 등 주요 무역투자 인프라를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장기 목표를 갖고 출범하였으며, 기존 보세구역과 국제 항만 및 공항을 연계한 글로벌 물류허브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중국은 국가 차원의 해양플랜트 육성 전략에 따라 중국의 연안 지역 지방정부 및 주요 국유에너지기업, 조선소 등 해양플랜트에 대한 R&D 투자 확대 및 산업단지 개발을 추진 중에 있고, 해양플랜트산업 R&D 메카인 상하이시는 해양플랜트산업을 6대 기간산업의 하나로 선정하여 육성하고 있다.
4) 정책적 시사점 및 부산의 과제
싱가포르, 두바이 및 상하이는 2000년 이후 급성장한 신흥 글로벌 해양도시이다. 신흥 글로벌 해양도시들의 발전 사례를 중심으로 도출되는 정책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발전 전략으로 자국 내 경쟁력 있는 글로벌도시의 개방화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세계 주요 글로벌도시는 개방화 전략 추진을 통해 각 권역에서의 허브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중동에서는 두바이, 유럽에서는 로테르담이 권역별 허브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와 두바이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국제자유도시에 준하는 제도 마련과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도시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였다.
둘째, 물류경쟁력을 기반으로 금융 및 신산업을 연계 육성시킨 후, 글로벌 해양 허브도시로 성장하였다. 싱가포르, 두바이, 상하이 및 로테르담은 각 권역에서의 중심 항만·항공 도시로 항만·공항의 물류 기능을 강점으로 중계무역지로 성장하였으며, 이후 금융허브로 발전하였고 신산업 육성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싱가포르는 과거 세계 1위 컨테이너 처리 항만, 현재 세계 1위 컨테이너 환적항만을 기반으로 아시아지역 선박용 연료공급의 중심으로 성장한 후,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 금융허브의 중심으로 성장하였다.
두바이는 2004년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 설치 이후, 중동의 금융허브로 성장하였고 현재는 미래금융의 중심이 되기 위해 핀테크와 블록체인 등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DIFC는 영국 런던과 같은 금융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영국 보통법을 적용하는 DIFC 전용법을 따르며, 두바이 프리존과 같이 법인세와 소득세 등이 면제되고 있다.
셋째, 인재 양성 및 우수인력 유입을 위한 관련 제도의 개선 및 정비이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인재가 모인 지역에 글로벌기업이 집적화되기 때문에 글로벌 허브도시들은 글로벌 기업 유치 및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한 우수 인력 유치와 인재 양성을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싱가포르는 금융 및 전략산업 관련 내·외국인 인재 유입 및 육성 정책을 추진 중이며, 해외 네트워크 전문지식(ONE) 비자 신규 도입, 특정 분야 전문인력의 비자 유효기간 확대, 비자 발급 소요 시간 등 해외 우수인력 유치를 위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두바이는 글로벌 기업 유치 및 글로벌 기업에 우수인재 공급을 위해 Knowledge Village(지식촌), 아카데믹 시티 운영 등으로 글로벌 명문대학을 유치하고 있다. 로테르담 역시 외국인 취업 및 정주환경 조건 등으로 글로벌 기업이 집적되고 글로벌 인재가 모이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부산이 싱가포르, 두바이 등과 같은 글로벌 해양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과제로 인프라 측면에서는 가덕도신공항의 적기 건설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항공인프라는 항만시설 대비 가장 취약한 상황으로 현재 추진 중인 가덕도신공항의 2030년 적기 개항이 요구된다.
해양산업 측면에서는 부산은 물류, 수산, 조선 및 해양관광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으나, 이와 같은 전통적인 해양산업에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빅데이터, 블록체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과의 연계를 통한 고도화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해양금융, 해양과학기술, 해양에너지 등의 해양신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해양신산업은 다가오는 북극항로시대에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중추 기능 측면에서는 신정부에서 추진 중인 해양수산부 이전과 함께 HMM 등 국내 해운선사의 본사 이전, 제2차 해양 관련 공공기관 이전 등이 실현되면 글로벌 해양도시와 경쟁할 수 있는 중추 기능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연구원에서 수행한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 방안(2025)에서의 해외도시 사례를 재정리하였음
<(재)부산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