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1일은 2002년 유엔이 정한 ‘국제 산의 해(UN International Year of Mountains)’이다. 유엔은 2003년부터 산이 생명에 미치는 중요성의 인식을 제고하고, 산의 개발 기회와 제약을 강조하며, 전 세계 산과 관련된 사람들이 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연대를 위해 이러한 날을 기념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13%가 산에 살고 있으며, 세계 관광산업의 약 15~20%를 차지하는 것이 산악관광이라고 한다. 복합적인 토지 이용이 이뤄지는 산은 물·에너지·광물자원의 근원이자 생태계의 보고이며, 관광·스포츠의 명소이고, 문화·전통의 중심지이자 기후변화의 지표이기도 하다(https://www.planeta.com/international-mountain-day).
우리나라는 국제 산의 날보다 한해 먼저 산림청이 10월 18일을 ‘한국 산의 날’로 지정했다. 우리 선조들은 등고(登高)라고 하여 1년 중 가장 멋진 자연 장관을 자아내는 10월이 되면 높은 곳에 올라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18일은 ‘십(十) 팔(八) 나무(木)’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2010년 우리나라의 산림 면적은 637만㏊로 국토의 63%를 차지했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국토면적 대비 높은 산림 비율이라고 한다. 2020년 국내 산림은 629만ha로 줄어들었다.
국립공원은 한국의 자연생태계나 자연 및 문화경관을 대표할 만한 지역으로서 환경부 장관이 지정·관리하는 자연공원을 말한다. ‘자연공원’은 지정·관리하는 주체에 따라 국립공원·도립공원·군립공원·지질공원·시립공원·구립공원 등으로 구분되어 각각 환경부장관·도지사·군수·시장 등이 그 책임을 맡도록 하고 있다.
자연공원법에는 자연공원은 모든 국민의 자산으로서 현재세대와 미래세대를 위하여 보전되어야 하며, 생태계의 건전성, 생태축(生態軸)의 보전·복원 및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도록 지정·관리되어야 하고, 과학적 지식과 객관적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해당 공원의 특성에 따라 관리되어야 하며, 지역사회와 협력적 관계에서 상호혜택을 창출할 수 있도록 관리되고 자연공원의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국제협력이 증진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67년 지리산이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이후 2016년 태백산까지 전국에 22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총 3,972㎢의 면적으로 전체 국토면적(10만 339㎢)의 약 4%를 차지하고 있고, 22,055종의 야생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중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총 267종 중 175종이 서식하고 있다. ‘국립공원의 날’은 매년 3월 3일인데 1967년 국립공원 제도의 근거 법령인 ‘공원법’이 공포·시행된 날로 2002년 지정됐다(다음백과).
그러면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국립공원관리공단(현 국립공원공단)이 2006년 12월 24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리산과 설악산 등 우리나라 18개 국립공원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경우 총 65조 원에 이르며, 당시 우리나라 4800만 국민이 1인당 135만 원의 국립공원 재산을 보유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국립공원의 경제적 가치 65조 원은 국립공원 보호로 얻어지는 자연환경 보존가치 58조 원과 탐방객이 공원을 이용하면서 얻는 가치 6조6000억 원을 합친 것이다. 공원별 가치로 보면 북한산(6조1000억 원), 설악산(5조5000억 원), 지리산(5조2000억 원) 순이라고 한다. 이러한 국립공원의 경제적 가치평가는 ‘비시장 환경재(非市場 環境財)’를 평가하는 ‘가상가치평가방법(CVM)’에 의해 나온 것이다. 가상가치평가법은 앙케이트를 사용해 일반시민에게 질문을 던져 환경의 가치를 금액으로 평가하는 기법이다.
국립공원에 대한 가치평가는 지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3년간 9400여 명의 탐방객과 2000명의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다고 한다. 북한산이 다른 국립공원보다 가치가 높게 평가된 것은 탐방객이 연간 500만 명이 넘은 데 힘입은 바 크다. 또한 이 기간 내 총 1만2500여 명의 국립공원 탐방객을 대상으로 현지에서 지출비용에 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18개 국립공원의 연간 탐방객 2400만 명(2005년 기준)의 연간 총지출비용이 7079억 원이었다. 탐방객 1인의 1회 평균 지출비용은 설악산이 7만765원으로 가장 높고, 북한산이 2994원으로 가장 낮았다. 이 조사에서 국립공원이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연간 총 가치는 3조700억 원으로 나타났다. 당시 국립공원의 연간 관리 비용이 1300억 원임을 감안하면 우리 국민들이 24배의 경제적 이득을 얻고 있다는 결론이다.
2005년 4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약 641만㏊에 이르는 우리나라 산림의 연간 공익기능가치를 2003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8.2%인 58조8813억 원으로 평가했다. 이는 농림어업총생산의 2.6배, 임업총생산의 18.4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연합뉴스, 2005년 4월 4일)
2018년 기준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221조에 달했다. 국민 1인당 연간 428만원의 공익적 혜택을 받는 셈이라고 한다. 국내총생산(GDP) 1,893조원의 11.7%에 해당하며, 농림어업총생산의 6.4배, 임업 총생산의 92.6배, 산림청 예산(2조원)의 108배에 달한다. 온실가스흡수 저장기능이 75.6조원으로 총평가액 중 가장 높은 34.2%를 차지하였으며, 산림경관제공 기능 28.4조원(12.8%), 토사유출방지 기능 23.5조원(10.6%), 산림휴양 기능이 18.4조원(8.3%) 순으로 평가됐다. 그 외 산림정수 기능 13.6조(6.1%), 산소생산기능 13.1조(5.9%), 생물다양성보전 기능 10.2조(4.6조), 토사붕괴방지 기능 8.1조(3.7%), 대기질개선 기능 5.9조(2.7%), 산림치유 기능 5.2조(2.3%), 열섬완화 기능이 0.8조(0.4%)로 뒤를 이었다(노동일보, 2020년 4월 1일).
부산 해운대구 장산(萇山)이 2021년 9월 15일 전국 자치구 최초로 자연공원법에 따른 구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그동안 토지소유 관계에 따라 산림청, 국방부 등 관리 주체가 분산돼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웠으나 구립공원 지정으로 구가 장산을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장산은 면적이 약 24㎢로 부산 해운대구의 절반이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돈나무, 곰솔 등이 자생하는 장산은 관속식물 497종, 곤충류 168종, 균류 34종, 어류 12종, 양서류 6종 등 총 761종이 관찰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더욱이 장산습지는 IUCN(국제자연보존연맹)의 희귀식물 목록에 오른 5종을 비롯해 96종이 자생해 학술적 가치도 높다. 인근 계곡에는 2012년 천연기념물인 반딧불이가 발견된 이래 시민단체들의 지킴이활동도 활발하다. 해운대구청은 ‘백년대계 장산’을 꿈꾸고 있다.
부족국가시대의 장산국 설화가 전해져오는 장산은 마고당, 천제단, 간비오산 봉수대, 재송포의 역사자산을 품고 있는 해운대의 진산이자 정상부에선 너덜겅과 도시,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경승지다. 물 많은 장산은 부산시민들의 산책로이자 치유공간이기도 하다. 물론 등산로 훼손이나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종도 늘어나고 있다.
뉴스1(2022년 9월 20일)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가 ‘장산구립공원’ 지정 1주년을 맞아 보전과 이용이 조화를 이루는 장기 마스터플랜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해운대구는 내년 초에 10년 단위의 ‘공원계획’ 수립을 마무리해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장산을 자연보존지구, 자연환경지구, 문화유산지구, 마을지구 4개 용도지구로 나눠 특성에 맞게 공원을 보전·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장산 폭포사 부근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이 기부한 공유지에는 ‘장산 공유숲 힐링 쉼터’를 조성한다. 훼손이 심한 지역은 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산림 내 표지판의 QR코드를 통해 등산객에게 현재 위치를 알리고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 추천 등산코스도 제공한다. 6·25전쟁 이후 70여 년간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됐던 장산 정상은 지난 6월 28일 개방된 뒤 지난 9월 19일까지 1만5000여명이 찾았다. 구는 지난 7월 홈페이지를 열어 등산로 안내, 시설 소개, 체험 프로그램 예약 등 장산구립공원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이제 이왕 ‘백년대계 장산’을 꿈꾼다면 제대로 시작해보자. 무엇보다 그랜드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본다. 백년대계 장산을 위한 소프트전략을 제안해본다.
첫째, 장산 그랜드디자인의 설계를 위해 장산의 ‘제 모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장산은 곧 해운대이다. 지금까지 해수욕장 중심의 해운대에 역사적인 장산이 또하나의 중심으로 들어서야 한다. 역사와 문화, 생활, 생태, 공원 등 어메니티(종합쾌적성) 차원에서 장산을 볼 필요가 있다. ‘4포지향 부산’의 중심인 해운대에 바다와 하천, 산, 온천을 연결하는 통합성이 요구된다. 장산국의 설화와 조선시대 군선을 만드는 나무를 생산했던 재송포, 간비오산 봉수대의 역사자원을 잘 살리고, 1960년대 장산마을의 재건 역사 또한 무시해선 안 된다. 반딧불이, 옆새우, 버들치, 가재, 산골조개, 팔색조가 있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된다.
이러한 데서 고성방가와 쓰레기가 난무하던 춘천 남이섬이 강우현이라는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로 ‘나미나라공화국’으로 변모하면서 생태적, 국제적, 창의적 섬으로 국내외의 인기를 받고 있는 사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장산마을의 재발견이 절실하다. 장산의 제 모습은 ‘원풍경 찾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종합적 관점에서 장산의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
둘째, 백년대계 장산의 그랜드디자인은 바로 시민에게서 나와야 한다. 시민참여를 통해 새로운 장산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백년대계 장산’을 위한 시민의 아이디어는 매우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시민참여를 위해 우선 민관이 하나가 돼 장산사랑운동을 펼쳐 보면 어떨까? 해운대의 시장번영회나 주민·시민단체가 하나가 돼 ‘장산 가꾸기’ 활동에 나서 장산 청소나 실태조사를 해도 좋을 것이다. 나아가 출향인들을 초청해 장산과 관련된 이야기나 추억을 모아나가도 좋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장산을 소개하면서 ‘장산 탐험대’같은 것을 만들어 외부인의 눈으로 장산의 가치와 현안, 미래 제안을 받아보면 어떨까? 장산의 노래나 장산과 관련된 글 그림을 모아내도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장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장산을 이해하는 ‘공부모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장산역를 비롯해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에서 자전거 등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친환경 접근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장산마을 사람들’과 ‘백년대계 장산’을 얘기하고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대안 찾기에 함께 머리를 맞대보면 어떨까?
셋째, 백년대계 장산을 구상하고 실현하기 위해서 이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해운대구청의 기존 부서를 통합해 ‘백년대계 장산과’나 ‘백년대계 장산 추진본부’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일본 기타큐슈의 경우 환경 관련부서에 ‘반딧불이계’ ‘꽃계’라는 부서도 있었다. 구청장이 바뀌더라도 지속가능한 행정조직체계를 갖추고 이를 민관거버넌스를 통해 만들어 가는 일이야 말로 ‘백년대계의 초석’이라고 하겠다. 이와 아울러 시민트러스트운동과 결합해 해운대구를 비롯해 부산시민들의 애향심을 이끌어내는 ‘백년대계 장산 민간협의회’ 구성이나 ‘백년대계 장산재단’을 만들어가는 것 등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맹자(孟子)』 양혜왕장구하(梁惠王章句下)에는 제나라 선왕과 맹자의 대화가 나온다. 문왕의 사냥터가 사방 70리였지만 백성들이 작다고 생각한 반면 선왕의 사냥터가 사방 40리임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이 크다고 생각한 것은 그 사냥터를 백성들과 공유했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이 말은 국립공원이든 구립공원이든 국민이나 시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자연공원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도 되지 않을까.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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