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는 길은 항상 설렘으로 시작한다. 며칠 전부터 머릿속에서는 상상도 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막상 떠나는 날은 들뜨기도 하고 가슴이 뛰는 날이기도 하다. 강원도로 가는 길이라 더욱 기대도 하고 어떻게 진행될까 하게 된다. 오랫동안 운전하면 휴게소의 휴식으로는 피로가 다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중앙고속도로를 벗어나서 주위의 경치를 구경하게 된다. 먼저 충북 단양군에 있는 도담삼봉을 보고 가기로 한다.
단양에는 많은 아름다운 풍경들이 즐비할 정도이다. 고수동굴을 비롯하여 각종 동굴과 함께 충주댐, 천태종의 본산인 구인사, 남한강 주위를 감싸고 도는 절경이 많은 곳이다. 단양팔경은 말하여 무엇하겠는가. 단양 남쪽의 소백산맥에서 내려오는 남한강을 따라 약 4㎞ 거리에 있는 하선암(下仙巖), 10㎞ 거리에 있는 중선암(中仙巖), 12㎞ 거리에 있는 상선암(上仙巖)과 방향을 바꾸어 8㎞ 거리에 있는 사인암(舍人巖), 그리고 단양에서 서쪽으로 8㎞ 거리에 있는 구담봉(龜潭峰), 9㎞ 거리에 있는 옥순봉(玉筍峰)과 단양에서 북쪽으로 12㎞ 거리에 있는 도담삼봉(嶋潭三峰) 및 석문(石門) 등을 함께 일컫는다.
단양팔경 중 하나인 명승 제44호인 도담삼봉에서 쉼도 하고 아침밥을 먹고 또 눈을 쉬어가기로 하고 들어간다. 들어서는 순간, 선명하게 다가오는 물 위의 섬이 인상적이다. 아침 햇살에 비추는 물은 맑음이다. 중앙 섬에 있는 정자는 더욱 돋보이게 나타난다. 왼편 섬에는 왜가리 한 마리가 꼿꼿하게 서 있어 데칼코마니를 이루고 있다. 움직임도 없다.
도담삼봉은 당당한 풍채가 돋보이는 남편봉을 중심으로 아담한 처봉과 첩봉이 양옆을 지키고 있는 곳이다. 특히 남편봉에는 삼도정(三嶋亭)이라는 육각 정자가 있다. 남한강이 흐르면서 크게 S자를 그리면서 돌아가는 곳에 있다. 섬이 있는 호수 같다고 하여 ‘도담’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남한강이 만들어 낸 최고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또한 1897년 한국에 온 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은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에서 도담삼봉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강의 아름다움은 도담에서 절정을 이룬다. 낮게 깔린 강변과 우뚝 솟은 석회 절벽, 그사이에 푸른 언덕배기에 서 있는 처마가 낮고 지붕이 갈색인 집들이 그림처럼 도열해 있는데 이곳은 내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절경이었다’라고 적었다.
일찍이 퇴계 이황 선생이 이곳을 두고 시를 한 수 남겼다.
산은 단풍잎 붉고 물은 옥같이 맑은데(山明楓葉水明沙)
석양의 도담삼봉에는 저녁노을 드리웠네(三島斜陽帶晩霞)
신선의 뗏목은 푸른 절벽에 기대어 자고(爲泊仙蹉橫翠壁)
별빛 달빛 아래 금빛 파도 너울진다(待看星月湧金波)
- 퇴계 이황의 시 〈嶋潭三峯〉 전문 -
‘조선왕조의 이념적 기반을 구축한 개국공신 정도전은 도담삼봉을 즐겨 찾았다. 태조 이성계의 장자방 역할을 했던 정도전은 도담의 경치를 좋아하여 젊은 시절 이곳에서 오랫동안 청유했고,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 한 것도 도담삼봉에서 연유한 것이라 한다. 정도전은 삼봉에 얽힌 전설의 인물로도 전해진다. 전설의 내용은 이러하다. 강원도 정선군의 삼봉산이 홍수 때 떠내려와 지금의 도담삼봉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양에서는 정선군에 매년 세금을 내고 있었는데 어린 정도전이 “우리가 삼봉을 정선에서 가져온 것도 아니요, 오히려 물길을 막아 피해를 보고 있어 아무 쓸데 없는 봉우리에 세금을 낼 이유가 없으니 필요하면 도로 가져가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후에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도담삼봉에 얽힌 이야기>
누구든 도담삼봉을 바라보면서 감탄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가슴에 감정이 메마른 사람일 것이다. 강 건너편으로 산 아래로 집들이 오순도순 자리하는 농촌 모습은 또 하나의 절경이다. 여기저기에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모습이 그 명성을 대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유람선은 발이 묶인 채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아마도 코로나 여파인 듯하다. 언제 저 물살을 가르면서 관광객을 모실 수 있을지 기약도 없는 것 같다. 공원 아래에는 발 묶인 나룻배가 아침잠에서 아직 깨지도 않은 것 같다.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사진 찍는 사람들의 모델만 해주고 있을 뿐이다.
도담공원에는 삼봉 정도전의 동상이 도담삼봉을 내려다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을 내리깔고 앉아 있다.
아침밥을 챙겨 먹어야겠다. 주위를 돌아보니 모두가 손두부 집들이 줄을 지어 자리하고 있다. 그중 ‘도담삼봉 가마솥 손두부’식당 한 곳을 찾아 들어간다. 넓은 식당 안에 손님 몇이 식사하고 있다. 우리도 손두부 한 그릇씩 맛있게 아침 요기를 한다. 석문으로 가려는데 비가 흩뿌리기 시작한다. 오름길이라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하고 주위를 돌아본다.
소나무를 잘 가꾸어서 주위와 어울리게 해 놓았다. 산에는 안개가 중간으로 혹은 산봉우리로 드리우고 있다.
다시 발길을 돌려 강원도 양구에 있는 펀치볼로 간다. 양구 통일관 곁에 있는 을지전망대·제4땅굴 매표소로 간다. 그런데 지금은 표를 팔지 않고 있다. 즉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를 달려왔는데 싶어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확실히 아는 것 같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어쩌랴! 가르쳐준 대로 달려갔지만, 을지전망대 오르는 문을 줄로 묶어 들어가지 못한다고 안내문을 두었다. 거기에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하니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운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몰래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그냥 뒤돌아 나온다. 그래도 어딘가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했다. 산길 정상으로 오고 가기를 두어 번 했다. 하지만 반쯤만 보일 뿐이다. 전망대 찾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해서 우리는 차를 가지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보았지만, 헛수고였다. 보일 듯한 곳에 부대가 있어 부대에 가서 물어보아도 거기도 아니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두타연 들어갈 시간인 오후 2시가 가까워져서 그쪽으로 갔다. 그런데 접수하러 간 사람이 나오지를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관광버스를 타고 있는데 어찌 되었나 싶어 우리도 들어가 보았다.
우리 예약자가 인터넷 접수하면서 마지막 접수 확인을 하지 않아서 인터넷 접수가 되지 않은 것이다. 두타연은 예약하지 않으면 절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부대에서 운영하고 봉사원이 대행하고 있는데, 예약이 되지 않으면 어떤 방법도 허락되지 않은 곳이다. 내일 다시 오자면서 다시 예약해 놓았다. 그리고 돌아 나왔다. 멀리 와서 그러고 나니 막막할 뿐이다.
무엇이든지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는 예약에 대해서 좋은 경험을 했다. 확인하고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좋은 경험을 한다.
강원도의 가슴 설레는 밤을 맞는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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