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증호 시인의 '시조, 사랑을 노래하다' 3 - 사랑, 이은상

손증호 승인 2023.03.15 09:47 | 최종 수정 2023.03.17 11:01 의견 0

사랑
            이은상 

 

탈 대로 다 타시오
타다 말진 부디마오
타고 다시 타서
재될 법은 하거니와
타다가 남은 동강은
쓸 곳이 없소이다
반 타고 꺼질진댄
아예 타지 말으시오
차라리 아니 타고
생나무로 있으시오
탈진댄 재 그것조차
마저 탐이 옳소이다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노산 이은상 선생의 〈사랑〉입니다. 

탈대로 다 타시오. 타다가 말지는 마시오. 타고 다시 타서 재가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하지만 타다가 남은 동강은 쓸 곳 없으니 반만 타고 꺼질 거라면 아예 처음부터 타지 마시오. 차라리 시작조차 하지 말고 생나무로 있으시오. 이왕 타기로 마음먹었으면 ‘재’ 그것조차 마저 타는 것이 옳소이다. 다 타고 남은 ‘재’ 그것조차 마저 타라니…. 사랑이 이 얼마나 뜨겁습니까? 작품 속의 타는 물건은 ‘사랑하는 마음’을 비유한 ‘장작’인데 이왕에 사랑할 거라면 잘 마른 장작처럼 활활 타라는군요. 모든 걸 바쳐 사랑하는 순수한 열정이 정말 화끈하고 뜨겁습니다.

노산 선생의 시에 홍난파 선생이 곡을 붙인 가곡 〈사랑〉은 홍난파가 작곡한 수많은 작품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로 평가받으며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노산 선생의 〈사랑〉이 얼마나 화끈한지 더 잘 느끼고 싶다면 가곡 〈사랑〉을 감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손증호 시인

◇ 손증호 시인 : ▷2002년 시조문학 신인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부산시조 작품상, 성파시조문학상, 전영택 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등 ▷시조집 《침 발라 쓰는 시》 《불쑥》, 현대시조 100인 선집 《달빛의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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