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증호 시인의 '시조, 사랑을 노래하다' 4 - 비, 이영도

 손증호 시인의 '시조, 사랑을 노래하다'

손증호 승인 2023.03.22 10:05 | 최종 수정 2023.03.24 11:26 의견 0


 
          이영도

 

그대 그리움이 
고요히 젖는 이 밤  
 
한결 외로움도 
보배 냥 오붓하고  
 
실실이 푸는 그 사연 
장지 밖에 듣는다.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가람 이병기 선생의 〈비〉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정운 이영도 선생의 〈비〉입니다.

이영도 선생의 〈비〉를 백수 정완영 선생은 이렇게 평했습니다.

‘이영도 선생의 알뜰한 작품이다. 그리운 사람을 못내 그리워하는 곡진한 심정이 잘 담겨 있다. 언단의장(言短意長). 이 짧디짧은 단수 하나로 하여 우리는 몸도 마음도 온통 촉촉하게 젖어든다.’

이 시조의 주된 정서는 애모(愛慕), 곧 그리움입니다. 외로움을 달래주는 임의 손길 같은, 임의 목소리 같은 빗소리. ‘실실이 푸는 그 사연’을 듣다 보면 외로움조차도 가슴속에 오롯이 보배로 자리 잡는군요. 직설적인 요즘 사랑에 비하면 무척 고전적입니다만 ‘비’에 담긴 애잔한 그리움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은 어느새 촉촉하게 젖고 맙니다.

 

손증호 시인

◇ 손증호 시인 : ▷2002년 시조문학 신인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부산시조 작품상, 성파시조문학상, 전영택 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등 ▷시조집 《침 발라 쓰는 시》 《불쑥》, 현대시조 100인 선집 《달빛의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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