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9) 깊은 밤 홀로 앉아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

허섭 승인 2021.01.08 18:23 | 최종 수정 2021.01.08 18:46 의견 0
겸재 정선 - 인왕제색도 조선 1751년, 79.2+138.2cm 종이에 수묵
겸재 정선 - 인왕제색도 조선 1751년, 79.2+138.2cm 종이에 수묵

009 - 깊은 밤 홀로 앉아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

밤 깊어 사람들 잠들어 고요한 때에 홀로 앉아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면

비로소 망상이 사라지고 참마음이 오롯이 나타남을 깨닫게 되나니
언제나 이런 가운데서 대진리(대자유)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참마음이 나타났는데도 망상에서 벗어나기 어려움을 깨닫는다면
또한 이 가운데서 참 부끄러움을 얻게 되는 것이다.

  • 窮(궁) : ‘다할 궁’ 으로 ‘없어지다’ 의 뜻이다.
  • 大機趣(대기취) : 대오철저(大悟徹底)를 통해 깨달은 진리, 대진리(大眞理).
  • 慙恧(참뉵) : 부끄러움. 慙이나 恧, 모두 ‘부끄러워하다’ 의 뜻. 慙은 慚, 恧은 忸과 동자(同字)
  • 大慙恧(대참뉵) : 대 참회(大慙悔). 단순한 수치(羞恥)가 아니라 ‘큰 부끄러움’ 이라 말한 이유는, 욕망과 집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자신을 발견함으로써 결국에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진정한 깨달음을 향한 대발심(大發心)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판교 정섭(板橋 鄭燮, 청, 1693-1765), 주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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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退翁 性徹 1912~1993) 스님 법어(法語)

< 자기를 바로 봅시다 > - 1982년 음력 4월 8일 초파일 법어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원래 구원되어 있습니다. 자기가 본래 부처입니다. 자기는 항상 행복과 영광에 넘쳐 있습니다. 극락과 천당은 꿈속의 잠꼬대입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원하고 무한합니다. 설사 허공이 무너지고 땅이 없어져도 자기는 항상 변함이 없습니다. 유형(有形), 무형(無形) 할 것 없이 우주의 삼라만상이 모두 자기입니다. 그러므로 반짝이는 별, 춤추는 나비 등등이 모두 자기입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모든 진리는 자기 속에 구비되어 있습니다. 만약 자기 밖에서 진리를 구하면, 이는 바다 밖에서 물을 구함과 같습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영원하므로 종말이 없습니다. 자기를 모르는 사람은 세상의 종말을 걱정하며 두려워하며 헤매고 있습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본래 순금입니다. 욕심이 마음의 눈을 가려 순금을 잡철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나만을 위하는 생각은 버리고 힘을 다하여 남을 도웁시다. 욕심이 자취를 감추면 마음의 눈이 열려서, 순금인 자기를 보게 됩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아무리 헐벗고 굶주린 상대라도 그것은 겉보기일 뿐, 본모습은 거룩하고 숭고합니다. 겉모습만 보고 불쌍히 여기면, 이는 상대를 크게 모욕하는 것입니다. 모든 상대를 존경하며 반들어 모셔야 합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현대는 물질만능에 휘말리어 자기를 상실하고 있습니다. 자기는 큰 바다와 같고 물질은 거품과 같습니다. 바다를 봐야지 거품을 따라가지 않아야 합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부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것이 아니요, 이 세상이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 주려고 오셨습니다. 이렇듯 크나큰 진리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다함께 길이길이 축복합시다.

< 본마음 > - 1990년 1월 1일 신년법어

우리는 모두가 깨끗하고 빛나는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천추만고(千秋萬古)에 영원히 변함이 없습니다.

설사 천 개의 해가 일시에 떠올라도 이 빛보다 밝지 못하나니, 이것을 본마음이라고 합니다.

넓고 가없는 우주도 본마음에 비하면, 본마음은 바다와 같고 우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좁쌀 하나만 합니다.

이 본마음은 생각으로도 미치지 못하고 말로써 형용할 수 없으니, 이러한 보물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영광 중의 영광입니다.

이 마음에는 일체의 지혜와 무한한 덕행이 원만구족(圓滿具足) 하여 있으니, 이것을 자연지(自然智)라 합니다. 이 자연지는 개개가 구비한 무진장(無盡藏)의 보고(寶庫)입니다.

이 보고의 문을 열면 지덕(智德)을 완비한 출격대장부(出格大丈夫)가 되나니, 이것이 인간 존엄의 극치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이 보고를 모르고 고인(古人)들의 조박(糟粕)인 언어, 문자에서만 찾고 있으니 얼음 속에서 불을 찾음과 같습니다.

이 마음은 거울과 같아서 아무리 오랫동안 때가 묻고 먼지가 앉아 있어도 때만 닦아내면 본거울 그대로 깨끗합니다.

그리고 때가 묻어 있을 때나 때가 없을 때나 거울 그 자체는 조금도 변함없음과 같습니다.

금가루가 아무리 좋아도 거울 위에 앉으면 때가 되어서 거울에는 큰 장애입니다.

그리하여 성현들의 금옥 같은 말씀들도 이 거울에게는 때가 되어 본마음은 도리어 어두워집니다.

그러므로 깨끗하고 밝은 본마음을 보려면 성인도 닦아내고 악마도 털어 버려야 합니다.

더욱이 각 종교의 절대적 권위인 교조들의 말씀은 본마음에 가장 큰 장애와 병폐가 되나니, 불교를 믿는 사람은 석가를 버리고 예수를 믿는 사람은 예수를 버려야 합니다.

그리하여 석가·공자·노자·예수 할 것 없이 성인 악마를 다 버리고 닦아내면 푸른 허공과 같이 깨끗하게 되나니, 이 허공까지 부수어 버려야 본마음을 봅니다.

과거의 성인들을 너무 집착하여 이를 버리지 못하면 본마음에 이보다 더 큰 병폐와 장애가 없으니, 이것을 독약같이 버려야 참다운 지혜와 영원한 자유가 있으며 우리의 본마음을 볼 수 있으니 석가·예수·공자·노자를 원수같이 털어 버려야만 합니다.

이들이 본마음에 때가 됨은 악마와 같아서 이를 버리지 못하면 본마음은 점점 더 캄캄하여집니다.

오직 우리의 본마음을 보기 위하여 석가·예수를 빨리 털어 버립시다.

어허!
석가·예수는 누구인가?
성인 악마 다 잊고서 홀로 앉아 있으니
산 위에 솟은 달은 더욱더 빛이 나며
담 밑에 국화꽃은 향기롭기 짝이 없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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