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6) 비 뿌리고 바람 불어도 마음은 늘 비온 뒤 맑게 갠 날이어라

허섭 승인 2021.01.05 13:52 | 최종 수정 2021.01.06 11:26 의견 0
겸재 정선 - 인왕제색도 조선 1751년, 79.2+138.2cm 종이에 수묵

006 - 비 뿌리고 바람 불어도 마음은 늘 비온 뒤 맑게 갠 날이어라

거센 바람과 성난 비에는 새들도 불안해 떨고
맑게 갠 날의 따뜻한 바람에는 초목도 기뻐한다.

이로써 알 수 있나니
천지엔 하루도 온화한 기운이 없어서는 안 되고
사람 마음에는 하루라도 기쁨이 없어서는 안 된다.

 

  • 戚戚(척척) : 근심에 싸인 모양.
  • 霽日光風(제일광풍) : 맑게 갠 날의 화창한 바람. 霽는 ‘맑게 개다’ 의 뜻.
  • 欣欣(흔흔) : 기뻐하는 모양.
  • 可見(가견) : 가히 ~함을 알(볼) 수 있다.
  • * 영어 구문으로 보자면 < It seems that ~ > 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굳이 해석하자면 < ~라고 보인다(생각된다) / 가히 알겠노라 > 정도일 것이다.
  • * 엄밀히 문법을 따지자면, 우리말로 토를 붙여 읽으려면 ‘可見하니 ~이니라’ 로 可見을 띄어야 옳을 것인데 전통적으로 붙여 읽어 온 듯하다.
  • 喜神(희신) : 기쁜 마음 神은 ‘정신 혹은 마음’ 을 뜻한다.
판교 정섭(板橋 鄭燮, 청, 1693-1765), 화제시6단(3)(4), 1764년

◇ 출전 관련 글 ☞

▶『논어(論語)』 술이편(述而篇)에

君子坦蕩蕩(군자탄탕탕) 小人長戚戚(소인장척척).
군자는 마음이 늘 크고 넓으며 소인은 항상 걱정에 싸여 있다.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木欣欣以向榮(목흔흔이향영) 泉渭渭而始流(천위위이시류).
나무들은 즐거운 듯 생기 있게 자라고 샘물은 졸졸졸 솟아 흐른다.

◇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글 ☞

▶담양 소쇄원(瀟灑園)에는 광풍각(光風閣)과 제월당(霽月堂)이 있다.

소쇄원(瀟灑園)은 양산보(梁山甫 1503~1557)가 스승인 조광조가 유배되자 세상의 뜻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와 은거하며 조성한 원림(園林)으로, 자연과 인공을 조화시킨 조선 중기 정원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다. 양산보(梁山甫)의 호가 소쇄옹(瀟灑翁)이었기에 원(園)의 이름을 ‘소쇄원’ 이라 한 것이다.

소쇄원의 ‘소쇄(瀟灑)’ 는 본래 공덕장(孔德璋)의 「북산이문(北山移文)」에 나오는 말로서 ‘깨끗하고 시원함’ 을 의미하고 있으며, 양산보는 이러한 명칭을 붙인 정원의 주인이라는 뜻에서 자신의 호를 소쇄옹(瀟灑翁)이라 하였다.

소쇄원을 비롯해 그 당시 원림을 조성한 그 사상적 배경을 보면, 주자(朱子)가 중국(中國) 숭안현(崇安縣) 무이산(武夷山) 계곡의 경승지인 무이구곡(武夷九曲)에 무이정사(武夷精舍)를 짓고 현실(現實)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은둔했던 행동양식이 깔려 있다.

원래 ‘광풍제월(光風霽月)’ 이란 말의 출전은 『송서(宋書)』「주돈이전(周敦頤傳)」으로, 북송(北宋)의 시인이자 서화가(書畵家)인 황정견(黃庭堅)이 주돈이를 존경하여 쓴 글에서 유래한다.

《庭堅稱(정견칭) 其人品甚高(기인품심고) 胸懷灑落(흉회쇄락) 如光風霽月(여광풍제월) - 정견이 일컫기를 그의 인품이 심히 고명하며 마음결이 시원하고 깨끗함이 마치 맑은 날의 바람과 비갠 날의 달과 같도다.》

‘광풍제월’ 이라는 말은 훌륭한 인품을 나타낼 때 쓰이기도 하지만, 세상이 잘 다스려진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또 ‘제월광풍(霽月光風)’, 줄여서 ‘광제(光霽)’ 라고도 한다.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 1864~1953) 선생의 글씨 - 전서(篆書) <광풍제월>
미수(眉叟) 허목(許穆 1595~1682) 선생의 글씨 - 고전(古篆) <광풍제월>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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