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7) 오직 담백함이요 다만 평범할 따름이라

허섭 승인 2021.01.06 17:08 | 최종 수정 2021.01.06 17:41 의견 0
겸재 정선 - 인왕제색도 조선 1751년, 79.2+138.2cm 종이에 수묵
겸재 정선 - 인왕제색도 조선 1751년, 79.2+138.2cm 종이에 수묵

007 - 오직 담백함이요 다만 평범할 따름이라

진한 술과 기름진 고기와 맵고 단 것은 참맛이 아니다.
참맛은 오로지 담백할 뿐이다.

신기하고 뛰어난 것이 지인은 아니다.
지인은 오직 평범할 뿐이다.

  • 醲肥(농비) : 짙은 술과 기름진 고기 즉 미주가효(美酒佳肴).
  • 淡(담) : 담백(淡泊담박)한 것.
  • 只是(지시) : ‘오직 ~할(일) 뿐이다’ 只는 ‘다만, 단지’ 의 뜻으로 강조하는 말.
  • 至人(지인) : 道와 德의 지극함에 도달한 사람. 노장학(老莊學)의 용어로 ‘眞人(진인)’ 과 같은 의미이다.
  • 常(상) : 평범(平凡)한 것.
007 판교 정섭 - 화제시6단(5)(6) 청 1764년 책지 28+38.2 중국역사박물관
판교 정섭(板橋 鄭燮, 청, 1693-1765), 화제시6단(5)(6), 1764년

◇출전 관련 글

『장자(莊子)』 소요유편(逍遙遊篇)에

至人無己(지인무기) 神人無功(신인무공) 聖人無名(성인무명)
지인에게는 자기가 없고, 신인에게는 공이 없고, 성인에게는 이름이 없다.

이것은 지인은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신인은 공이 있어도 그것을 드러내지 않고, 성인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기에 ‘선하다, 아름답다, 어질다, 의롭다’ 하는 따위의 이름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장자(莊子)』 응제왕편(應帝王篇)에

至人之用心若鏡(지인지용심약경) 不將不迎(부장불영) 應而不藏(응이부장) 故能勝物而不傷(고능승물이불상)
지인의 마음 씀은 거울과 같아 일부러 자신의 의견을 내는 일도 없고, 다른 사람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일도 없이, 사물이 오는 대로 따르고 마음속에 편견을 갖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인은 능히 사물을 이기고 상처받지 않는 것이다.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글

▶제갈량 「戒子書계자서」

욕심 없이 마음이 깨끗해야 뜻을 밝게 가질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야 원대한 포부를 이룰 수 있다.

『諸葛武候戒子書제갈무후계자서』에 曰왈,

공명 선생께서 자녀들에게 일러 말씀하시기를

「淡泊明志 寧靜致遠」 - 『채근담』을 이루고 있는 중요 주제이며, 중국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글귀이다. 아마 정판교(板橋 鄭燮 1693~1765)가 쓴 「難得糊塗(난득호도) - 바보 되기 어렵다」 와 「喫虧是福(끽휴시복) - 손해 보는 것이 복이다」 그 다음으로 좋아할 것이다.

그 다음을 또 하나 더 들자면 합체자(合體字)로 쓴 「吾唯知足(오유지족) - 나는 오직 족함을 아노라」 정도일 것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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