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생존 가능한 '화성 만들기' 현재 기술로는 어렵다"

인저리타임 승인 2018.07.31 09:03 | 최종 수정 2018.07.31 09:20 의견 0

미국 연구진 "화성 이산화탄소 총량, '화성 지구화'엔 부족"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화성 탐사 중 모래 폭풍에 갇혀 홀로 남겨진 과학자의 기발하고 눈물겨운 생존 노력을 그린 영화 '마션'(The Martian)은 많은 사람에게 인류의 화성 이주 가능성에 대한 꿈을 심어줬다. 실제로 인간이 대규모로 화성으로 이주해 사는 것이 가능할까?

인류의 현재 과학기술로 화성 땅속과 얼음 등에 들어 있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화성 표면을 인간을 포함한 지구 동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산화탄소가 얼어붙어 있는 화성 남극 얼음층이산화탄소가 다량 얼어붙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 남극 얼음층은 좌우 길이가 420㎞에 달한다. [NASA 제공=연합뉴스]
이산화탄소가 얼어붙어 있는 화성 남극 얼음층이산화탄소가 다량 얼어붙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 남극 얼음층은 좌우 길이가 420㎞에 달한다. [NASA 제공=연합뉴스]

미국 콜로라도대 브루스 재코스키 박사팀은 3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서 20년간의 화성 탐사 결과를 토대로 화성 땅속과 극지 얼음 등에 있는 이산화탄소 총량을 추정하고, 이를 이용해 화성 표면을 지구 동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 게 가능한지 검토했다.

그 결과 화성의 이산화탄소 총량이 화성을 '지구화'(terraforming) 하기에는 매우 부족할 뿐아니라 현재 기술로는 이를 실현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인류의 화성 이주는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 소재로 자주 등장하지만 아주 먼 미래를 고려하면 전혀 현실성이 없는 게 아니다. 50억년 후의 일이지만 태양이 수명을 다하면 적색거성이 돼 급격히 팽창하면서 지구를 삼키게 된다. 인류가 그때까지 살아남는다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영화 '마션'에서처럼 탐사기지 같은 시설물 속에 거주하며 화성탐사를 하는 것은 머지않은 미래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인류가 대규모로 이주해 살려면 화성 표면의 '지구화' 과정을 통해 화성 대기압과 기온을 액체상태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높이는 등 환경을 바꿔야 한다.

과학자들은 화성 땅속과 극지 얼음 등에 다량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증발시켜 대기중 이산화탄소 밀도를 높임으로써 온난화를 유발, 온도와 대기압을 높이는 방식을 화성 지구화 방안으로 검토해 왔다.

영화 '마션'의 한 장면영화 '마션'에서 주인공이 화성기지 내부를 농장으로 만들어 감자를 재배하는 장면 [영화 '마션' 캡처=연합뉴스]
영화 '마션'의 한 장면영화 '마션'에서 주인공이 화성기지 내부를 농장으로 만들어 감자를 재배하는 장면 [영화 '마션' 캡처=연합뉴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지난 20년간 화성 탐사선과 탐사로봇 등이 확보한 자료를 분석, 화성 땅속과 극지 얼음층 등에 들어 있는 이용 가능한 이산화탄소 총량을 계산하고, 이 이산화탄소를 증발시켜 온난화를 유발하는 방식의 화성 지구화가 가능한지 살펴봤다. 화성 대기 바깥층에서 이산화탄소가 계속 우주공간으로 빠져나가는 현상도 고려했다.

그 결과 현재 인류의 기술로 화성의 이산화탄소를 모두 증발시켜도 지구 대기압의 200분의 1에 불과한 화성 대기압을 3배 정도밖에 높이지 못하고, 평균 영하 60℃ 이하인 화성 온도를 10℃밖에 올리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무엇보다 극지 얼음과 광물 속 이산화탄소를 증발시킬 기술이 부족하다. 극지 이산화탄소 얼음은 폭발물을 터뜨려 증발시킬 수 있지만 모두 증발해도 화성 대기압은 15mbar 상승하는 데 그치는 등 모든 이산화탄소를 증발시켜도 대기압을 20mbar 이상 높이기 어렵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연구진은 "결론적으로 현재 화성에는 우리가 아는 한 대기압과 온도를 크게 끌어올릴 만큼 이산화탄소가 충분히 존재하지 않는다"며 "예측 가능한 미래에 화성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화성을 지구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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