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먼지폭풍에 동면 들어간 '오퍼튜니티', 깨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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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31 17:34 | 최종 수정 2018.08.3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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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일간 교신 시도…14년 더 버틴 끈질긴 점 때문에 기대 안 접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화성 탐사선 '오퍼튜니티(Opportunity)'를 동면에 들게 한 먼지 폭풍이 가라앉아 15년차인 오퍼튜니티가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가 조만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31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난 5월30일부터 화성 전체를 휘감던 폭풍은 거의 끝나가고 있다. 특히 오퍼튜니티호가 동면 중인 '인내의 계곡(Perseverance Valley)'에는 먼지 폭풍이 없는 것으로 탐지됐다.
이에 따라 오퍼튜니티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조만간 햇빛이 도달해 태양광 배터리 충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오퍼튜니티를 회생하기 위한 2단계 작업을 준비 중이다.
우선 대기의 부유 물질량을 나타내는 수치인 타우(tau)가 1.5 아래로 떨어지면 심우주통신망(DSN)의 안테나를 통해 명령어를 전송하는 등 적극적인 교신을 시작할 예정이다.
오퍼튜니티호가 이에 응답해 신호를 보내오면 2단계로 넘어가 현재 상태를 점검하고 온라인으로 복귀시키는 작업이 진행된다.
오퍼튜니티는 지난 6월 10일 마지막 교신을 한 뒤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동면에 들어갔으며,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때 측정된 타우는 11에 달했다.
NASA는 화성 궤도를 돌고 있는 '화성 정찰위성(MRO)'에 탑재된 '화성 컬러 이매저(MARCI)'를 통해 화성의 대기 상태를 점검 중이며, 역대 최악 중 하나로 기록된 이번 폭풍이 마침내 끝나가는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MARCI 영상에는 오퍼튜니티호가 있는 약 3천㎞ 이내에는 먼지 폭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오퍼튜니티 프로젝트 책임자인 존 칼라스 박사는 "45일 뒤에도 아무런 응답이 없다면 태양 빛을 가린 먼지와 화성의 추위가 오퍼튜니티의 회생을 막는 고장을 일으킨 것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렇게 되면 적극적인 교신 시도도 중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가능성은 작지만 태양전지 위에 먼지가 많이 쌓여 태양광 충전을 막고 있을 수도 있어 몇 개월 동안은 오퍼튜니티로부터 신호가 오는지를 수동적으로라도 계속 들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태양전지 위의 먼지가 쓸려나가 충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며, 2004년 스피리트호 등 화성 탐사선 운용팀이 실제 경험했던 것이기도 하다.
오퍼튜니티호가 신호를 보내오고 기사회생하더라도 이전처럼 완전하게 기능할지는 미지수라는 게 NASA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최근 먼지 폭풍의 영향으로 태양광 충전력이나 배터리 성능이 떨어질 수 있고 예기치 못한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90일짜리 임무를 받고 화성에 도착한 오퍼튜니티호가 여기저기 고장이 나면서도 목표했던 것보다 14년을 더 활동하면서 준 믿음 때문에 오퍼튜니티 프로젝트 담당자들은 이번에도 기대를 거두지 않고 있다.
칼라스 박사는 "악착같이 버텨온 우리 오퍼튜니티호가 다시 한번 불 속에서 발을 빼게 잡아당기고 있다"면서 "만일 그녀가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다시 그녀와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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