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레스 섬 피그미족 '호빗' 후손 아냐

인저리타임 승인 2018.08.04 06:51 | 최종 수정 2018.08.04 06:56 의견 0

섬 생활에 유리하게 진화한 결과…호빗도 마찬가지일 듯

호모 플로레시언시스를 포함해 플로레스 섬에 살았던 거대한 쥐와 황새 및 난쟁이 코끼리를 복원한 모습. CREDIT : Wikimedia Commons /Jony Cooper / Reconstruction of Homo floresiensis, National Museum of Nature and Science, Tokyo
고대인을 복원한 모습. 왼쪽부터 2만600년 전의 16~18세 된 호모 사피엔스 여성, 6만년 전의 30대 호모 플로레시언시스 여성, 3만6300년 전 20대의 네안데르탈인 여성. 프랑스 리옹 콩플뤼안스 박물관 소장. CREDIT : Wikimedia Commons / Ismoon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의 피그미족은 1만2천여년 전에 멸종한 왜소 화석인류 '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siensis·플로레스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레스 섬에서는 지난 2003년 석회 동굴 리앙 부아의 퇴적층에서 성인 키가 1m도 되지 않고 뇌 용량도 380㎠에 불과한 플로레스인 화석이 발견돼 현재 이 섬에 사는 평균 145㎝의 람파사사 피그미족이 그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논란이 이어져 왔다. 플로레스인은 J.R.R.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난쟁이 종족의 이름을 따 '호빗'으로도 불리고 있다.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주립대의 리처드 그린 부교수 연구팀은 이런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플로레스 섬 피그미족의 동의를 얻어 32명의 혈액과 타액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했다. 그 결과, 호빗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흔적은 찾지 못한 것으로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에 밝혔다.

이들의 유전자는 일반인과 크게 다른 것이 없었으나 역내 다른 종족보다 키 성장을 억제하는 유전자 변형체를 더 많이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 부교수는 "피그미족과 유럽인의 공동 조상이 키를 크지 않게하는 유전변이를 겪었을 것"이라면서 "피그미족은 호빗의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작은 것이 유리한 플로레스섬의 환경 조건에 적응해 작아진 것"이라고 했다.

호모 플로레시언시스 화석 뼈가 발견된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 리앙 부아 동굴 모습. 이 ‘호빗’ 호미닌은 6만~10만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의 곁에서 발굴된 석기들은 5만~19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CREDIT : Wikimedia Commons /Rosino
호모 플로레시언시스 화석 뼈가 발견된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 리앙 부아 동굴 모습. 이 ‘호빗’ 호미닌은 6만~10만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의 곁에서 발굴된 석기들은 5만~19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CREDIT : Wikimedia Commons /Rosino

섬에서는 식량이 부족하고 포식자도 없어 큰 동물은 작아지고 작은 동물은 커지는 이른바 '섬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플로레스에서 멸종된 코끼리가 큰 돼지만하고 쥐는 고양이만큼 커진 것도 이런 현상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플로레스 섬에서 인간이 작게 진화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며 이런 자연선택은 호빗족도 한때 키가 컸지만 수천년에 걸쳐 작게 진화했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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