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이종교배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이종교배
조송현
승인
2016.12.27 00:00 | 최종 수정 2017.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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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이종교배에 의해 탄생한 인류 조상의 모습 상상도<네이처 인터넷 뉴스 화면 캡처>.
흔히 인조인간으로 불리는 사이보그(cyborg)는 1950년대에 의학자들이 창안한 개념이다. 이 개념을 형상화한 쪽은 과학소설가들이다. 데이빗 로빅의 과학소설 '사람이 기계가 되면'에는 사이보그가 잘 그려져 있다. 사이보그는 '사이버네틱 오가니즘(cybernetic organism)'의 약자로 사람과 기계 사이의 '이종교배(異種交配)'로 탄생한 개체다. 아이작 아시모프 소설의 로봇과는 사뭇 다른 개념이다.
요즘 패션과 예술계에도 이종교배 열풍이 불고 있다. 얼마 전 서울소공동 롯데갤러리에서 선보인 미술과 문학의 융합을 시도한 '이청준 김선두의 고향 읽기' 전이 좋은 예다. 이처럼 여러 장르를 융합한 예술은 '하이브리드 아트'로 불린다.
원래 이종교배는 생물학 용어다. '서로 다른 종의 생물의 암수를 인위적으로 수정시키거나 수분하는 일'이 사전적 정의다. 말과 당나귀의 이종교배 산물이 노새라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터. 라이거(liger)가 사자와 호랑이의 1세대 잡종이라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 그런데 최근 러시아와 미국 동물원에서 암컷 라이거와 수컷 사자의 교배를 통해 릴리거(Liliger)를 만들어냈다. 릴리거는 사자와 호랑이의 2세대 잡종인 셈이다. 호랑이와 사자는 같은 종(species)은 아니지만 같은 속(genus)에 속한다. 같은 속의 동물끼리는 이론적으로 교배가 가능한데 자연상태에서는 번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별개의 종으로 생각한 동식물들 간에 오래전부터 유전자 교환이 이뤄져 왔다는 사실이 발견되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 대부분의 인류학자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별개의 종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최근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이종교배를 했다는 유전적 증거들이 발견돼 학계에 충격을 주었다. 과학자들은 가장 오래된 호모 사피엔스 2종의 게놈을 분석, 네안데르탈인과 초기 현생인류 사이에 성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DNA 분석 결과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성접촉을 했던 시기는 5만~6만 년 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네이처가 2014년 10대 과학뉴스에 '인류의 기원에 대한 암호 해독'을 들었다. 현대인의 게놈 속에 포함된 네안데르탈인의 유산 목록 작성'이 핵심 성과인데 해설이 재미있다. 약 3만 년 전 지구상에서 사라진 네안데르탈인에게 있어 2014년은 정말로 끝내주는 해였다. 까마득한 옛날에 이루어진 이종교배 덕분에 자신들의 유전자가 오늘날까지 버젓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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