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 현대인류에게 병도 주고 약도 줬다
인저리타임
승인
2018.10.05 22:20 | 최종 수정 2018.10.05 22:29
의견
0
고대인류 유전자 2%가 현대인류 바이러스 저항력 부여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네안데르탈인은 약 4만년 전에 지구에서 사라졌지만, 현대 인류의 유전자에는 아직도 약 2%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는 인류의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인데, 네안데르탈인이 현재 유럽과 아시아계 인류의 조상에게 병도 주고 약도 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인류과학대학원 진화생물학자 드미트리 페트로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이 약 7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나온 현대 인류와 뒤섞이면서 인플루엔자를 비롯한 감염성 바스러스를 옮겼을 뿐만 아니라 이와 싸울 수 있는 유전자도 줬다는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셀(Cell)' 최신호에 실었다.
아프리카 밖에서 수십만 년을 살면서 이런 감염성 바이러스에 저항력이 생긴 네안데르탈인이 현대 인류와의 이종교배를 통해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유전자도 물려줬다는 것이다. 현대인류는 아프리카 밖으로 나오며 처음 접한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많은 시간과 희생을 거치며 바이러스에 적응해 자체적으로 유전적 변이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혜택을 본 셈이다.
페트로프 박사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바이러스와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현대인류의 유전자 4천500여개를 솎아낸 뒤 네안데르탈인의 DNA 분석 자료와 비교한 결과, 152개의 유전자 조각이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현대인류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은 152개 유전자 조각이 오늘날에도 인플루엔자 A와 H.I.V., C형 간염 등 모든 형태의 리보핵산(RNA) 바이러스와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페트로프 박사 연구팀은 이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벗어난 현대인류가 RNA 바이러스에 맞서 싸울 때 이들 유전자의 도움을 받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논문 공동저자인 애리조나대학 조교수인 데이비드 엔나드 박사는 "네안데르탈인과 현대인류는 꽤 밀접해 감염성 바이러스가 전파되는데 유전적 장벽은 높지 않았으며,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유전적 저항력을 전파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두 종(種)간의 유전자 교환에 관한 '독-해독' 모델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omns@yna.co.kr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