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인류, 유전자 단 하나 바뀌며 현대 인류로 진화

인저리타임 승인 2018.09.12 22:43 | 최종 수정 2018.09.12 23:04 의견 0
네안데르탈인 가족. 크레딧 : NASA/JPL-Caltech
네안데르탈인 가족 상상도. 크레딧 : NASA/JPL-Caltech

먼거리 뛰게 한 'CMAH' 유전자 돌연변이가 출발점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류는 약 200만~300만년 전 단 하나의 유전자가 바뀌면서 현대 인류로 진화하는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대 인류가 숲에서 나와 본격적으로 이족보행 생활을 하고, 적색육 섭취로 암 발생이 늘어나는 등 현대인을 만든 거의 모든 변화가 'CMAH'라는 유전자가 기능을 상실한 결과라는 것이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의과대학원 아지트 바르키 박사 연구팀은 CMAH 유전자를 제거한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인간이 이 유전자 기능을 상실한 것이 동물 중 가장 멀리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12일 발행된 '영국왕립학회보 B'에 밝혔다.

고대 인류는 CMAH 돌연변이가 일어날 즈음에 숲에서 나와 아프리카 초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족보행을 하면서 길고 탄력 있는 다리와 큰 발, 단단한 엉덩이 근육이 발달하게 됐으며 다른 동물보다 더 효율적으로 열을 발산할 수 있는 광범위한 땀샘 체계도 갖게 됐다.

이런 변화로 고대 인류는 먼 거리를 다른 동물보다 덜 지치고 달릴 수 있게 됐으며 이를 맹수들이 활동하지 않는 낮에 사냥감이 지칠 때까지 뒤쫓아가는 방식으로 사냥을 할 수 있게 됐다.

DNA [자료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DNA [자료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인간과 진화상 인간에 가장 가까운 침팬지의 CMAH 유전자가 다르다는 점은 이미 20여년 전에 발견됐다. 바르키 박사 연구팀은 이런 유전적 차이가 호모 사피엔스는 물론 호모 에렉투스 등 멸종한 고대 인류까지 포함한 '사람속(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CMAH 유전자를 제거한 쥐에게 쳇바퀴를 돌게하고 운동능력을 측정한 결과, 운동능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피로에 대한 내성이 늘고 뒷다리 근육이 강화됐으며, 모세혈관을 통한 혈액과 산소공급도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결과들은 CMAH 기능 상실이 골격근의 산소 활용 능력을 높여준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바르키 박사는 "이를 인간에게 적용하면 고대 인류에게 나무에서 내려와 초원에서 수렵과 채집 활동에 적응하게 하는 '선택유리성(selective advantage)'을 제공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CMAH 유전자는 고대 병원균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고대 인류는 물론 현대인이 시알산을 이용하는 방법을 바꿔 놓았다. 시알산은 모든 동물의 세포 표면을 싸고있는 당(糖) 분자로 세포간 상호작용의 중요한 접촉 포인트 역할을 한다. CMAH 유전자 변형으로 Neu5Gc(N-glycolylneuraminic acid)로 불리는 시알산은 사라지고 그 전 단계인 Neu5Ac(N-acetylneuramini acid)는 축적되는 변화가 일어난다.

둘의 차이는 산소 원자 하나뿐으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인체의 거의 모든 세포에 영향을 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주고 있다고 한다.

독일 네안데르탈인 박물관에 전시된 고대 인류 모형[EPA=연합뉴스]
독일 네안데르탈인 박물관에 전시된 고대 인류 모형[EPA=연합뉴스]

인류에게 먼 거리를 뛸 수 있게 해주고 선천적 면역력을 강화해 줬지만, 특정 시알산으로 인해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커지고 적색육 섭취에 따른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부작용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르키 박사는 "이는 양날의 칼과 같은 것"이라면서 "단 하나의 유전자가 기능을 상실하고 작은 분자가 바뀐 결과가 인간의 생리와 능력을 심오하게 바꿔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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