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서평 - 제5의 기원 : 600만 년 인류의 역사가 알려주는 우리의 미래
편·저자 : 로버트 L. 켈리
서평자 : 배기동(국립중앙박물관 관장,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대학원 인류학과 박사)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을 볼 수 있게 하는 통찰력
인저리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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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0 22:58 | 최종 수정 2020.04.20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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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비욘세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간혹 소셜미디어를 통제하고 차단하려는 정부도 있지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100만 년 전 인류의 미래는 손에 석기를 든 호미닌에게 달려 있었다. 오늘날 인류의 미래는 밖에서는 축구에, 안에서는 인터넷 서핑에 열광하는, 손에 스마트폰을 쥔 청소년들에게 달려 있다.” (243~244p.)
어쩌면 아주 읽기에 시의적절한 책이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이다. 과거에 흑사병이나 스페인 독감 등과 같은 팬데믹이 있어도 인간의 역사를 바꾸지는 못하였지만 이번 경우는 많은 문화사학자들이 예견하듯이 아마도 인간의 역사를 급격히 그리고 서서히 그리고 완전히 바꾸어나가게 될 것이니 이 저자가 의식하든 아니하든 간에 제5의 기원의 핵심적인 동인이 될 것으로 믿는다.
내가 이 책에 특별한 흥미를 느낀 것은 저자가 나와 마찬가지로 선사시대 고고학자이고 또한 생각하는 방향이 나와 대단히 흡사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선사고고학자들은 대체로 긴 시간을 오르내리면서 고고학적인 유물에 숨겨져 있는 인간의 속셈을 발견하려고 노력하고 세상을 꿰뚫는 거대한 패턴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어찌 보면 철학자적인 관점에서 인류사를 보는 셈이다. 이 책의 골격은 네 개의 장으로 나누어, 인간의 역사 상에서 가장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킨 것들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즉 도구의 발명과 사용을 보여주는 ‘막대기와 돌’, 상징의 시작으로서 ‘목걸이와 이야기’, 농경과 정착생활의 기원으로서 ‘빵과 맥주’ 그리고 복합사회, 즉 국가의 기원으로서 ‘왕과 사슬’이라는 장을 설정하고 있다. 마지막 장인 ‘영원한 것은 없다’에서 결국 저자의 ‘제5의 기원’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왜 우리가 인간인지’, ‘인간으로서 얼마나 필연적인 변화를 겪어온 것인지’ 그리고 그러한 것들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 과거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설명하려고 한 것인지’ 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보다 학술적인 주제에 대한 답보다도 독자들이 인간의 행위에 숨어 있는 생물학적인 본능들과, 표현된 사회적인 규범 등과의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협상이 우리 사회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상적이든 또는 재앙적이든 간에 작용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왜 이타적이 되는지, 그리고 기술과 사회가 인간생존의 필수적인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재앙을 가져올 수밖에 없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 통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꼭 생각해 보아야 할 주제는 ‘인간이 인지적인 진화의 단계를 달리하면서 변화해 온 인간들에게 수백만 년 전이나 오늘날이나 적용되는 인간으로서 변함없는 행위원리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다. 그것이 아마도 제5의 기원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터득할 수 있는 혜안이 아닐까? 제5의 기원의 시작은 산업혁명과 식민지개척 그리고 자본주의 시작을 들고 있다. 세계화가 처음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단계라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지난 5백 년 동안 기술은 인류 초기의 사냥채집꾼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성장하여 온 것이고 이러한 기술은 지리적인 한계를 극복하면서 인간사회의 규모와 네트워크를 통째로 바꾸어 버린 셈이다. 대규모의 전쟁과 인종주의, 테러리즘, 환경파괴 등 현대 인간의 재난적 역사가 점철되어온 것이다.
그런데 왜 제5의 기원이라고 명명하였을까? 세계화를 통해서 인간사회의 연결 규모가 커지게 되면서 인간사회의 재앙은 지속되고 있지만 국가사회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문명수단과 인간의 동류의식이 점차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인간경험을 가지고 판단하자면, 지금까지의 시스템이 머지않아서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본질적인 패러다임 전환으로서 사회를 횡적으로 연대하여 인간성의 보편적인 가치에 기초하는 초국가적인 사회가 출현할 것이라는 예견이다.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인간사회의 재난이 닥칠 때마다 생겨난 소달리티(sodality) 성격의 글로벌 조직이나 모임들이 성장하여 문화에 기반한 초국가적인 글로벌 사회, 글로벌 시민사회의 출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500년 전의 세계변화였다는 것이다. 디지털 문명사회에서, 온라인 문화 속에서 장소와 사회 계층 그리고 집단을 초월하여 이어지고 소통하는 것이 더욱 보편화되는 시점에서 글로벌 소달리티가 출현하는 희망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의 뜻처럼 그리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인간의 무한한 욕망이 있고 또한 자원이 불균형적으로 분포하는 한 인간의 위선과 기만은 온라인 세상에서도 지속될 것이다.
이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이 책을 읽는 것은 정말 의미 있을 것이다. 분명 이 바이러스가 인간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반추해 보는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과 그 유구한 역사를 큼직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분석하는 필자의 견해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미래의 불확실성을 판단하는 예지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 이 서평은 국회도서관의 승인을 받아 '금주의 서평'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www.nane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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